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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고랑에는 풀이 많이 보이지만 풀만 있던 공터를 밭을 일구어 이처럼 상추와 고추, 가지가 자라는 친환경 밭으로 탈바꿈했다.
▲ 초보 농사꾼의 텃밭 아직도 고랑에는 풀이 많이 보이지만 풀만 있던 공터를 밭을 일구어 이처럼 상추와 고추, 가지가 자라는 친환경 밭으로 탈바꿈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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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골집이 농사를 져서 농사일을 해보긴 했지만 농약, 비료 안치고 무공해로 지어본 적은 없었던거 같은디 잘 될까유?"
"여기는 흙이 좋아서 거름만 조금 주고 비만 제때 내려준다면 잘 클 거 같은디?"
"그러유? 그럼 한 번 해보쥬 뭐. 근디 뭘 심을까유?"
"뭐 보통들 많이 심는 상추하고 고추, 가지 쬐끔 심지 뭐."

농약 없이 온갖 병충해를 견뎌내며 농작물을 수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친환경, 무공해 농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병충해 없이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희열과 함께 땀과 정성이 깃든 만큼의 소득의 결실도 얻게 되는 것이다.

초보 농사꾼의 친환경 농업 이야기

얼마 전 운 좋게도 아는 분으로부터 조그만 텃밭을 얻게 되었다. 어차피 노는 땅이니 뭐라도 심어서 길러 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 바로 텃밭에 가서 둘러보고는 이웃에게 삽과 호미, 쇠시랑 등의 도구를 빌려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공터에 거름기 풍부한 흙으로 만들어진 세 줄의 밭이랑이 생겼다.

"더 만들까유?"
"됐슈~ 뭘 얼마나 심으려고."
"그래두 이왕에 하는 거 한 이랑만 더 맨들쥬 뭐."
"그려. 그럼, 한 개만 더 맹글어."

네 개의 이랑이 생겼다. 세 이랑에는 상추와 약간의 가지를 심고, 나머지에는 고추를 심기로 결정했다. 일이란 게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해야지 내일로 미루다보면 어느 세월에 할 지 모르기에 같이 밭을 일구기로 한 이웃과 함께 곧바로 모종을 사기 위해 충남 연산(대추축제가 열리는 논산의 한 지역)의 여러 모종을 판다는 농약사로 향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모종가게에는 우리가 구입하려는 상추, 가지, 고추는 물론 호박, 오이 등의 모종과 각종 씨앗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한판에 200여개의 모종이 들어있는 상추모종 2판과 가지 10모, 고추 100여모를 샀다. 인심이 후덕한 주인 아주머니가 종류마다 조금씩 더 얹혀 주셨다. 모종을 구입한 뒤 곧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비닐상회에서 밭이랑에 씌울 검은 비닐도 구입했다.

주인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과 함께 구입한 모종을 싣고 다시 일구어 놓은 밭으로 돌아왔다. 트럭에서 모종을 내려놓고 이웃과 나는 모종을 심을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오전내 일구어 놓은 이랑에 검은 비닐을 깔았다. 함께 밭을 일구던 이웃이 농사는 처음인지라 잘 모른다며 나에게 일의 주도권을 맡겼다.

"비닐을 깔 때 혼자서 무거운 비닐을 들고 가는 게 아니라 구멍에 막대기를 끼어서 양쪽에서 둘이 들고 가면서 비닐을 피면 일이 수월하죠."

