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 미안하다. 앞으로의 국면은 더 이상 청소년들이 끌고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전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 문제는 특정 시기와 지역,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가 미봉책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다."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절박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 국민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좌우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배후세력이 조종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토로했다. 향후 수십년간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식탁과 직결된 문제인데 어떻게 방조할 수 있겠냐며 기성세대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 송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송 변호사는 "장관고시가 일단 연기된 10일간 정부와 미국은 합의문 5조 변경을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독소조항은 손대겠지만 법률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이 된다면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기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마치 가트(GATT)의 20조 B항을 원용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명시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즉각적으로 수입중단을 취하는 것이 가트 20조에 따른 권리'라고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상은 정말 초등학생이 한 것보다도 못한 것"이라며 "한번 거짓말 한 것을 거짓말로 메워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굉장히 염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2차례로 나눠 싣는다.
"장관고시 연기는 청소년들이 얻어낸 의미 있는 성과"
-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가 일단 7일~10일 연기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장관고시 연기는 청소년들이 얻어낸 의미 있는 성과다. 전혀 꼼짝하지 않았던 정부가 움직인 것은 전적으로 청소년들의 노력이자 성과라고 본다. 지금 정부는 미국과의 합의문 5조에 대한 변경을 협의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고시를 연기하겠다는 순간 100% 동일한 고시로 공고하지는 못할 것이다. 즉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중단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한 독소조항을 손댈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로 변경하자는 협의가 있은 후에 장관고시를 연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합의문 5조에 대해 어떻게 손을 볼 것이냐. 이것이 아마 향후 10일간의 핵심이 될 것이다."
- 미 무역대표부 수전 슈워브 대표는 한승수 총리의 담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 맥락대로 해석하자면 큰 의미 없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문항을 바꾸더라도 법적 효과는 없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안을 짜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분명히 합의문 5조의 내용은 달라지겠지만 실제 효과는 사실상 없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통제 등급 판정에 대한 변경이 있어야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안은 어느 정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안 옆에 '한국이 가트나 위생검역협정에 따른 국제적인 권리 행사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표현을 넣지 않을까 싶다. 드러난 협정문은 바뀌지만 결과적으로는 효력이 없는 쪽으로 간다는 얘기다."
-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발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가.
"그렇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에서는 즉각적으로 수입을 중단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조치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처음으로 풀렸던 것이 한미FTA 4대 선결조건을 통해서였다. 이 상황에서 단지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즉각 수입을 중단한다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왜 그런가.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한국보다 광우병 통제 등급이 높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국은 광우병 통제국가이나 한국은 광우병 위험 미분류 국가이지 않나.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수입 중단을 하지 않았다. 법률적 의미로 보면 한국을 쇠고기 수출국가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가장 고강도의 검역 수단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이유로 고강도 검역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합의문에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명시해야"
- 가트나 세계무역기구 조항을 원용토록 명시한다면,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이 있는 건가.
"정부는 마치 가트의 20조 B항을 원용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설령 합의문에서 가트 조항을 원용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20조 B항의 요건을 미국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합의문의 효력을 발생시키려면 단순한 원용 문구로는 안 된다. 명시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즉각적으로 수입중단을 취하는 것이 가트 20조에 따른 권리'라고 인정돼야 한다.
지난 4월 18일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잘 통제될 것이기 때문에 수입중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가트 조항대로 할 필요성이 없다고 발표해놓고 그 조항을 원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제시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협의문 안에 명시돼야만 수입중단 조치를 취해도 미국의 이의제기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합의문 5조가 어떻게 수정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정부와 미국은 합의문 변경에 대해 구체적인 작업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나 단지 막연하게 수전 슈워브가 말해온 정도로 하는 것은 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안 된다. 정말 미국이 양해하도록 하려면 문항 자체에 한국이 수입 중단하는 것은 가트 조항에 따른 적법한 권리 행사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안 되면 5항이 설사 바뀌었다 하더라도 전혀 달라진 것은 없다."
- 현실적으로 재협상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가능할까.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국면은 청소년들이 계속 끌고 갈 수 없다. 이제는 전 국민이 나서야 한다. 전 국민이 조직적으로 요구하고 또 요구하면 재협상은 반드시 된다고 확신한다. 이 문제는 단지 특정 시기, 지역,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국민이 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쇠고기가 들어와서 유통된다면, 이 문제는 항상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결코 현 정부가 미봉책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행동에 달려 있다.
미국 입장에서 봐도 우리 국민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있은 뒤 수입재개가 된 이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5만톤 정도 밖에 소비가 안 됐다. 국민개개인의 행동과 선택이 이번 사태 해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가령 들어온다 해도 우리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절대 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 어제(14일) 청문회에서 나온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미국 축산업계 홈페이지에 이미 이번 협상내용의 골격이 2~3개월 전에 나와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청문회장에서 굉장히 놀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날짜까지도 미국 축산협회가 미리 알고 있었다. 우리 국민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조차 협상전략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 것을 본다면 이런 중요 정보를 상대측 이해당사자만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우리 정부시스템에 우리 이익보다 상대측 이익을 대변하려는 흐름이 일부 존재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 이것을 바로잡지 않은 상태에서 국익이 추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한 국가로서 다른 나라와 대등하게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기본적 자격에 심각한 흠결이 있는 상태로 보인다."
