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허설희

관련사진보기


올해 나이 49세인 김금순씨는 요즘 한창 새로운 것을 배우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재 대학교 3학년인 큰딸과 고등학교에 입학한 작은딸을 교육 시키느라 회사에 다니며 맞벌이 생활을 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야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바로 우리 엄마 이야기다.

"회사 다니면서 운동했던 때랑은 차원이 달라."

요즘 김금순씨는 스포츠댄스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어릴 때부터 춤 잘 추는 사람을 동경해왔다는 그녀는 항상 자신은 몸치라는 생각에 춤 출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또한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첫째 노릇을 하느라 춤추고 싶다는 생각은 그녀에겐 허상과도 같았다.

그런 그녀가 스포츠댄스를 처음 배우게 된 것은 작년 겨울, 회사 동료들을 통해서였다. 다니던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이른바 백수가 된 그녀는 아직 학생인 자식들 교육 걱정에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즐겁게 살자'는 좌우명을 되새기며 이렇게 된 김에 쉬는 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워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회사 동료들이 다니고 있던 사회복지관 스포츠센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스포츠댄스를 가르쳐준다는 말에 서둘러 등록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스포츠센터에서 얻어온 비디오를 집에서도 계속 돌려보며 연습하는 등 젊었을 때의 열정을 다시 찾게 되었다.

스포츠댄스를 배우며 또 하나의 욕심이 생긴 것은 바로 컴퓨터. 평소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그녀는 배워보고 싶어도 항상 컴퓨터 앞에 눌러 앉아 있는 두 딸 때문에 컴퓨터와 자신은 아예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꼭 컴퓨터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바로 스포츠댄스 선생님이 스포츠댄스 교본을 워드로 작성해오면 수강비를 반이나 깎아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딸들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이 깍쟁이 딸들은 도무지 해주지를 않았다.

그렇게 컴퓨터를 꼭 배워야겠다는 독한 의지가 생긴 김금순씨. 그날부터 그녀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차근차근 컴퓨터를 배웠다. 그리하여 시작된 자신과의 긴 싸움. 이와 함께 두 딸들의 핍박까지. 하지만 그녀는 그 시련을 이겨가며 일생 동안 친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컴퓨터와 조금씩 친해져갔다.

"컴퓨터를 할 줄 알게 되니까 스포츠댄스 동영상도 찾아볼 수 있고, 어디서 무슨 대회가 열리는지도 쉽게 알 수 있어서 아주 좋아"라며 즐거워하는 그녀는 "무엇보다도 딸들 무시 안 받고 나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거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지"라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적지 않은 여자 나이 49세.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한창의 나이인 듯하다. 그런 그녀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즐거운 인생을 사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가족 인터뷰> 응모글



태그:#가족 인터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