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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가지가 4개인 산삼 집사람이 심마니에게 산삼에 관해 듣고 인근의 산을 4시간이 넘게 샅샅이 뒤져 계룡산 산신께 받은 선물
▲ 잎 가지가 4개인 산삼 집사람이 심마니에게 산삼에 관해 듣고 인근의 산을 4시간이 넘게 샅샅이 뒤져 계룡산 산신께 받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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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에게나 꿈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꿈이 없다면 나침판이 없는 항해 마냥 나아갈 방향을 못 잡을 것이다. 나는 이뤄야할 기간 별로 몇 가지 꿈을 정하고 가끔 돌아보기도 하고, 슬쩍 엿보기도 하면서 꿈이 이뤄지도록 애쓰며 살아간다.

나의 가장 크고 간절한 평생의 꿈은 잘 살고 잘 죽는 것이다. 스콧니어링(100세 되던 해 스스로 음식을 중단하여 본 자리로 돌아갔다)이 나의 모델이다. 얼마 전 삶의 지침서 마냥 옆에 두고 볼 요량으로 이들 부부에 관한 책을 3권(스콧 자서전, 헬렌의 소박한 음식에 관한 책과 헬렌이 스콧의 죽음을 도와주는 내용을 기록한 책)을 다시 구입하여 장서로 보관하고 있다.

지병 때문에 장수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퇴직 후 10년 정도 세월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산이나 들에서 구하는 약초(솔뫼 : 산에서 만나는 몸에 이로운 약초 148가지), 식이요법과 절제생활(최상현 : 산에서 살다), 참선을 통한 영혼의 자유(박희선 : 생활참선, 김홍근 : 참선일기), 친환경농사(후꾸오까마사노부 : 벼 한포기의 혁명)를 통한 노동의 실천 등의 성공사례와 과학 또는 통계적인 근거를 모아 정리하고 싶다. 물론 나 자신의 성공사례도 포함시키고 싶다.

5~7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꿈은 집과 정원이 서로 살아 상생하는 집을 짓고 싶다. 대목수 야 언감생심이 되겠지만 나는 내손으로 천편일률적이 아닌 흙과 볏집단을 버물린 썩 괜찮은 퓨전 한옥을 지을 수 있는 다기능 목수가 되는 것이다.

2~3년 이내에는 작년에 네팔의 가넨드라 국왕 하야에 얽힌 사회불안 때문에 좌절된 나의 히말라야 답사를 겸한 트레킹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금년 중에는 내년에 계획 중인 연구소 안식년 신청을 위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다. 금년 7월까지는 친구들이 가는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따라갈 수 있도록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는 일이며 이번 주말에는 무등산을 등산하는 친구들의 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몸을 추스르는 것이다.

요즈음은 건강의 재활이 나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모든 나의 꿈은 건강이 전제조건이다.

나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뜨면 맨 처음 하는 일이 살아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감사와 벽암록 제 6칙인 "운문이 말하기를 날마다 참 좋은 날이다."를 실천하기 위한 나날의 나의 꿈을 발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가 오면 날씨가 나쁘다하고 비가 그치면 날씨가 좋아졌다고 한다. 계속 해만 쪼이면 가뭄이 든다하고 비가 많이 오면 홍수다 하고 소란을 피운다.

그러나 우주는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주의 본체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자연적인 현상일 뿐 거기에 선도 악도 없다는 것이며 이러한 진리를 파악하고 있는 자에게는 날마다가 참 좋은 날이란다. 이러한 얘기들이 우리 같이 덜 떨어진 범부들에게 적용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수라장 같은 적자생존의 삶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주말에 있을 무등산 산행을 위한 훈련 겸 3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코스를 선택하였다. 나와 집사람 그리고 일오(세퍼트)의 각자 먹을 것을 챙겨 계룡산 계곡으로 통하는 길로 접어든다.

가는 길에 도예촌 분청사기 도예축제를 하고 있는 행사장과 먹거리 가게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 우리들의 선배 부부에게 퇴비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법과 씨앗트이기  등 농사비법을 전수 받았다. 길가에 피어 있는 조팜나무의 하얀 꽃들의 사열을 받으며 쫓고 쫓길 일 없는 여유 넉넉한 등산을 시작한다.

취나물과 고사리는 물론 금붓꽃, 갓시붓꽃, 봄맞이, 나도냉이, 뱀딸기, 미나리아제비, 제비꽃 들이 기다린 손님마냥 우리를 반긴다. 옛 조사들의 화두 중 하나였던 '봄에 꽃은 무엇을 위하여 피는가?' 의 답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절절하다.

