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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김주열(1943~1960) 열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20일, 마산 3·15아트센터 건물 바깥의 거리에서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은 "3·15, 4·19는 있는데 김주열은 어디 갔냐"고 외쳤다.

 

이들은 왜 노천에 사무실을 열었을까?

 

남원·마산지역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관계자 20여명은 20일 오후 6시 경남 마산시 양덕동 소재 3·15아트센터 앞에 모였다. 이 날 저녁 이주영·안홍준 국회의원과 황철곤 마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열기 직전이었다.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사무실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남원지역 인사들도 참석한 것이다. 개소식답게 가슴에 꽃도 꽂았다.

 

붉은색 지붕의 파라솔을 설치해놓고 거기에는 '사무실'이라는 팻말도 붙여 놓았다. 그 옆에는 작은 애드벌룬을 띄워 '노천사무실'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이 개소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한쪽에서는 3·15아트센터 개관식을 축하하는 풍물놀이가 열리고 있었다.

 

 

세금 640억원으로 지어... 김주열추모사업회 입주 못해

 

3·15아트센터는 국비 등 세금 640억원으로 지어졌다. 3·15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대극장과 소극장·전시실·국제회의장·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마산시립예술단 등 예술단체들의 사무실이 있으며, 3·15 관련 단체 중에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사무실과 자료실을 두고 있다.

 

마산에는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3·15 관련 단체가 4곳 있다. 4·19혁명회와 4·19혁명유족회는 마산시에서 내준 별도의 사무실을 쓰고 있지만,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는 열린사회희망연대 사무실에 더부살이하고 있다.

 

3·15아트센터 안에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사무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마산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재철 마산시의원은 지난 4월 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마산시민들에게 4·19혁명의 주인공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인물이 바로 김주열 열사"라며 "3·15아트센터에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신문> 등 지역 신문들도 같은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는 마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3·15아트센터 입주단체 결정 관련 회의록'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마산시는 통지서를 통해 "3·15아트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 중 청구한 내용의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만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마산) 회장은 "입주단체를 결정한 과정을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는 어떤 형식도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입주단체의 자격과 기준이 분명히 있어야 했고, 그 다음엔 적어도 입주단체를 심의·결정할 위원들이 있어야 했을 것"이라며 "그 결과에 대한 합당한 이유와 설명이 기록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위원회도 회의록도 없다고 하니 그렇다면 유령들이 결정했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3·15정신 압살하는 밀실행정"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는 이날 '3·15정신 압살하는 마산시 밀실행정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민을 무시하는 마산시의 오만한 작태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밀실행정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입주가 결정된 단체들은 충분한 입주자격을 가진 단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그러나 마산시가 자행한 행정상의 과오를 따지는 우리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심기가 불편해진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이런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행정을 거침없이 자행한 마산시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말해둔다"고 덧붙였다.

 

추모사업회는 "누가 들어도 당연히 고려되었어야 할 또 다른 단체들이 처음부터 제외되어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밀실행정의 폐해는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며 "3·15아트센터는 이름만 들어도 3·15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산시민의 자부심이 듬뿍 담긴 건물이다, 마산시는 이번 아트센터 입주단체 결정 과정에서 3·15 정신을 압살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추모사업회는 "사무실 입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은 3·15정신을 되찾는 일"이라며 "3·15정신을 말살하는 마산시에 항의하며 밀실행정의 관행을 뿌리 뽑을 각오로 이 자리에 노천사무실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추모사업회는 3·15아트센터 내 적당한 공간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만일 3·15라는 이름을 두고 기득권을 행세하는 자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민중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테이너 사무실 설치할 것 ... 마산시 '공간 없다'

 

김영만 회장은 "노천사무실은 임시로 사용하게 된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근무하지 못할 것"이라며 "3·15아트센터 안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마산 수정만 매립지 용도변경 문제와 관련해 주민 갈등이 빚어졌을 때 황철곤 시장은 그곳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사무실로 쓴 적이 있다"며 "3·15아트센터는 마산시 소유이기에 어디에서는 컨테이너 설치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철 회장(남원)은 "마산과 남원 추모사업회는 지역은 다르지만 같이 활동해 오고 있다, 마산~남원 사이를 이어 달리는 '186 김주열 대장정'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김주열 추모 50주기가 되는 2010년에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을 내걸고 이어달리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하는 단체의 사무실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마산시는 "3·15아트센터는 설계 당시부터 사무실 공간을 많이 두지 않아 입주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며 "예술단체 중심으로 입주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우리가 사무실을 할애하라 마라고 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오고 있다.

 

전북 남원 출생인 김주열 열사는 남원 금지중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 마산상고(현 용마고)에 입학했다. 그 해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실종되었던 그는 한달 뒤인 4월 10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어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태그:#김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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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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