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7년 국내 주식투자인구는 총 44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의 360만 명과 비교하면 약 23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지난 한 해에만 자그마치 82만 명의 사람들이 새롭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가 2400만 정도이니 주식투자인구는 경제활동 인구의 18.5퍼센트를 차지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활동 인구 5.4명 당 1명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株主)'라는 얘기다.

 

2007년 한 해 주식투자인구 82만 명 증가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은행예금에서 이탈하여 자본시장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음은 확실하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최근 30~40대 연령층은 주식보유 비중을 줄이고 펀드로 이동하고 있으며, 55세 이상 연령층은 주식보유 비중이 전년 대비 5.7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종합하면 우리 국민들은 여유 자금의 상당량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활동인구와 주식투자인구 증가 추이
경제활동인구와 주식투자인구 증가 추이 ⓒ 새사연

 

이를 두고 중산층들이 이른바 ‘노동자’로서의 의식과 이해관계보다 ‘투자자’, 심하게 표현하면 ‘자본가’로서의 의식과 이해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노동자의 ‘보수화’ 경향을 주식투자 인구 확대와 결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면 지난 해 우리 사회에는 자본가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무려 80만 명이나 확대된 셈이다. 그리고 그만큼 사회가 보수화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과연 그러할까?

 

가계 소득에서 근로소득 비중 87%, 계속 증가

 

우선 국민들이 ‘주식투자로 번 수익의 비중’ 증가율이 ‘직장에 노동자로 다니면서 번 근로소득 비중’ 증가율 보다 높아졌는지 살펴보자. 투자자나 자본가로서의 이해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근로소득 보다 주식투자로 얻는 수익이 더 많아야 하는 것이 타당할테니 말이다.  

 

도시 가구의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84퍼센트에서 2007년 87퍼센트로 경향적으로 계속 높아졌다. 물론 가장이 번 근로소득이 부족해서 배우자나 기타 가장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이 증가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와 자영업인들이 여전히 근로해서 번 수익으로 생활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로 민중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할 것이며, 그 가족 구성원들마저 근로 민중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가구의 월평균 총 가계소득 대비 근로소득 비중 추이
도시가구의 월평균 총 가계소득 대비 근로소득 비중 추이 ⓒ 새사연

 

금융자산은 20%에 불과, 그중 40%는 은행 예금

 

두 번째로 우리 국민들의 자산운용 실태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은행 예금 비중이 40퍼센트를 넘고 있다. 은행 예금 비중이 20퍼센트도 안되는 신자유주의 종주국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할 경우 큰 차이를 보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은 전체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전체 자산 가운데 77퍼센트를 주택,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전월세 보증금을 포함하여 예금과 적금, 저축성 보험, 주식과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전부 합해봐야 2006년 말 기준으로 2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가구 당 5745만원에 불과하다. 미국이 전체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이 60퍼센트를 넘는 것과 정반대이다.

 

물론 최근 우리 국민들이 은행의 예금, 적금에서 자본시장의 투자 상품으로 금융자산 운용을 이동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경제 금융화의 일반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식투자가 국민들의 소득향상뿐 아니라 자산 증식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인구 확대는 곧 노동자로서의 국민 보다는 투자자로서의 국민의 성격이 확장될 것이라는 가정은 상당히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주식투자인구의 0.4%가 전체 주식의 52.9% 차지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444만 개인투자자의 내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0만 주 이상 대량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마이너스 7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여 2만 명도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주식투자인구의 0.4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은 반대로 1.3퍼센트 늘어나서 전체 개인투자자 주식시가총액의 5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444만 주식투자 인구 중 불과 0.4퍼센트가 절반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1천주 미만의 소량 보유자들은 323만 명으로 전체 주식투자인구의 73.3퍼센트를 차지하며, 지난 1년 동안 83만 명이 늘어났다. 결국 지난해 ‘대폭’ 늘어난 82만 7000명의 주식인구는 소량 보유자들이 대폭 늘어난 결과이다.

 

 보유 규모별 개인투자자 주주 수 구성비
보유 규모별 개인투자자 주주 수 구성비 ⓒ 새사연

 

주식투자는 불안한 국민들의 생존을 위한 안간힘일 뿐

 

그렇다면 2007년 한 해 동안 83만 인구가 주식투자 대열 합류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우리 국민들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이 최근 수년간 1~2퍼센트의 매우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와 같은 극심한 고용불안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들은 근로소득 외에 소득수단 창출을 모색해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2006년도 말 이후 부동산 거품이 억제되면서 주택시장에 몰렸던 자금들이 일시에 증권시장으로 몰리고, 증시가 과열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여기에 편승했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주식투자는 조금이라도 소득을 늘리기 위한 생존수단의 하나이다.

 

국민이 투자자와 자본가로 변해간다? 아니다. 현재 주식투자의 증가는 우리 국민들이 더욱 불안한 처지의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금융 불안정 시대에는 근로소득으로 힘들게 벌어 투자한 금융자산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릴 위험이 적지 않다.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의 연구센터장입니다.


#주식투자인구 증가
댓글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