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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마트에 갔다. 달걀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식빵도 하나 집어든다. 계산대 앞,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여전히 사람들은 20원짜리 비닐봉지를 많이 산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지, 그냥 귀찮아서 돈만 들고 장을 보러 온 것인지 빤질빤질한 새 비닐봉지에 장 본 물건들을 차곡차곡 담아서 들고간다.

물론 나처럼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꼬깃꼬깃한 비닐봉지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꼬마애도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산다. 당장 물건을 담아갈 데가 없으니, 비닐봉지를 산다. 집집마다 쌓여가는 비닐봉지가 처치 곤란일 텐데도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를 산다. 비닐봉지 값 20원은 큰돈이 아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마트에서 비닐봉지와 함께 장바구니를 판다면 어떻게 될까. 동네 마트뿐만 아니라, 전국 요지란 요지엔 다 들어서 있는 대형마트들이 장바구니를 계산대 앞에 진열해놓고 판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도 나는 장바구니를 어디서 사야하는지 모른다. 어디서 파는지 모른다. 몇 해 전 어느 백화점에서 장바구니를 공짜로 나눠주었을 때, 그때서야 처음 장바구니가 생겼다. 그런데 대형마트에서 자기 회사 이름이 들어간 깔끔한 디자인의 장바구니를 싸게 판다면, 사람들은 이 장바구니를 사지 않을까. 어디서 파는지 몰라 사지 않았던 사람들만이라도 그 장바구니를 산다면 그로 인해 줄일 수 있는 비닐봉지는 얼마나 될까.

작년 호주에 갔을 때, 처음 며칠 동안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 첫날은 밖에서 밥을 사 먹고, 둘째 날은 밥값도 아낄 겸, 게스트하우스에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쭈삣쭈삣 1층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각국에서 모여든 외국인들도 아니었고, 또는 한국 젊은이들이 먹고 있던 매운 라면도 아니었다.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 길다란 선반들을 가득 채운, 그 큰 냉장고를 가득 채운, 장바구니였던 것이다.

꼭 사고싶게 만들었던 그 장바구니
 꼭 사고싶게 만들었던 그 장바구니
ⓒ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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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은 자기 이름이 적혀있는 장바구니에서 식빵을 꺼냈고, 콘프레이크를 꺼냈고, 잼을 꺼냈다. 마치 어디 업체에서 나눠준 것 같은 같은 색깔, 같은 크기의 장바구니를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 장바구니가 갖고 싶었다. 나도 그 장바구니에 장본 라면도 넣어놓고, 한국에서 들고 간 소주도 담아놓고 싶었다. 그 장바구니를 나도 찾아내고 말겠다는 집념(?)까지 생겼다.

그런데, 그 날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아주 김새게 그 가방을 발견했다. 그 장바구니는 대형 마트에서 아주 일상적인 물건처럼 팔리고 있었다. 그 장바구니를 샀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 비싸지도 않고 크기도 괜찮다. 바닥이 넓어 달걀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고, 폭이 넓어 많이 담을 수 있고, 끈이 길어 어깨에 걸 수도 있고, 색깔도 이쁘고 디자인도 깔끔해서 아주 만족한다.

폭이 넓어 많이 들어가요.
 폭이 넓어 많이 들어가요.
ⓒ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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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를 20원에 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봉지를 20원에 파는 게 아니라, 그 비닐봉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 아닌가. 사실 돈 20원이 아까워서 봉지 못산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부터 돈보다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봉지가 아깝고, 쌓이는 봉지 처리하는 것도 일이라 안 쓰려고 할 뿐. 어느 마트에서는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50원을 깎아주던데, 장바구니를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하려면 정작 가까운 곳에 장바구니를 팔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 또한 갑자기 마트를 가게 되거나, 충동적으로 뭔가를 사게 될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천으로 된 가방(한약방 가방)이나 비닐봉지를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닌다. 그러면 갑자기 장을 보게 되더라도 새로 비닐봉지 살 필요가 없다.

가끔은 이렇게...
 가끔은 이렇게...
ⓒ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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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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