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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레온씨오는 오늘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긴 줄을 기다린다.'

갑자기 '유린타운'이라는 뮤지컬이 생각났습니다. 이 마을엔 물이 부족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반드시 공공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볼 일을 보게 되면, 바로 경찰들이 나타나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유린타운'으로 보내버립니다.

하지만, 이 글귀는 뮤지컬을 광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볼리비아에 실제로 살고 있는 레온씨오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엘니뇨 현상과 라니냐 현상으로 홍수를 입은 볼리비아의 체터끼지 난민촌에는 1천여 명의 난민이 모여 있어 언제나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한다고 합니다(월드비전 소식지 5+6월호 21쪽).

오늘 월드비전 후원 아동의 사진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존재조차 몰랐던 잠비아라는 나라,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카분다(KABUNDA)가 이제부터 제가 후원할 아이입니다.

카분다가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 좋아하는 놀이는 축구입니다. 그런데 건강 상태가 보통이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만약 평범한 한국 아이였다면, 건강 상태 좋음, 이러했을 텐데 '보통'이라는 두 글자 속에 많은 뜻이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금 짠합니다.

지난 달, 동생이 3번째 생일을 맞고는 자신도 이제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월드비전 해외아동후원 신청을 했습니다. 동생이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 때는 매달 기부를 했었는데, 아프고 나서는 사실 그렇게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힘든 항암 주사를 맞고서야 받을 수 있는 보험금으로 후원 신청을 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더 이상 후원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저보고 후원을 계속 해달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얼마 후 동생이 후원할 아이 사진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살고 있는 '쉬익'이라는 아이, 동생과 둘이서 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진 찍느라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은 모습,  긴장한 듯 꼭 다문 입술, 빨간 옷을 입은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동생이 내는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이 아이가 학교를 가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이 아이를 우리가 키우는 것 같은 그런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동생이 후원하는 아이 사진
 동생이 후원하는 아이 사진
ⓒ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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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맑은 눈을 보면서 저도 결심을 했습니다. 나도 한 아이가 공부를 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동생보다 조금 늦게 월드 비전 아동 후원을 신청했고, 오늘 아이의 사진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살고 있다는 잠비아라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이 아이에게 어떤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야할지 작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비싸지 않은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사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여기저기서 월드비전 후원 아동 사진을 보게 됩니다. 우리 동네 마트 안에는 작은 빵집이 있는데, 그동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월드비전 후원 아동 사진이 그 빵집에 있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 마트를 다닌 지 일 년도 훌쩍 넘었는데 그동안 보이지않았던 그 아이의 사진이 이제 눈에 들어오는 게 말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미니홈피에서 발견한 사진, 친구의 모습 한 귀퉁이에도 아이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자 하는 만큼 보인다는 게 여기서도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이만 원, 직장을 다니지 않는 동생은 보험금을 받아서 이 돈을 냅니다. 역시 직장을 다니지 않는 저는 오마이뉴스에 매달 적어도 잉걸 기사 10개를 적어야겠습니다.

뒤늦게 시작하는 초보 후원자여서 사실 이런 글을 적고 있다는 게 솔직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글이 또 한 명의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글을 적어봅니다.


태그:#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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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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