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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둘째 아이 생일을 앞두고 고등어도 사고 미역도 사고. 아내가 미역국에 넣을 소고기를 고른다. 한우. 국거리 100g에 4800원. 흐미, 비싸군. 손바닥만 한 덩어리 하나에 1만5000원. 그래도 미역국에 한우를 넣어야 제 맛이라나….

 

옆에 긴 줄이 서 있다. 뭔지도 모르고 덩달아 섰다. "청정지역 호주산 소 불고기가 타임 서비스로 100g에 천원!" 한참 긴 줄 끝에서 만원어치를 샀다. 한우보다 서너 배 싼값이다. 원래 100g에 1400원 하던 것을 1000원 주고 샀으니 돼지고기보다 싼 값이다.

 

싸다는 이유로 정권에 감사하며 먹으라고?

 

이명박 정부는 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이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한단다. 그럼 미국산 소고기는 얼마나 쌀까? 100g에 300원 500원 700원 할까? 아무리 마트 가격이라지만 한우 소고기 등심 같은 것을 배불리 먹을 정도로 산다면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호주산 소고기를 사고, 또 때로는 돼지고기를 산다. 빠듯한 주머니지만 그 정도 가격에 만족한다.

 

이 정부는 100g에 1000원 정도하는 호주산 수입 소고기도 못 사먹을 서민을 위해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려는 것일까?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속에서 거지가 다 된 서민들은 호주산보다 더 싼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기다리는 것일까?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산보다 싸다는 이유로 정권에 감사하며 먹을 서민은 얼마나 될까?

 

안전하지 않다고 한다. 왜 안전하지 않다는 미국산 소고기를 서민의 먹거리를 위한다는 치졸한 명분을 앞세워 수입하려 하는가? 이 정부는 미국에서 먹지 않는 소고기도 수입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인가? 이런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불고기를 외국인들 앞에 내놓는다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는 이제 그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싸면서 질 좋은 제품을 찾아보면 없지는 않겠지만 미국산 소고기에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는 싸다는 명분만 내세워 품질 기준은 완화했다. 비지떡은 맛만 없지만 이건 돌이킬 수 없는 질병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꺼리고 수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을 남이 안먹는 고기를 먹는 신세로 전락시키지 마라. 국민이 원하는 건 안전한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이다. 싼 것만 찾는다면 납덩이 든 꽃게가 대수겠는가? 물들인 고춧가루,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 농약 성분이 든 참기름. 이런 것들도 전부 양성화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위해 들여왔다고, 선택은 국민이 하라고 하면 그만 아닌가?

 

경제를 살린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주머니가 비어있는 서민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고 일자리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돈 없는 서민을 위해 안전하지도 않은 소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질 좋은 한우를 가끔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주머니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부자만 질 좋은 한우를 먹고 서민은 우려스러운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야 하는 세상은 누가 뭐래도 좋은 나라라 할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고기와 꼬리곰탕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에게 자랑스럽게 한우로 만든 안전한 음식임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미국산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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