우리가 산에 들어서면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 동안 잡초로 매도하고 이름 모를 새들과 벌래들, 각종 나무로 표현해버린 그들의 세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각각의 개체들 모두 인간과 비교해 조금도 적거나 부족함이 없는 가치를 지닌 생명체임을 알게 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아기별꽃의 꽃술보다 수만 배 적은 바이러스에 의해 맥없이 넘어지고 생명을 잃어버리는 게 우리 인간 아닌가?

각종 식물이 꽃을 피우는 마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믿으며 적고 보잘 것 없다는 편견만으로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들과 상호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기 위해 포켓야생화도감을 가지고 산에 가며 나무들과도 서로 이웃이 되기 위해 그들의 이름과 생태 특성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손님 자격으로 그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나를 소개할 정도는 되어야 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나를 소개하듯이 말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 각종 야생화들의 합창, 갓 나온 새싹들이 연출하는 숲속의 잔치에 초대 받은 손님으로 길을 가는데 빨간 조끼를 잎은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 온다.

나, 집사람 그리고 일오 이렇게 셋이서 호젓한 산길을 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단다. 집사람은 나뭇잎 새순과 야생초의 식용 여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산속에서 무엇인가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가서 무엇을, 왜, 언제, 어떻게 식으로 꼼꼼이 물어본다.

아저씨가 준 산삼들 전문 심마니가 집사람에게 나의 건강에 관해 듣고 자선 봉사한 산삼들
▲ 아저씨가 준 산삼들 전문 심마니가 집사람에게 나의 건강에 관해 듣고 자선 봉사한 산삼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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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만 전할 요량 이였던 아저씨는 질문 많은 학생인 집사람에게 제데로 걸렸다. 아저씨는 연장부터 보통 나물케는 사람들과 다르다. 전문적인 심마니였던 모양이다. 머뭇거리던 아저씨는 결국 자루 속에서 플라스틱 도시락 통 같은 것을 꺼내 그 속에 든 가장 작은 풀뿌리를 집사람에게 건네면서 내일 아침 공복에 먹어보라고 하면서 건넨다. 말로만 듣던 산삼이 우리 동네 뒷산에 있는 것이다. 나도 놀라고 집 사람도 놀랐다.

2구 산삼 아저씨가 몇년 뒤 채취할 계획이었던 산삼, 
내 생애 처음 "심봤다!"
▲ 2구 산삼 아저씨가 몇년 뒤 채취할 계획이었던 산삼, 내 생애 처음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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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에게 집사람이 꼬치꼬치 물어보자 아저씨는 몇 년 뒤에 캘 생각으로 봐둔 산삼을 보여 줄 테니 따라오라고 하면서 앞선다. 한참을 앞서가더니 참나무 밑둥치 옆 낙옆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2구(2잎)짜리 산삼을 보여주면서 손수 캐 보란다. 놀라운 경험이다. 나도 집사람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나의 건강에 관한 얘기를 듣던 아저씨는 미음을 비웠다며 새로 캔 2구짜리 산삼도 나에게 선물하였다. 아저씨와 헤어진 집사람에겐 산행은 이미 루비콩 강을 건넜다. 나는 산삼이란 보이는 사람에게나 보이는 것이니 포기하고 산행이나 계속하다고 권했으나 중풍에 떨어진 남편의 보약을 얻겠다고 4시간 동안 산을 해매는 아낙네의 각오에 감복한 계룡산신은  결국 4구짜리 두 뿌리와 3구짜리 한뿌리가 생존하는 산삼밭으로 안내하였다.

다른 4구 산삼 잎이 너무 약했던지 금방 시들어 버렸다.
산에서는 4개의 가지가 싱싱하게 뻗어 있었다. 산삼은 잎이 손상을 받으면 2~3년동안 잠복기간을 갖는단다.
▲ 다른 4구 산삼 잎이 너무 약했던지 금방 시들어 버렸다. 산에서는 4개의 가지가 싱싱하게 뻗어 있었다. 산삼은 잎이 손상을 받으면 2~3년동안 잠복기간을 갖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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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심마니 아저씨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4구짜리 산삼은 적어도 20년이 넘은 것이란다. 축하 인사와 약의 복용법을 잘 지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침 5시부터 일어나 산삼 복용법을 2~3차례 정독하고 몸가짐을 갖추고 천천히 씹어먹었다. 매우 쓰면서 정갈하고 향끗한 그러면서 입안에 꽉 찬다. 나는 산삼을 얻게 된 우연에 필연적인 인연을 억지로 도입시키면서 자신의 건강회복을 자신하는 우매한 나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산삼 먹고 힘낸 정부흥의 모습을 이번 무등산 산행할 때 나의 건강을 많이 염려해주는 명규호 교수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 동안 닦았던 나의 귀꼬리 만한 내공이 산삼 3뿌리에 통째로 공중으로 흩어지고 속물이 되어 땅바닥으로 추락한다.

덧붙이는 글 | 계룔산에서 산삼을 캔 얘기입니다.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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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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