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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이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물풀 같이 허황한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난의 바다를 지나 그 바다 속 깊숙이 잠겨 있는 진주와 같은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루의 행복은 새벽에서 시작되고, 한 해의 행복은 정초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여행, 아침 산책은 하루의 짧은 여행의 초입. 이 짧은 아침 산책에서 긴 시간의 향기를 느끼기도 한다. 지난 20일은 어디로 산책할까 하다가, 구석기 시대부터 존재한 청사포 바닷가를 찾았다. 
 
새벽 바다에서 일출을 구경하기로 하고 해가 뜨기 기다렸다. 정말 새벽 바다에 만나는 바다의 일출은 장관이다. 그러나 막상 사진기로 잡으려면, 태양빛은 너무 눈이 부신 빛으로 흩어져서 아름답게 사진이 되기는 어렵다. 허나 오늘 만난 바다에서 솟구치는 일출은 그야말로 행운처럼, 그림 엽서처럼 아름다운 사진이 된 것 같다.
 
청사포구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송정 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구석기 시대부터 있던 포구이다. 그러니 청사포는 천년도 넘은 오래된 포구인 것이다. 청사포 가는 길은 달맞이 길 해송교 밑을 지나 있다. 청사리라고 불리고 새터마을이라고도 이름이 불리워진다.
 
청사포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는 정씨 부부가 이 마을에 살았다고 한다. 고기 잡이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정씨 부인이 소나무  두 그루를 심고, 그 나무에 의지하여 바다를 바라보았으나 수년을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부인이 남편을 학수고대 기다리던 바위가 망부석이고,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기댄 소나무가 망부송이라고 한다.
 
이후 주민들은 이곳에 사당을 지어 외롭게 죽어간 부인의 혼을 위로하며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모신다. 삼백 년이나 된 소나무 외에도 마을에는 수령 깊은 소나무들이 많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지,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키 큰 배 한 척, 그 배를 인도할 별 하나, 그리고
물결치는 키타퀴, 바람의 노래, 펄럭이는 흰 돛
바다 얼굴 위의 잿빛 안개와 동이 뜨는 잿빛 새벽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지.
<그리운 바다>-'메이스 필드'
 
청사포에는 유명한 다릿돌이 있는데 바다 속에 징검다리처럼 암초가 형성되어 미역을 많이 길러낸다. 매년 당산제와 4년마다 별신굿을 이 마을 사람들은 지낸다. 현재는 횟집이 늘어나 생선회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 달맞이길을 올려다 보면, <여명의 눈동자>의 김성종 작가의 '추리문학관'이 보이고, '동백아트 홀', '어울림 마당' 등이 환히 보인다. 반대로 달맞이 길에서 청사포를 내려다 보면, 하늘과 수평선이 경계가 하나도 없는 바다가 막막하게 다가온다.
 
청사포에는 구석기 시대의 유적으로 확인되는 망치돌, 받침돌, 다면석기 등이 채집되어서 한일문화교류와 문화전파에 귀중한 자료로 사용된다.
 
청사포의 지명 유래도 재미있다. 어부 정씨의 부인이 너무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것을 가련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그 정씨를 푸른 뱀으로 환생케 하여 부인에게 돌아오게 했다는 전설에 의해, 뱀 사(蛇)를 따서 청사포(靑蛇浦)라고 하였으나, 뱀 사자가 좋지 않다고 하여 이후, 청사포(淸沙浦)로 바뀌었다고 한다.
 
 

 

청사포는 전설의 바다이기도 하지만, 낭만의 바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낭만보다 진솔한 생활의 바다이다. 포구에는 거룻배와 멸치배와 통발선 등 많은 배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고 난다. 방파제에는 포장마차들이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청사포는 바다가 조용하고 아름다워 해운대 해수욕장 바다와 송정 해수욕장 바다와 다른 분위기와 정서를 가진 바다다. 이곳 어촌 마을은 그 옛날 혼인을 하면 마을 안에서 새 살림을 내어 주었는데, 그렇게 한 집 두 집 이루어져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잔잔한 바다의 물결처럼 한적한 갯마을이다.
 
동해남부선이 달리는 청사포는 농경지가 거의 없는 바다밭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간다. 이 바다에도 아주머니 어부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많다. 점점 힘든 일은 싫어해서 젊은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농촌이나 마찬가지이다. 갈매기 한 마리 고요하게 선회하다가 수평선으로 사라진 바다, 파도는 다시 철썩철썩 방파제에 와서 부서진다. 나도 이제 나의 생활의 바다로 출항을 할 시각이다.

태그:#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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