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연(26)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그녀가 20세때 출전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통해서다.
당시 그녀는 '가려진 마음'이란 곡으로 은상을 받게 되었고, 그 모습을 지켜 본 가수 이적과 음악에 대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는 봄여름가을겨울, 이적, 이한철, 송홍섭 등과의 공연에서 세션을 맡으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2007년 3월에 첫 앨범인 <Imagination 想像>을 내놓게 되었다. 그녀의 앨범은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대중음악/문화 비평웹진 <가슴>의 박준흠 편집장은 "2007년에 조연희(뭄바트랩), 지은, 임주연 등 주목할 만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며 "임주연은 실용음악과 출신 뮤지션으로서 음악창작면에서 발군의 재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각종 매체에서 임주연의 등장에 환호하고, 그녀의 음악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녀는 소위 인디음악으로 분류되는 토대 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작년 3월에 첫 앨범이 발표되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며 어떤 음악을 준비하고 있을까? 따스한 햇볕이 한창인 5월에 그녀를 만나보았다.
- 1집 앨범이 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요. 1집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1집 앨범은 오랜 계획 하에 이뤄진 작업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에 의해서 갑자기 작업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유롭게 작품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좀 더 세심하게 앨범을 만들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쉽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앨범을 만들면서 느껴볼 수 있는 여러 입장들을 확실하게 만끽해보지 못하고 마감을 해야 했던 점들이 아쉬워요."
- 2집 앨범과 관련된 질문인데요. 곡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하셨는데, 새로운 곡들에 대한 설명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곡 제목이라도요. 본인이 지금 생각하기에 2집 앨범은 어떤 색깔을 띠게 될까요? 1집과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저는 제목 짓기가 늘 어려워서 요즘 써놓은 신곡들은 다 제목이 없고요. (웃음) 제목은 제일 최후에 짓는 편이에요. 그냥 신곡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계절에 대한 노래도 있고, 감정 선상에 대한 다짐 같은 노래도 있어요. 1집의 곡들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좀 더 순간적인 느낌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거죠. 1집이 지난 일기를 들추는 느낌이었다면 2집은 현재의 나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 느낌일 것 같아요. 아님 말고요. (웃음) 색깔은 조금 더 선명한 색을 띠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현재 우리의 음악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이제 우리는 음악 시장은 거의 사라졌고, 연예인 사업만 남았어요. 그래도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아예 비즈니스 쪽에 끈이 없어져버리니까 정말 상관없이 작품에만 열중하는 게 되는 것 같아요."
- 예전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음악 시장에서 주류가 아니어야 하는 게 주류잖아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죠?
"요즘 음악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주가 아니잖아요. 음악성이 있는 게 주류가 아니라 쇼적인 면이 더 주류로 취급받고 있죠."
- 요즘 주류에서 활동하는,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들의 직업도 가수로 분류되는데요.
"저는 그 분들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가수라고 하더라도 곡을 받아서 그것을 표현하는 입장이라면 좋은 작품을 찾아다닐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 분들은 그런 걸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쇼를 위한 아이템을 찾고 있을 뿐이지요. 저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보통 사람들이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음악성을 좀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인데.
"곡을 받아서 노래를 하는 가수라도 자신이 정말 공을 들여서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곡을 쓸 줄 알아야 더 좋은 가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곡을 쓰지 않아도 훌륭한 가수들이 많죠."
- 제 생각에 현재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정말 어렵긴 하지만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해서 인디 뮤지션들이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하는 그 분들이 우울해하기만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면 (음악 시장이) 정말 우울했을 텐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기 할 일들을 알아서 잘 하시고, 그런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한다면 다른 부업을 하면서 돈을 벌면 되는 거고요."
- 취미가 영화감상인데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 뭐가 있나요?
"너무 많은데요. (웃음) 아, 비디오 가게 폐업할 때 샀던 영화들 얘기하면 되겠네요. 매그놀리아, 바그다드 카페, 레옹, 그랑 블루, 화양연화, 2046, 디 아워스, 또 뭐가 있지? 진짜 많은데……. (웃음) 한국 영화 중에선 알 포인트 가장 좋아해요."
