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나도 대통령에게 할 말 다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례회동 때 20분간의 비공개 독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국정 쇄신안을 건의했다는 얘기다.
당시 정례회동 직후에는 강 대표가 "(제가) 보고 받거나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도 하기 전에 (수습책이) 먼저 언론 등에서 알려져 대통령께 누를 끼치게 된 것 같아 죄송스럽다"라고 말한 것만 브리핑됐다.
그러나 강 대표의 처신을 두고 당 안팎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 속사정을 공개한 것이다.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도 "(지금은) 국민의 기대를 새롭게 모아내고 국정을 제대로 해나갈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쇄신책을 당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대통령과 강 대표가 따로 논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없었던 걸로 보도되는 걸 보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재섭 "대통령에게 국정 개선안 건의했는데..."
조윤선 대변인에 따르면, 강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독대를 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민심 수습책과 (국정) 개선안에 대해 상당히 많은 건의를 했고 대통령도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당에서 마련했던 국정 쇄신안의 요지를 전달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 대표가 제안한 국정 개선안 내용 중에는 책임총리제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대통령에게 정부부처 간 조율을 더 잘 하도록 (총리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다"고 소개했다.
전날(20일)에도 강 대표는 '지방분권촉진특별법추진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서도 이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대통령에게 전한 민심 수습책이나 국정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표는 회의에서 다소 언짢은 심경도 토로했다고 한다.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다 하고 왔는데 자신이 아무 소리도 못하는 무기력한 대표로 비쳐진 데 대해서다.
조 대변인은 "강 대표가 (공개적으로) 정부 기능에 대한 (지적을) 얘기를 하면 '당·정 불협' 얘기가 나오고 국민들에게는 국정이 불안한 것처럼 비쳐질까봐 비공개 회동 때 건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기력한 대표라는) 오해를 사게 돼 강 대표가 난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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