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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자명종이 정확하게 5시에 울리면, 나는 새벽 산책길을 나선다. 새벽 산책길은 정말 늘 만나도 새롭다. 신선한 공기와 그리움처럼 피어나는 하얀 안개 등 비가 온 뒤라서 산뜻한 공기까지 청결하다. 5시에 시작되는 산책길은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이어진다. 종종 산책 코스를 바꾸어서 동네 한바퀴 돌다 오기도 한다. 
 
 
오늘 아침은 마음이 닿는 곳으로 발걸음이 떼어졌다. 아니 모락모락 아침 연기 올라오는 신기부락으로 강아지와 산책길에 나섰다. 세상에 요즘 세상에도 땔감으로 아침 밥을 짓는 집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 아침 밥 짓는 연기가 향수처럼 나를 신기부락으로 이끌었다. 
 
 
신기 부락은, 부산 청사포에 있는 옛 마을 이름이다. 청사포는 아름다운 어촌이다. 이 산책길은 어쩌다 오는 길이다. 밥 짓는 연기에 홀려 신기부락까지 내려왔다. 큰 거목의 소나무가 서 있는 신기부락, 삼백년 소나무가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서 있다.
 
 
군데 군데 채마밭도 있고, 하얀 찔레꽃 향기도 코를 찔렀다. 새벽 어둠 속에 본 하얀 찔레꽃은 시집 간 셋째 누나 생각을 하게 했다. 누나는 찔레꽃을 무척 좋아했다. 이제는 자형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셋째 누나, 아기를 낳지 못해서 전처의 아들 하나 키웠지만, 그 아들과는 소원해서 시골에서 혼자 농사 지으며 하숙도 치는 누나 생각에 그저 해가 뜨는 줄 모르고 찔레꽃 향기에 취해서 멍하니 서 있었다.
 
 
바다가 환히 보이는 바닷가, 채마밭을 가꾼 시멘트 낮은 담장에다 누가 하얀 페인트로 시의 제목처럼 '바다 가는 길 없다' 고 적어 놓았다. 바다 가는 길이 없다 ? 혼자서 중얼거리며 생각하니, 바다 가는 길은, 없는 것이다. 새벽길 속에 많은 길들이 새벽길이 되는 것처
럼.
 
 
하루 24시간 중 가장 나에게 소중한 시간은 새벽이다. 새벽의 2시간을 위해 내 하루가 있는 듯 소중한 새벽 산책길. 오늘 산책길에서는 너무 많은 풍경을 만났다. 삼백년 산 소나무 한 그루와의 조우처럼… 늘 만나지만 보지 못한 진귀한 풍경을 만나기 위해 앞으로 더 일찍 일어나 새벽의 풍경을 일상처럼 만나야겠다.

태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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