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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석가탄신일날 사진동우회인 창원DSLR클럽(www.cwdslrclub.kr) 회원들과 함께 함안으로 향했다. 저녁에 열리는 '함안읍성 불꽃낙화축제' 촬영에 앞서 원북역으로 향했다.

 

원북역은 작년 4월 벚꽃필 무렵 처음 찾은 후 1년새 벌써 5~6차례 다녀오면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간이역이 되었다.

 

원북역은 4계절의 변화를 모두 담을 요량으로 틈틈이 다니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원북역 인근의 철길 건널목 옆에 자리한 이팝나무에 쌀밥같은 꽃이 만개해 다시 찾았다. 5월초에 왔을 때는 이팝꽃이 조금밖에 안 피었는데, 이제는 활짝 피어나 기찻길 주변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이팝나무는 암수딴그루로 5~6월경에 꽃이 피는데, 경남지방은 5월 초~중순경에 쌀밥같은 하얀꽃을 피운다. 그래서 쌀밥나무라고 불리기도 하며, 꽃이 활짝 필수록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원북역과 약 200m 정도 거리인 철길 건널목 바로 옆에서 300여 년의 생을 이어가고 꽃을 피우고 있는 이팝나무는 현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교통표지판이 나무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꽃이 만개한 풍경이 가려져 옥에 티로 남는다.

 

그런가하면 이팝나무는 교통표지판을 가려버린다. 철길 건널목 쪽에서 바라보게 되어 있는 교통표지판인데,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세워져 있는 것도 그렇고 나무에 바짝 붙여 세워놓아 잘 보이지도 않는다. 표지판은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면서 멋진 경치만 망가뜨리고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새로이 설치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팝나무 옆에는 느티나무 3형제가 나란히 늘어서 있어 철길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여유롭다.

 

 

이팝꽃이 핀 철길 건널목을 경운기가 지나가는 모습에서 이곳이 농촌임을 실감하게 된다. 평소 조용하던 간이역이 클럽 회원 15명이 찾아와 계속 눌러대는 셔터소리에 다소 부산하다. 그런데다 황금연휴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체증으로 국도로 우회하는 차량이 많다보니 끊임없이 차들이 지나간다. 평소에 볼 수 없는 고속버스도 수없이 이곳을 지나쳐 가는 걸보니 고속도로가 여간 막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주변 풍광을 촬영하다 열차가 들어올 시간이 다 되어서는 포인트가 되는 자리에 모여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빠앙, 빠앙"

 

철길건널목 앞에서 요란한 기적소리를 울리던 기차가 이팝꽃이 만개한 나무와 느티나무 3형제 옆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순간 15대의 카메라에서 나오는 셔터소리가 기차소음을 삼킬 듯 이어진다. 이번 열차는 간이역인 원북역에 서지 않고 통과하는 기차라 반대편으로 빠르게 멀어져 간다.

 

기차가 지나간 후 서산서원 옆에 있는 도로변의 기찻길로 이동했다. 약 10분 후 반대편으로 기차가 지나가는데, 완벽한 S라인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열차시간이 지나도록 기차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바로 앞의 열차는 제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했는데, 이번 열차는 약 4분 후에 도착했다. 원북역에 잠시 정자한 기차는 S라인 위로 스믈스믈 몸을 틀며 서서히 빠져나갔다. 한번 멈추었다 출발한 탓에 속도가 다소 늦어서 한결 여유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역시나 원북역 주변의 많은 풍광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 S라인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나는 풍광이다. 많은 회원들이 멋있다고 하면서도 카메라의 LCD창에 나타난 결과물을 보고는 아쉬워한다.

 

이제 이팝나무 옆에 있는 채미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서산서원은 그냥 지나치고 도로변에 자리한 '충의공 대소헌 조정도선생 열녀등정부인 정의이씨 쌍절각' 앞에 섰다. 쌍절각 옆을 지키고 서있는 두 그루 소나무가 조정도 선생과 부인인 정의이씨의 충절과 기개를 잘 보여준다.

 

도로를 따라 몇 걸음 더 나아가자 채미정이다. 정자 안의 500년생 은행나무는 푸른잎사귀가 돋아나 초록의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은행나무는 11월 초~중순경이 되면 황금빛 단풍물결로 또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줄 것이다.

 

이곳은 생육신인 어계 조려가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하자, 낙향하여 고사리와 나물로 연명한 백이숙제의 뜻을 따라 이름을 채미정이라 짓고 은거하던 곳이다. 어계 조려 선생은 낙화축제가 열리는 무진정에서 후진 양성을 하며 여생을 보내던 무진 조삼 선생의 할아버지다.

 

채미정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는 어계 조려 선생이 살던 어계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정자 이름이 필자의 첫사랑과 닮아서인지 더욱 정감이 간다. 채미정에는 모두 3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가운데에는 채미정, 오른편에 백세, 왼편에는 청풍이라 쓰여있다.

 

채미정 앞에는 네모반듯한 연못이 있고, 연못 가운데로 아치형의 다리가 지나고 있다. 정자 뒤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데, 그 위에도 조그마한 정자가 있다. 채미정 뒤쪽 언덕은 청풍대라 불리는데, 4월초 벚꽃이 만개할 무렵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S라인 기찻길 뒤로 청풍대의 벚꽃과 어우러진 풍경이 원북역의 제1 비경이라 할 만큼 으뜸이다.

 

찾아가는 길 : 남해고속도로 군북IC -> 군북시내 우회전 진주방면 -> 서산서원 -> 채미정 -> 원북역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S라인, #원북역, #함안, #기차,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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