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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라는 지명이 매스컴에 뜨는 경우의 대부분은 학계를 주목하게 하는 유물이 발견된 경우이다. 1993년에는 ‘금동대향로’가 발굴되어 세계사 속에 백제 역사를 다시 인식하게 만들었고 최근에는 왕흥사지에서 ‘청동사리감’이 발견되어 또 한번 백제인들의 예술혼을 높이 평가하게 하였다.

이런 백제인들의 탁월한 기술과 예술적 감각은 역사 기록 이전의 선사시대 청동기인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추측할 수 있는 부여군 초촌면 송국리 선사 취락지에서부터 유래했을 것이다.  

부여군 초촌면 산직리에는 우리 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고인돌도 있다.
 부여군 초촌면 산직리에는 우리 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고인돌도 있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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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송국리는 역사 교사서의 앞부분에 선사 시대 구석기, 신석기 시대를 거쳐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서술되어 있어 학창 시절을 거치는 동안 익숙했던 지명일 것이다.

하지만 부여를 찾는 관광객들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라는 걸출한 역사서에 기록되어, 학창 시절에 집중적으로 학습된 낙화암, 고란사, 능산리 고분군, 국립 부여 박물관은 꼭 들러 가지만 초촌면 송국리 유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또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라고 해야 주거지와 그냥 진흙으로 평범하게 빚어 놓은 것 같은 토기류에 불과하니 수준이 높아진 요즘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부여 안에서의 문화적 극과 극을 해소하기 위해서 부여군 초촌면민들은 한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올해로 두 번째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동안 ‘송국리 선사인들의 놀이 축제’라는 잔치를 벌였다.

청동기 시대인들의 복식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
 청동기 시대인들의 복식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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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면에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고인돌 2기가 남아 있고 지금도 청동기 시대 유적의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송국리 유적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1974년 석관묘에서 발견된 ‘비파형 동검’이다. 청동기 시대가 단군 왕검이 고조선을 세워 최초의 부족 국가의 틀을 마련한 시기보다도 훨씬 앞선 기원전 10세기 무렵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볼 때 아이들에게 만화 영화에서 보던 원시인과 우리 조상들이 다르지 않음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여를 방문해서 백제의 찬란한 문화 유적을 돌아보기에 앞서 초촌면 송국리 청동기 유적을 살펴본다면 인류가 어떻게 생존해왔으며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계기로 초촌면 송국리의 ‘선사인의 놀이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체험 위주의 행사로 차별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지금은 부여에서 재배를 거의 하지 않는 보리를 심어 아이들이 반달 돌칼과 갈돌을 이용해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코너가 단연 인기 있었다.

새총 만들기 체험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시연을 해주고 있는 윤 석정 군의원
 새총 만들기 체험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시연을 해주고 있는 윤 석정 군의원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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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통 문화 대학교 학생들을 각종 체험 코너의 도우미로 활용해 축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매끄러운 진행에도 도움이 되었다.

“우리 면민들과 공무원들이 직접 몸으로 뛰며 준비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주민자치센터 회원들이 오랜 기간 연습을 한 풍년기원 길놀이로 축제의 막을 연 것을 시작으로 주민 참여 의지를 높였습니다.”

초촌면 김용겸 면장은 ‘송국리 선사인의 놀이 축제’ 현장을  꼼꼼하게 돌아보며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 기록하며 벌써부터 다음 축제를 성황리에 치를 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사 유적 자료관 하나만 가지고는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청동기인들의 풍요로운 땅, 송국리’라는 주제로 선사공원을 조성합니다. 청동기 문화가 피부에 와 닿는 선사 공원을 목표로 선사 고고학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되는 다음 축제는 정말 즐길 거리가 풍부한 축제가 될 것입니다.”

체험 위주의 축제를 위해 심어 놓은 보리밭. 전통 문화 대학 학생들이 도우미로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체험 위주의 축제를 위해 심어 놓은 보리밭. 전통 문화 대학 학생들이 도우미로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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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리 청동기 유적을 관광 자원으로 활성화 시키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애를 쓴 윤석정 군의원은 송국리 유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송국리에서 열린 청동기 시대를 추억하는 잔치는 끝이 났다. 하지만 부여군 송국리에는 청동기인들의 삶의 역사가 여전히 발굴되고 있다. 곧 청동기인들의 보물이 송국리 땅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가 깨어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송국리 선사 유적지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중이다.
 송국리 선사 유적지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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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송국리, #부여군 초촌면, #청동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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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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