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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3개월을 맞이했습니다. 깜짝쇼처럼 화려한 등장이었습니다. 지난 2월 25일 오전,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을 향해 대통령 선서를 하는 순간 나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순례단과 함께 여강변을 걷고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던 대통령 결국 국민 입에 재갈 물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모습을 TV라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주체적으로 강건한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기원해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살아온 생을 믿지 않았고, 사고와 철학을 믿지 않았고, 그의 국민 사랑을 믿지 않았고, 그의 대통령 선서를 믿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는 내 나라 땅을 말없이 걸으면서 어서 5년이 가기만을 기원했습니다.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물 위를 유영하고 있는 푸른 여강을 바라보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 죄 5년 후 반드시 돌려 주겠노라 다짐도 했습니다. 그나마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던 대통령의 지지도는 날개 잃은 새처럼 수직으로 하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도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수직상승 하는데 대통령의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관절 지난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당당하기만 하던 대통령이 날개 잃은 새가 되고 말았던 것인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던 혹은 날개 역할을 했던 국민들이 날개를 떼어 내거나 날개를 접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간밤 광우병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를 흠뻑 받았던 서울에서는 날이 새고, 아침이 밝아 왔는데도 국민의 외침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선 국민들은 5년도 길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자리를 비워주길 기도하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명박 장로의 깜냥은 대통령이 아니라 마름이 제격

 

도도한 촛불의 물결은 청계천을 지나 청와대로 향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아방궁은 그 시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국민들의 머슴이 되라'라고 지시했던 대통령은 그 밤 경찰 머슴들만 거리로 나가게 했다지요. 역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격보다 마름 역할이 더 어울립니다.

 

사람마다 깜냥이 있다고 합니다. 깜냥대로 살면 문제가 없는데, 그 깜냥을 벗어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입니까.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기만 하는 것이 그래서 생긴 일입니까? 과연 그랬군요. 마름이라는 감투가 만들어낸 권력 맛이라는 게 그렇군요.

 

한 집안에도 마름이 잘 들어오면 마을 사람들 전체가 배곯지 않고 잘 삽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많이 경험했다시피 욕심이 지나친 사람이 마름으로 들어오면 소작을 하는 이들 말고 마을 사람들까지 착취당하고 핍박 받게되지요. 동의 하기 힘들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꼴이 꼭 그러합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몇 번이나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왜 송구해야 하는지 모른 채 고개만 숙였습니다. 아니 송구한 일을 만든 게 송구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잘 설득하지 못해서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우민'해야 하는데, '훈민'도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촛불문화재에 나온 국민이 그렇게 많은 줄 몰라 또 '송구'?

 

대통령께서는 혹여 간밤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촛불'들의 면면을 살펴 보셨는지요? 그 촛불문화제를 어린 학생들이 시작했다고 하니 참으로 대견하지 않습니까. 촛불을 든 손은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에서부터 학생, 직장인, 주부, 할머니, 할아버지 등 남녀노소 따로 없다고 합니다.

 

민심이 다 모여 있는 셈이지요. 간밤 그렇게 모인 민심이 촛불을 들고 당신의 아방궁으로 향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들의 표정을 살펴 보았는지요. 건강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구김 없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빨갱이도 간첩도, 불순 세력도, 배후도 없는 그런 얼굴들이었습니다. 간밤의 역사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힘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내주는 생생한 화면을 지켜보면서 48년 전의 4·19를 보는 듯 했고, 21년 전 6·29 항쟁의 출발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고 국민들을 향해 '나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다니. 참 어리석군' 했겠지만, 우리 국민은 어리석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당신의 생각을 바로 잡자고 모여 든 촛불이 서울에만 수만 개였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앞으로 수십 만 개, 수백 만 개로 늘어나리라 믿습니다. 촛불문화제에 나온 국민들이 어떤 이들인지 잘 살펴 보십시요. 나중에 촛불들고 나온 국민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송구'하다는 말 하지 말고요.

 

어제, 그제, 그리고 오늘 곳곳에 모인 촛불들이 어떤 민심을 가지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후에 그게 민심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을 때는 과거 이승만 정부가 그러했고, 전두환 군부독재가 그러했듯 당신도 쓸쓸하게 그 자리를 떠나야 할 때일 것입니다.

 

어제 밤엔 '독재타도'라는 구호까지 나왔습니다.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호입니다. 어렵게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으니 독재타도가 맞는 말이지요.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닌데 밀어 붙이면 그게 독재 아니겠는지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말이 '독재' 아니겠는지요. 어찌하여 군부독재의 망령이 당신에게 옮아갔는지 알 수 없으나 지난 역사가 있으니 추론이야 가능하지 않겠는지요.

 

대통령이 결단 내리지 않으면 국민이 중대한 결단 내려야 해

 

국민들은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말립니다. 국토를 유린하는 대운하 건설을 말리고, 공기업 민영화를 말리고, 사교육 시장으로 내 모는 교육정책을 말리고, 미친소를 수입하겠다는 당신의 구국적인 결단(?)을 말리고 있습니다.

 

터진 일들이 하도 많아 어느 것부터 말려야 할 지 모를 지경입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터진 일이라 국민들을 어지럼증을 넘어 매일 멀미를 하면서 살아야 할 정도입니다. 그러하니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대통령 임기 시작 3개월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권 인수위 시절 영어 몰입교육이나 강부자 내각 등은 시작에 불과했던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국민들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지금이라도 국민 억압하지 말고 그 자리 내 놓으세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국민과 대통령 둘 중 한 편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자해지. 문제를 만든 쪽이 대통령이니까 먼저 문제 풀이에 나서야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받아 들여 대운하 계획을 백지화 하고 광우병 소 재협상을 하겠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풀려갈 겁니다. 그러나 끝까지 현재 상태를 고집한다면 국민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한 시민의 손에 든 피켓에 '3개월이 백년보다 길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국민들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4년 9개월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결단은 간단합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하겠습니다.


태그:#광우병, #대운하반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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