- 스매싱 펌킨즈, 패닉, 이적, 봄여름가을겨울을 좋아한다고 했는데요. 그밖에 또 좋아하는뮤지션들은 누군가요?
"비틀즈요. 그리고 다 좋아서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웃음)"
- 혹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같은 데 출연할 계획은 없나요?
"저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성향에 안 맞을 것 같은데요? (웃음) 아직 계획이 없어요."
- 저 같은 경우는 창작자의 입장이 아니라, 그 창작물들을 소비하는 입장인데요. 저와 같은 입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음악과 영화들 중에 양질의 것을 가려주는 평론가의 역할이 꽤 긍정적으로 다가오거든요. 하지만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에 대해 평론가는 단지 몇 번 그것을 감상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잖아요. 음악평론가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요?
"제 입장에서는 평론가들이 무슨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메신저 같은. 그 분들이 주의해줬으면 하는 건, 그 분들이 큰 파급 효과를 갖고 있으니까 너무 주관적으로 이게 맞고 이게 틀리다 식의 단언은 피해줬으면 해요. 나의 단상은 이렇다 식으로 까지만 해야지, 이건 정말 잘못됐다 식의 확정은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걸로 자신의 지위를 결정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되죠."
- 예전에 자신의 음악을 한다고 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비해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연을 통해 에너지를 얻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요즘은 안 그래요. 그 때 제가 앨범 처음 내고 과도기에 있었을 때라서요. 그 때는 앨범만 내면 뭔가가 마구 따라올 줄 알았어요. 제 손에 쥐어질 줄 알았죠. 그러나 그건 저의 큰 오산이었고요. 현재 한국의 음악 시장이 잘못되어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제가 생각을 잘못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 지금 홍대 클럽들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래를 하고 싶은가요?
"그럼요. (웃음) TV든 클럽이든 무대에 선다는 건 같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제가 더 좋아하는 건 클럽 무대이겠지만요. 왜냐하면 TV를 보는 사람들은 TV를 보는 것이거든요. 음악을 주의 깊게 듣는다기 보다는요. TV 프로그램 만드시는 분들이 음악성에 집중해서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우는 게 아니잖아요.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괜히 그걸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그 무대에 서는 사람들도 자기 작품을 진심으로 전하기 힘들고요. 클럽 공연은 리모컨 채널 돌리다가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관심 있어서 찾아오는 관객들이고, 그런 분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면 훨씬 보람이 있죠."
- 노래방에서 본인의 노래를 불러본 적 있나요?
"아니요. 제가 노래방에 잘 안 가서요. 어쩌면 제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음악을 놀이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제 같은 경우도 홍대에 여러 연주자분들이 악기를 들고 나오셔서 거리에서 노래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연주하고 술도 한 잔 씩 하고 그랬는데, 저는 그런 게 안돼요. 약간 문제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자유롭게 소리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무겁게 생각한다고 볼 수도 있잖아요. 아직까진 이런 시간을 더 가지고 다진 다음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본인을 가수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가수라고 하긴 좀 그렇고요. 연주가나 작곡가도 아닌 것 같고요. 아주 모호한 것 같아요. 1집을 발표하기 전 까지는 연주자였을 뿐인데, 앨범 내고 나서 노래를 하고 곡을 쓰는 사람으로 무대에 서니까 싱어송라이터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저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픈 사람이 됐고, 아직 그러기엔 제 역량이 부족해서 모호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싱어송라이터라고 해야겠지요."
-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여러 소재들에 대한 조금은 신선한, 또 다른 해석이나 표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 마음의 어두운 상처 같은 부분이 제 음악을 통해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제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얘기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음악과 생각을 하는 임주연에 대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임주연은 소위 말하는 인디뮤지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홍대 클럽 어딘가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그녀는 단지 하나의 정규 앨범만을 발표한 신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녀가 갖고 있는 삶의 무게란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슬프게, 때론 발랄하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음악을 빚어내는 솜씨는 그녀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게 만든다. 그녀의 다음 앨범이 발표되는 순간 그녀가 진정한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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