"기망에 의한 계약으로 판단하고 협상 파기할 수도"
- 이번 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우리처럼 어처구니없는 협상으로 국민적 저항이 거세져 재협상에 나선 국가가 있나.
"아마 다른 나라 사례도 없진 않을 것이다. 남미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러나 세계 12대 통상국가에서 통상에 관한 협상에 대해 시작부터 이후의 대응방안까지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두뇌가 어디에 있는지, 이 국가를 운영해가는 핵심 역량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극히 의심스럽다. 만약 총체적 시스템이란 것이 존재했다면 처음에 이런 식의 협상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고 이것에 대한 대응 계획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초등학생이 한 것보다도 못한 협상결과다. 한번 거짓말 한 것을 거짓말로 메워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굉장히 염려스럽다. 그래도 우리는 정부를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허술하고 대책 없는, 아마추어보다 못한 모습이 정부의 실상이라면 우리 국민의 불안은 너무도 클 것이다. 이는 특정정권을 비난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자성적으로 돌아봐야 할 상황이다."
- 송 변호사도 협상파기를 주장한 것으로 안다. 국제법상 협상파기는 불가능한 건가.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검역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합의한 계약서는 찢을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정식으로 장관고시를 공고하지 않는다면 계약서는 효력이 없다.
청문회에서도 밝혀졌듯이 미국은 정말 중요한 사료조치에 대해 불과 일주일 후의 공고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것은 아파트가 일주일 후에 경매될 예정이었는데 이것을 주인이 말하지 않고 계약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즉각 파기할 수 있는 경우다.
비엔나 조약 49조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 전혀 문제 안 된다. 미국이 작성한 합의문은 최종단계의 사료조치를 설명했다고 나와 있고, 곧 미국의 사료조치가 공고될 것이란 걸 알고 협상했는데 막상 보니 애초 입법에 10% 정도 되는 대단히 후퇴한 안이라면 기망에 의한 계약으로 판단하고 파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야 3당이 낸 고시효력정지가처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나름대로 여러 판단을 해서 했을 일이기 때문에, 제3자가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염려가 된다. 이 문제는 몇 사람의 법관에게 던져 놓아도 좋을 그런 문제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행정 시스템, 입법부의 역할,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를 능동적으로 발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고시가 연기된 만큼, 가처분 신청도 취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입법부가 속히 특별법 제정 절차에 구체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한국 검역기관이 미 도축업자에게 영향력 행사 못하게 돼"
- 민변은 어제(14일) 국회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를 청원했다. 모두 18개 항으로 정리됐는데, 어떤 내용인가.
“핵심 내용은 4가지다. 첫째, 광우병 위험요인의 첫 출발인 변형 프리온을 유발하는 사료 사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즉 광우병 위험을 대비하는 첫 단계인 사료조치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 공고한 사료조치를 보면 30개월 미만은 뇌와 척수 등을 동물의 사료로 쓸 수 있게 했다.
둘째, 광우병 위험부위에 대한 수입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를 요구했다. 사료조치로 인해 방화벽을 쳤다면, 그 이후에 취할 방화벽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제한한다는 검역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소에게 변형 프리온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처다. 30개월 제한을 푼 것은 광우병 검역의 본질적인 장치를 허문 것이다. 과연 30개월 제한을 풀어도 괜찮은 과학적 근거가 뭔지, 이것에 대해 우리가 미국에게 물었어야 한다. 30개월 미만의 경우에도 불과 얼마전에도 위험부위였던 게 왜 이제는 아니게 됐는지 묻고 싶다.
셋째, 미국 정부에서의 검역이 적절한지, 또한 공식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물을 것이다. 한국으로 넘어오기 전에 미국 정부에서 1차적으로 검역 증명서를 끊어 줘야한다는 의미다. 이는 광우병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미국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월령제한을 풀어주면서도 검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보장은 면제한 것이 우리 정부의 발표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검역과정에서 광우병 통제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합의를 봐야할 상황에서 왜 월령제한을 빼줬는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넷째, 앞의 3단계 방어벽은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 후에는 한국 검역당국의 조치에 대해 물을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들어온 쇠고기 중 광우병 위험부위의 제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문제다. 광우병 위험부위가 들어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문제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제품이 30개월 미만인지 아닌지에 대한 표시가 확실히 돼야한다. 그 표시가 안 돼 있으면 미국에서 어떻게 도축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을 보면 기간에 대한 표시 자체가 안 되게 되어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광우병 위험부위가 들어 있었다고 치자.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 검역조치가 신뢰를 얻으려면 당연히 이것을 못 들어오게 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해당 도축장의 물건도 반송시킬 수 없게 해 놨다. 광우병 위험부위가 나오면 해당 도축장의 수출 표본검사비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다.
물론 2차례에 걸쳐 같은 도축장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나온다면 그때는 해당 도축장에서 한국에 수출을 할 수 없도록 해 놨다. 지금은 한 개만 발생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다 막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한 도축장에서 2번에 걸쳐 광우병 위험물질을 실어 보내지 않는 한 절대 중단조치를 할 수 없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즉 미국의 도축업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전에는 우리 정부에서 뼛조각까지 걸러내며 검역을 했고, 그래서 미 도축업자들은 뼛조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정부는 간접적으로 미 도축업자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문이 발효된다면 더 이상 한국의 검역기관은 미국의 도축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수입위생조건이라면 더 이상 한국의 검역을 통과하지 못하는 쇠고기는 없을 것이 아닌가."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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