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지 말아요. 제발 아무것도 아닌 척 하지 말아요. 아무 것도 아닌게 아니었잖아요. 몸은 이미 알고 있는 걸요. 용기 있다는 격려의 말을 듣고 싶어요. 용기 있다고 말해주세요.” 6살 때 강간당한 상처를 30년 만에 드러내며 섹슈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퍼포먼스 ‘몸은 알고 있어요(Body knows)'는 제 10회 ’안티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격려의 박수를 받은 참가대상 작품이다.
페미니스트 여성잡지 이프가 주최하는 대안문화운동으로 미스코리아 대회를 지상파 방송에서 몰아내고,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 내 양성평등 역사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된 대표적 여성문화 운동 ‘안티 페스티벌’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1999년 ‘ 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라’는 주제로 시작된 신명나는 여성문화 마당 ‘안티 페스티벌’은 문화행사를 통해 미스코리아 대회를 공중 지상파방송에서 몰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후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과 소수권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바꾸기 위해 매번 기발하고 새로운 안티주제를 가지고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며 문화를 통한 의식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제10회 ‘안티페스티벌’은 그동안 가부장적 사회 전반에 걸쳐 왜곡되었던 역사 속 여성인물들과 여성관, 여성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려는 의도로 'Go herstory, Stop history' 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으며 지난 10년간 여성사와 여성문화를 되돌아보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여성계의 대모며 여성운동사의 산 증인인 이효재 선생께는 여성 모두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사람 상’이 주어졌고, 싱글맘을 선언한 방송인 허수경, 레즈비언 국회의원 출마자 최현숙, 피우진 중령, 다문화 가정주부인 필리핀 여성, 북한이탈 여성 진녀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다름과 다양함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엄을순 이프 대표인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주제로 도약을 시작하는 10회 ‘안티페스티벌’을 문화일보홀에서 다시 열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미스코리아대회 없앤 것은 내 인생의 긍지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여러분들이 다 함께 이루어 낸 일이다. 아직도 ‘안티페스티벌‘의 ’안티(Anti)‘라는 말에 대해 안티를 거는 사람들이 있지만 세상의 모든 일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 바로 그 다양함과 다름을 수용하는 사회야말로 바람직한 진화를 이루어가는 사회가 아니겠느냐? ‘안티페스티벌’이야말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그 다른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자는 멋진 대안문화 운동이다."그렇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안티 정신으로 신명나게 웃고, 가부장제 틀이 채운 족쇄를 과감히 풀어 고정관념을 확 뒤집고, 서로 다른 너와 내가 어우러져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며 투쟁이 아닌 화합의 정신으로 세상을 멋지게 바꿔나가는 힘이야말로 바로 ‘문화’가 지닌 힘이다.
문화의 힘으로 바꿔 낸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바라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여남노소 모두 어우러져 자신들의 틀을 깨고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데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는 ‘여성성(Female), 감성( Feeling), 상상(Fiction)’의 ‘3F’ 시대라고 정의했다.
여성성을 바탕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감성으로 세상의 모든 고정관념을 깨며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이브들의 신명나는 문화혁명의 현장 'Go Herstory, Stop history'에서 여자들의 새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Go herstory, Stop history!
덧붙이는 글 | 문화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대안문화축제 안티페스티벌 제 10회 행사는 1회 ‘안티미스코리아대회’가 열렸던 문화일보 홀에서 2008년 5월 16일 늦은 7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Go Herstory, Stop history'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