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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그 날로부터 28년이 지나고 있다. 자유와 정의를 외치며 스러져 간 시간이 30년 세월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생명을 위한 촛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끄지 못한 촛불. 생명 예찬을 멈출 수 없는 이 때 작곡가 김종률이 5·18 30주년 헌정앨범을 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열 두 곡이 실린 <님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주의와 자유, 정의를 외치면서 스러져 가면서 '산 자의 나를 따르라' 외친 그 음성을 고이 담았다. 나는 그 때 그들을 폭도라 불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폭도로 몰았던 그들이 민주주의 파괴자였고, 국가를 유린한 자들임을 알았다.  

 

김종률은 생생한 어언 30년 전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외쳤던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의 숭고한 용기를 소중하게 담았다. 촛불 집회를 통하여 새로운 정의를 세워 나가는 세대에게 그는 정의와 민주주의, 자유를 외치면 스러져 간 선배들을 삶을 앨범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한다.

 

"내게는 생생한 기억이지만 점점 그들이 잊혀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들의 숭고한 용기가 가져다 준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기억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우리의 역사를 들려주기 위해 당시에 써두었던 곡을 정리해 보았다."

 

1번 트랙 <무등산>

 

구름 속에 숨은 산 아 볼 수 없는 산.

마음씨는 넓은 산 말 없이 우뚝 솟은 산

조용히 웃는 산 임들과 얘기하는 산

목소리 커단 산----

언제나 엄마같은 산---

그 만큼 아픔도 보았던 산

그 만큼 사랑보 주었던 산----

 

산은 원래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 있으니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 숱한 역사를 지켜본 무등산은 과연 5·18을 어떻게 보았을까? 무등산이라 함은 등이 밋밋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밋밋하기에 엄마가 같은 산이다.

 

빛고을 광주 무등산은 금남로가 피로 물던 모습을 지켜 보았고, 군인들의 살육도 보았고, 시민군이 다스린 자유와 해방을 지켜보았다. 말 없이 있었던 무등산을 김종률은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4번 트랙 <바람과 꽃씨>

 

바람아 바람아 너는 한갓 나를 도울 뿐이로다.

바람아 바람아 네가 거칠게 다가들면 들수록 오히려 꽃씨 뿌림을 도울 뿐이다---

내가 죽음에 내 자유의 꽃은 사방에서 피어날 것이요 그 사방의 꽃들이 죽음에 더 널리 더 널리 피어날 것이로다.

 

이 노래는 김종률 동무였던 정철씨가 노랫말을 지었다. 꽃씨가 바람과 동무되어 멀리 멀리 날아가면 자유와 민주주의도 멀리 멀리 날아가 꽃을 피우리라는 소망이 담긴 노래다. 바람이 거칠면 거칠수록 꽃씨는 더 멀리 날아간다. 폭압과 탄압이 거세지만 거세질수록 자유와 민주와 정의는 더욱 멀리 멀리 날아가 꽃을 피울 것이다.

 

6번 트랙 <검은 리본 달았지>

 

나는 오늘 검은 리본 달았지 나는 오늘 검은 리본 달았지

당신은 하연 수의 입었지만 나는 검은 리본 달았지

나는 오늘 슬픈 눈물 흘렀지 나는 오늘 슬픈 눈물 흘렀지

당신은 눈을 감고 떠났지만 나는 오늘 슬픈 눈물 흘렀지----

아 이제 어떤 시를 만드나 아 나는 무슨 노랠 부르나

아 이제 무얼 위해 사나 아 누굴 누굴 사랑해야 하나

 

수많은 주검이 관이 담겨 도청 앞에 누워 있었다.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자들에 의하여 오히려 죽임을 당한 이들이 누워 있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주검 앞에 놀이터였던지 뛰어 놀았다.

 

하지만 자식을 가슴에 먼저 묻은 어미와 아비는 '참척(慘慽)' 곧 참혹한 슬픔을 울부짖었다.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하여 가신 이들을 관 속에 담고 슬퍼하는 사람들 앞에 선 그는 검은 리본 밖에 달 것이 없음을 노랫말이 담은 것이다.

 

8번 트랙 <님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사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용기 있는 자들은 부끄럽지 않다. 용기 있는 자들은 아름답다. 용기 있는 자들은 명예와 이름을 남기기 보다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만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앞서서 나간다.

 

양심과 정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앞서 나간 그들에게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형식민주주의 시대는 살고 있다. 대통령도 스스로 뽑을 수 있고,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권력은 인간존엄성과 평화와 생명 사랑보다는 자본을 위한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30년을 앞두고 헌정된 것은 또 다시 생명를 훼손하는 일을 범하려는 이 시대 권력에게 우리가 무엇일 다시 다짐하고, 새겨야 할지 깨닫게 한다.

 

이번 헌정 앨범은 이전에 만들어 졌던 곡들을 현 시대의 느낌과 감각에 맞게 새롭게 편곡하였다. 홍종명, 임지훈, 일루미나, 서영은, 김경호, 버블시스터즈 최아롬, 트리플 이펙트 등 국내 유명 가수의 참여하여 헌정앨범으로서 가치와 완성도를 높였다.

 

12번 트랙 <함께 부르는 노래>

 

함께 부르세 우리의 노래 목소리를 합하여

님께 가는 길이 멀어도 노래 부르며 가세 가슴을 터놓고 부르세 고개숙인 친구야

하늘에 닿도록 외치세 우리 님이 듣도록---

 

'앞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고 먼저 갔던 님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듣도록 용기를 내어 살아가겠다고 했다. 남겨진 우리들이 용기를 내어 하늘에 닿도록 외치세라고 부른다. 특히 <함께 부르는 노래>는 어린이 합창(오승민, 조진희,오승연)이 참여하여 같이 불러 의미가 깊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30년이 지나겄만 아직도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생명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우리 시대. 미국산 쇠고기와 대운하, 의료보험민영화, 학교자율화, 영어몰입교육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우리 현실에 다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님을 위한 행진곡 (The March For My Love)> Various | SonyBMG/SonyBMG(기획사) | 2008년 05월 ㅣ 13,500원


태그:#518, #김종률, #님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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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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