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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해 피해액만 GDP의 1%수준인 7조 9천억원. 천식·뇌졸중 환자 사망률이 4.6% 증가하며, 전산업과 학교 문을 닫게 하는 모래폭풍 황사. 중금속과 전염병, 심지어 방사능 물질까지 실어 온단다.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 때문이다. 이에 푸른아시아(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새 이름)와 함께 현지를 취재해 연재기사를 싣는다. <필자주>


 

"10년간 외롭게 흘린 구슬땀이 헛되지 않았나 봅니다. 황사공포를 부르는 몽골 사막화 저지 시나리오를 완성해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록 세상'으로 입증해야 하는 더 큰 짐을 져야 합니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기업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일본의 협력도 긴요하고요. 우리가 숨 쉬는 동아시아의 맑은 공기를 위해서죠."

 

몽골사막화 저지에 청춘을 불사르는 돈키호테(?), 푸른아시아(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새 이름) 오기출(46·남) 사무총장의 말이다. 동북아를 암흑천지로 몰아넣어도, 생명을 위협하고 산업을 마비시켜도 뾰쪽한 해결책이 없는 황사이고 보니, 사람들 눈에 그는 그저 '한심한 놈'으로 보였을 법 하다.

 

하지만 그의 집념과 고집은 지금 고비사막 한가운데서 '푸른 꿈'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환경운동가도 아니었던 그가 어떤 까닭으로 '미친 짓'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마다않고 이 일에 나섰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그 사이 몽골에서 무슨 일을 했기에 황사 해결책을 찾았다고 하는 것일까?

 

"청춘을 불사른 돈키호테"

 

그의 고민은 1998년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경제난을 보며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없는 사람부터 당하는 것을 목도했으니까. '시민의 위기'를 보면서 그의 고민은 시민 스스로 난국을 해쳐나갈 방안을 찾는 것. 답은 동아시아 시민협력이었다.

 

"경제위기 도미노 앞에서 깨달았죠. 나 하나 또는 한국만 잘한다고 피할 수 없다는 거죠. 누군가 위기를 사전 경고하고 공동대처하면 피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시민네트워크운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대안을 만들려고 한 것이었죠."

 

그렇게 탄생 한 게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1998년 1주일간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몽골·대만이 참여하는 국제심포지엄. 공동으로 과제를 확인하고 대처하자는 기본적 결의가 이뤄졌다. 이듬해 요코하마 회합에서 열매가 맺혔다. '기후변화'를 첫 이슈로 확정한 것.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 여러 이슈가 제기됐죠. 해양오염은 전문적 분야여서 우선 대상에서 뺏습니다. 결국 가장 큰 이슈는 '연안 대도시의 위기'였고 자연스럽게 '사막화 저지'가 떠올랐습니다."

 

무모(?)한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현장조사를 위해 2000년 몽골을 방문했다. 중국은 대상에서 뺏다. 몽골에 비하면 경제대국이어서 자체해결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당시 중국의 사막화는 자체 능력으로 90% 이상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사팀은 몽골 현지조사 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애초 사막화라는 말은 아프리카 사하라에서 유래했다. 60년대 말 사하라가 100km 남진하고 10만명이 죽으면서 생겨난 것. 한데, 사막비율이 아프리카(32%)보다 동아시아가 36%로 더 크고 심각했던 것.

 

"세상 참 불공평하다"

 

특히 조사단을 놀라게 한 건 1990년 몽골의 사막화는 46%였는데 20년만에 9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실제 고비사막은 1년에 수백m씩 이동한다. 당시엔 아무도 모르던 이야기지만 몽골 학계선 동북아 황사의 50%가 몽골에서 발원한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동행동에 나서려는 데 어려움이 찾아왔다. 2000년부터 소규모 조림사업을 시작했는데, 사막화 저지를 위한 도움 호소에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도와 달라'고 할 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정말 한심한 사람들" 뿐이었다.

 

"한결같이 이렇더군요. '기후변화는 100년에 걸쳐 일어나는 거 아냐? 사막화는 우리 일도 아니고.' 특히 기업들은 '중국이면 몰라도, 몽골은 좀 어렵다'고 그러더군요. 한 방송팀과 황사다큐를 찍어 20여 차례 방영을 했지만 반응조차 안 나올 정도였죠."