하지만, 둘이서 그렇게 비닐을 까는데 있어서 방해꾼이 있었다. 바로 바람이었다. 바람 때문에 비닐이 날려 수월하게 일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땀을 흘리며 한 이랑의 비닐을 겨우 깔았다. 이제 깔려진 비닐에 모종을 심을 구멍을 내야 하는데 구멍을 내려고 보니 비닐에 이미 구멍이 뚫려져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깡통을 이용해서 만든 도구로 하나하나 구멍을 뚫어야만 했지만 요즘은 그 용도에 맞게 구멍이 뚫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시들시들했던 상추가 이제는 제법 먹을 만큼 자랐다.
▲ 윤이 나는 적상추 처음에는 시들시들했던 상추가 이제는 제법 먹을 만큼 자랐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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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모종을 심을 순서였다. 본래 상추는 모종이 아닌 씨를 뿌려서 많이 키우지만 그 시기가 이미 지나버린 지라 구입한 상추 모종을 구멍에 하나씩 넣고 흙을 덮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일을 해서 어느덧 상추 모종을 다 심고 조금 남은 부분에 가지를 심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아니면 물을 주지 않아서 일까? 가장 먼저 심었던 상추가 처음의 싱그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시들시들해 진 게 아닌가!

"벌써 죽은 건 아니겄죠? 물을 안줘서 그런가요?"
"글쎄.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한테 전화해봐."

(전화통화 중 내용)

"상추 모종을 심었는데 시들시들 해 졌시유. 물을 줘도 돼유?"
"비온다는 말 없으니께 물을 줘."
"근디 어떤 어르신이 지나가다가 상추는 심고 바로 물주면 타 죽는다고 그러던디유?"
"아녀. 물을 줘야 돼. 물을 안주면 타죽지 어떻게 물을 줬는디 타죽어?"
"몰라유. 아까 누가 그러더라구유."

지인과 통화를 끊고 '물을 줘야 되나?' 하고 이웃과 상의하다가 물을 안주는 것보다 주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고는 바로 물을 떠다가 모종 하나하나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얼마 후 다시 살아나는 듯 보였다. 내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상추 심고 남은 밭에 심은 가지의 모습.
▲ 가지 상추 심고 남은 밭에 심은 가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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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모종과 가지를 심고 난 뒤 마지막 남은 하나의 이랑에 고추를 심었다. 어느덧 풀만 무성하게 자리잡고 있던 공터에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세 시간여의 일을 한 결과 세 줄의 상추 이랑과 한 줄의 고추 이랑, 약간의 가지가 심어져 있는 밭이 만들어졌다.

시골에서 살면서 농사일을 도울 때는 왜 그리 힘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비록 내 땅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밭을 일구는 작업부터 모종을 심기까지 주도적으로 해서 그런지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만...

고추에도 어느덧 꽃이 피어났다. 이제 머지 않아 고추가 열리겠죠?
▲ 꽃이 핀 고추 고추에도 어느덧 꽃이 피어났다. 이제 머지 않아 고추가 열리겠죠?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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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그동안 여러 차례 비도 왔고 해서 심은 농작물이 얼마나 자랐는가 확인하기 위해 오랜만에 밭을 찾았다.

적상추라 그런지 상추가 햇빛에 반사돼 더욱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지와 고추도 아무런 병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어 이웃에게 물어봤다.

"상추가 많이 자랐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얼마 전 왔을 때하고 크기가 비슷허네유?"
"아~ 그거 엊그제 한번 따 먹었지."
"그렇지유? 어쩐지 그럴 리가 없는디."
"다음에는 자네가 따먹어. 무공해라 그런지 맛있더라구. 그리구 요즘 상추값이 비싸댜."
"알았시유. 친구들하고 놀러갈 때 여기서 따가야 되겄구먼유."

이웃과 함께 가꾼 텃밭에 심은 상추, 가지, 고추의 농작물이 아직까지는 아무런 병없이 잘 자라고 있고 비도 적당히 내려주고 워낙에 땅이 좋아서 농약 한 번 안 치고 잘 키우고 있지만 다 자랄 때까지는 행여나 병충해에 걸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무농약으로 친환경적으로 농작물을 기르다보니 왜 친환경 농산물이 다른 농산물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은 그 비싼 가격 속에는 농민들의 피와 땀과 정성이 깃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초보 농사꾼의 친환경 농업 도전기! 비록 조그만 텃밭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지금 텃밭에 심어져 있는 농작물들이 무사히 결실을 맺게 되면 그 때 다시 '친환경 농업 성공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태그:#친환경, #무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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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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