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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희귀종 취급을 종종 받곤 했다. 그러고 보니 주위를 둘러봐도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드물다. 멀리 갈 것 없이 면허를 취득할 나이가 안 되는 동생을 제외하고 가족 중에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친구를 떠올려 봐도 마찬가지.

 

'운전은 안 해도 면허는 있어야지….'

 

대개의 반응은 이렇다. '몰라서 못하는 거랑, 할 줄 아는데 안하는 건 다르다'나. '운전을 안 하는데 왜 면허가 있어야 하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화의 분위기가 소원해지는 풍경을 피하기 위해 그쯤에서 이야기를 그만두곤 했다.

 

내가 면허를 지금껏 따지 않은 것은 운전을 해야 할 때가 오면, 그 때 따고 연수 받고 할 요량이었다. 지금까지도 운전을 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이대로 살고 있을 뿐. 솔직히 이야기하면 누가 차를 거저 준다고 해도 나는 운전이 두렵다. 

 

출퇴근 시간 뿐 아니라 주말 오후 교외로 나들이라도 갈라치면 밀리는 구간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나라도 승용차를 몰지 않아서 교통체증을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애국이 뭐 별건가. 그런 것도 애국으로 치자면 애국이지. 또 차를 몰지 않으면 배기가스를 보태지 않으니 좋다. 차를 몰지 않아야 할 이유는 참 많다. 차를 몰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 편리하다는 것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된 건 승용차를 타고부터다. 사람이 참 간사해서 걸어 다닐 것을 대중교통 때문에 편하게 다니면서도, 승용차를 타 보면 대중교통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토로하게 된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 정류장에서 알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지 않는 버스를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일이 좀 힘들었다. 약속시간이나 출근 시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을 때 그 조급한 마음을 말로는 다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만원 버스일 경우라면 불쾌감이 하늘을 찌른다. 난폭하게 버스를 모는 기사 아저씨를 만난 경우에는 더 심하다. 버스를 내리면 과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피로가 몰려오기 일쑤다.

 

가끔 밤늦게 택시를 이용한 경우라면, 멀쩡한 기사 아저씨를 범죄자 취급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마음 속으로 말이다. 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겁 많은 인간은 어쩔 수 없다. 상황이 그러하니 되도록 택시 귀가는 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며 살고 있다.

 

그런 온갖 불편에도 대중교통은 내리면 그만이니 주차 걱정 안 해도 되고, 경제적이다. 천정부지로 기름 값이 올라도, 보험료가 올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뿐인가. 차를 타고 오래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잠을 청할 수도 있고, 책도 볼 수 있다. 어차피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코스로 이동해야만 한다. 우리가 얼마든지 많이 이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이 많은 차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주말에 영화관을 찾으면 어딜 가든 ‘만차’다. 휴일 교외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차가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차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한 가정에 부부가 하나씩 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게 되었을까. 나라가 좁은 탓에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주택가의 주차문제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너도나도 '내차 가지기'에 열심이다 보니 차가 그렇게 많아질 수밖에.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고, OECD 가입국 중에 경제규모가 얼마이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늘어나는 자동차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대도시의 공기는 중소도시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고, 시골로 들어가면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대기 오염의 주범이 무엇인지는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다. 승용차가 많은 대도시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은 수능을 끝내기 무섭게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달려간다. 과연 아이들은 자동차를 가지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나의 경제가 허락한다면, 혹은 부모의 경제가 뒷받침된다면 차를 몰고 다닐 생각을 하는 걸까.

 

운전 면허는 따고 보는 게 아니다. 나에게 정말 승용차가 필요한지, 차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먼저다. 면허를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승용차를 소유할 만큼 경제력이 있다고 모두가 승용차를 가지게 된다면 우리의 주차문제나 대기오염은 점점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경험하고서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승용차를 소유하게 되더라도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지금처럼 그렇게 많은 차들이 도로를 점령하지는 않을 텐데. 운전 면허 없다고 희귀종 취급 말고, 면허 없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고운 시선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태그:#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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