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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준 선생
박호준 선생 ⓒ 장호영

문화재청은 지난 7일, 지난달 25일 문화재위원회(무형문화재공예분과) 심의를 거쳐 인천 부평의 박호준(65·산곡1동) 선생과 경북 예천의 김종국(69) 선생을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弓矢匠) 보유자로 인정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궁시는 활(궁)과 화살(시)을 뜻하며, '궁시장'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다. 궁시는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던 무기로 우리나라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끊임없이 궁시 제작 기술을 발전시켜온 우리 민족은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되고 진화된 각궁(角弓)을 소유한 활의 민족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각궁과 죽시(竹矢)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다.

 

궁시장 중 시장 보유자로 인정된 박호준 선생은 전 보유자 고(故) 박상준 선생의 아들로, 고종 시절 조부 때부터 이어오던 전통화살 제작기법을 계승했다. 박 선생은 일찍이 부친으로부터 체계적인 전수교육을 받았으며, 50년 동안 전통화살 만드는 일에 종사하면서 개인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현재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평구 산곡1동에 사는 박호준 선생을 지난 9일 자택에서 만나봤다.

 

 화살을 살펴보고 있는 궁시장 보유자 박호준 선생.
화살을 살펴보고 있는 궁시장 보유자 박호준 선생. ⓒ 장호영

 

아들에게 전통 이어달라 할 수 없는 현실

 

박 선생이 보유자로 인정받은 궁시장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을 통칭하는 것으로 궁장은 활을, 시장은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박 선생은 시장인 것이다.

 

박 선생의 조부가 고종 때 무과 급제한 후 시작한 일을 현재 150년 가까이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선친인 박상준 선생이 1971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으니 박 선생은 이 또한 대를 이은 셈이다. 박 선생의 아들 셋 중 첫째 아들인 주동(39)씨는 2001년 전수 장학생으로 지정받았다.

 

화살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화살 한 개에 가는 손길만 120회라는 게 박 선생의 설명이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재료로 쓰이는 대나무도 아무 대나무나 쓰는 것이 아니란다. 1년 이상 3년 미만의 3절(마디) 이상이 되는 대나무만을 쓴다고. 이런 대나무를 구하려면 충남 서산의 외딴 곳에나 가야 어렵게 구할 수 있다. 또 그렇게 구한 대나무를 6개월에서 1년은 말려야 한다.

 

대나무가 마르면 선별한 후 참숯으로 만든 불에 구워 강도와 색깔을 낸다. 그 다음에는 활줄을 끼울 '오늬'와 '깃'을 단다. 오늬는 싸리나무로 만들고 복숭아나무 껍질로 감싸 화살이 터지거나 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화살이 잘 날아가게 하고 멋이 나게 만드는 깃은 꿩의 털을 이용한다. 꿩 한 마리에 3~4개의 깃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 마리로는 화살 1개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한다.

 

화살이 과녁에 잘 박히도록 하는 '촉'은 예전에는 대장간에 원하는 모양을 부탁해 만들었지만 요즘은 철 가공 업소에 부탁해 제작하고 있다. 한때는 고물상에서 수집한 칼빈소총의 총알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관용으로 많이 만들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옛날 화살 모양을 본 떠 그 모양대로 만들어 달라고 가공 업소에 부탁해 만들고 있다.

 

이렇게 화살을 하나 만드는데 엄청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 5년 이상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박 선생의 말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살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지만, 올림픽 이후 양궁이 인기스포츠로 떠오르면서 국궁을 찾는 사람들이 줄고 일거리도 점점 떨어져 지금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선생은 첫째 아들에게 전수를 하고 대를 잇기를 바라고 있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일을 강요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이번에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돼 한 달 100만원의 비용을 지원받게 됐지만, 이 비용만으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대째 일을 이어오고 있고, 50년이 넘도록 화살을 만들어 왔는데 왜 이제야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됐는지 모르겠다. 뒤늦게라도 보유자로 인정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너무 적어 아들에게 대를 이으라고 말하기도 어려워 대를 이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 최소한 생계는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이 돼야 전통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박 선생의 솔직한 심정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등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무형문화재#궁시장#박호준#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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