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이 일어나면 어김없이 '사형제' 존속 주장이 불거진다. 사형제가 폐지되면, 체포되더라도 자기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범죄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인권단체 등은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를 불신하며, 사형제 자체의 비인간성을 지적한다.
한편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 졸이는 것은 이러한 뉴스를 보고 듣는 일반 시민만은 아니다. 어느 때보다 형 집행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사형수들은 공포에 떨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사형수는 현재 58명에 이른다.
사형수들은 자신의 형이 집행될까 두려워 아침이면 '아! 죽었구나'하고 저녁이 되면 '아! 살았구나'하며 1년 365일을 매일 죽었다 살았다 하는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기독교계 사형제 폐지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문장식 목사(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가 2년 전에 낸 책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를 주말에 다시 한 번 들여다봤다.
이 책은 1983년부터 서울구치소 종교위원으로 활동한 문장식 목사가 쓴 사형장 일기이다. 서진 룸살롱 살인사건, "압구정동 야타족을 다 죽이지 못해 억울하다"고 했던 '지존파', 부녀자 납치 연쇄살인범 온보현 등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60여명의 최후가 담겨있다.
이들 중 일부는 죽음의 공포에 발버둥 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종교를 받아들인 뒤 잘못을 뉘우치고, 안구와 장기는 물론 몸 전부를 기부하며 마지막 선행을 하고 가려 한다.
어떤 이는 끝까지 억울한 사정을 주장하며 한을 품고 가기도 하지만, 오판으로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한 판사와 위증자의 죄를 용서하고 가는 모습까지 보인다. '흉악한' 이들이지만 평온하고 선한 모습으로 최후를 마치는 것이다.
문 목사는 이에 대해 "수년간 교화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처형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너무나 비인도적이어서 교화 자체마저 무의미해지는 그 허탈감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며 '교화' 시킨 뒤 '처형' 시키는 모순을 지적한다. 그는 나아가 "사형이 형벌의 한계를 넘어 신권에 도전해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끊는 또 하나의 살인(관제 살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존파 초대 두목으로 천주교에 귀의한 뒤 유언으로 "어머님께 자식 새길 간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긴 김기환은 법정최후 진술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크레파스를 살 돈도 없었지만, 담임선생은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고 때리기만 했다. 그때부터 세상 모든 사람이 미웠고 죽이고 싶었다"며 가난이 뼛속까지 사무친 듯 사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놓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에는 교화된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했지만, 그의 법정최후 진술이 가치 혼란 시대인 지금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저는 세상에서 배운 그대로 그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회가 없습니다. 나는 왜 내가 이 자리에 서서 단죄를 받아야 하며 내 죄가 왜 잘못된 것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세상이 가르친 대로 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