 

국내 사정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몽골인도 차가웠다. "2005년 인식이 바뀌기 전까지 그들은 조림사업을 '미친 짓', 우리를 '할 일 없는 인간들'이라 했습니다. 유목 전통에 따르면, 나무는 뽑아야 할 대상이거든요. 가축에 피해를 입히고, 전쟁 때는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이니까요."

 

천우신조였을까? 자연이 기회를 준 것이다. 2002년 4월 8일 황사로 한반도에서 해가 사라져버린 것. 국민이 황사공포를 몸소 깨닫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언론 메시지는 여전했다. 그 넓은 사막에 어떻게 나무를 심느냐는 것.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고. "사막에 심는 건 의미 없다고 저도 그랬죠. 사막화한 곳만 생태복원이 가능하다고 해도 들어주질 않더군요."

 

사막화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지만 몽골에서 달라진 건 없었다. 대부분 황사가 중국에서 온다고 여겼고, 앞다퉈 중국 나무심기에만 나섰다. 중국시장 개척에만 맘이 가 있었으니까. 2003년까지 어려움은 계속됐다. 재정난에 어렵게 회비를 모아 심은 나무마저 말라 죽었을 땐 좌절감뿐이었다.

 

"할 일 없는 인간들하고는..."

 

하지만 고생 끝 낙이라 했던가. 고군분투한 보람이 생겼다.

 

"90년대 이후 몽골에서 사막화한 땅은 6천㎢. 서울의 10배가 넘는 면적인데, 생태복원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생겼습니다. 방법은 조림, 초지조성 등 여러 가지.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이 할 수 있느냐, 그리고 복원된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요."

 

주민참여형 사업이 개발됐다. 외지인이 생태계를 복원해줘도 다시 사막이 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 주민들이 생태계 복원 노력을 할 뿐 아니라 이 일을 하며 생계까지 해결할 수 있어야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역사회 개발을 병행해야 하는 것. 

 

그렇게 2003년 탄생한 게 울란바타르 인근 바가노르 시험조림장. 도시인근 조림장인 만큼 주민 참여가 필수다. 인식을 바꿔야 성공할 수 있기에 초중교 환경교육에 주력했다. 조림지를 교육장 삼아 학생들이 하교시 물 1팩씩 들고 가 묘목에 뿌리도록 생활화한 것.

 

자녀들 노력으로 숲이 살아나니 학부모(주민)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치단체와 협의해 나무 심는 날을 제정하고, 결혼·출생 기념일엔 나무 세 그루 심기(전통적으론 말 4필 구매) 캠페인을 벌였다. 영향력이 큰 원로 스님 법어도 인식전환에 큰 도움을 줬다. "나무 1그루 심으면 복을 1천 배 받습니다."

 

이렇게 성공모델을 완성해가자 돕겠다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겼다. 대표적인 게 대한항공. 신입사원 연수를 4년 동안 중단했는데 다시 시작하겠다며 푸른아시아를 찾아온 것. 그룹 회장의 주문으로 맺어진 인연이었다. 이 기업은 매년 직원 수백명이 참여하는 몽골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엔도 2006년을 사막화 방지의 해로 정했다.

 

"나무 1그루, 복은 1천배"

 

어려움이 하나 둘 풀리며 푸른아시아는 2007년부터 시민 1인당 1천원(나무 12그루) 후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학교에서 2시간이면 200여명이 참여할 정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1천원보다 식수 뒤 꼬리표를 달아 찍은 사진을 본인에게 확인시켜주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 하지만 인식전환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또 하나의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도시형 모델은 성공했지만 몽골엔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지역이 많기에 다른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 조림지역에 주민을 이주시키고 그 안에서 생계를 꾸리며 살도록 하는 모델. 벌써 성공의 확신을 주고 있단다.

 

 "올핸 사업규모를 3배 늘릴 예정입니다. 10억원 정도를 투자하게 되죠. 국내 유일 유엔지구환경기금 공인 NGO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에겐 꿈이 하나 더 있다. 2013년까지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해야 하는데, 95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발전소의 50%를 폐쇄하고 승용차 2/3를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그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70%를 줄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엔 없죠. 어쩌려고 그러는지. 꿈조차 꾸지 않는 건 죄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최방식 기자는 <인터넷저널> 편집국장입니다.


태그:#황사기획, #오기출, #푸른아시아, #몽골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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