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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휘청거리고 있다. 아니 국민이 휘청거리고 있다. 숱한 정책들을 내 놨지만, 뭐 하나 국민을 감동시킨 것도, 국민의 동의를 얻어 착수된 것도 없다. 전국이 5월 보리밭처럼 밑도 끝도 없이 술렁대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분노가 광장에서 거리로 거리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이명박 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유인물을 뿌리던 40대 시민이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그토록 치적으로 내세웠던 청계천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시위가 전국 각지로 옮겨 붙었다. 더 이상 촛불은 어린 고사리 손의 전유물도 아니다.

 

지역 언론들도 들불처럼 번지는 반 이명박 정권 구호에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 정부의 푸들'임을 자임하는 서울의 과점·보수채널이 더 이상 지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답답하고 참담한 심경이 연일 피처기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관적 견해와 의견, 주장을 밝히는 각 지역신문 피처기사의 주된 의제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집중돼 있다. 지역마다 색깔과 온도차가 다르다.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이명박 살리기'에 대한 해법과 진단이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너무 빠르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준 높은 지지도와 비교해 볼 때 전례가 없는 기현상이다. 

 

[호남] "역시 소통이 문제... 미래예측 독립 기구 설립하자"

 

지난 25일 오후 5시 50분께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시민 이병렬(44)씨가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한 탓이 크다.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광장에서 거리로 확산되면서 민심이 극도로 사나워진 지역이다.

 

<새전북신문>과 인터넷 <선샤인뉴스>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쓴 이날 칼럼은 가장 눈에 띈다. '우리는 정말 소통을 원하는가?'란 강 교수 칼럼은 "이명박 대통령도 스스로 자신의 소통 문제를 토로한 바 있지만, 최근 우리 시대의 주요 화두는 소통"이라며 "대통령의 소통 능력을 강조한 주장 중 나름대로 '베스트 10'을 뽑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베스트 10'이 모두 노무현 시절에 나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흥미를 끈 이 글은 노무현 들으라고 쏟아져 나온 말들이 지금 이명박에게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지금 청와대엔 입 달린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빈정거림이 나온다. 대통령이 크고 작은 과제와 담론을 쏟아내고 결론까지 내려버리니, 어느 누가 입을 열 것인가. 소통할 사람이 없으니 현장도 멀리 사라진다."

 

"대통령은 대중과의 의사소통에서 실패했다. 자신의 주장과 메시지 전달만 있었다. 의사소통은 설득이다. 이 과정을 거쳐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서로간 신뢰를 구축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합리적 선택, 냉철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정보의 균형 잡힌 소통이 절실합니다."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 단절, 대통령에 대한 도저한 신뢰 붕괴를 초래한 '만병의 근원'으로써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비쳐지고 있는 지 오래이다."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대통령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계속 자기 말을 하려 했다."

 

"소통을 통해 정책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게 아니라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통하자는 것으로, 앞뒤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위의 주장과 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 언론이 전했던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노무현 들으라고 쏟아져 나온 말들이 지금 이명박에게 딱 들어맞는다니, 코미디"라고 한 강 교수는 "왜 이렇게 소통이 안되는 걸까? 평소 유권자들이 소통 능력을 가볍게 보는 동시에 '말 잘하는 능력'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며 "유권자의 지도자 선택 취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앞서 <전남일보> 나종경 논설실장은 지난 23일 이색 주문을 재안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예측 독립기구를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웬 미래예측? 글에서 역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3개월 만에 '종합비전'을 내놓겠다고 한다"고 전제한 이 글은 "대운하·혁신도시·0교시·영어몰입 교육·수도권 집중·남북 교류 문제 등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현안인 국가적 이슈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라고 우려했다.

 

그러더니 말미에서 인구·식량·기후변화 등 각 분야의 국가 통계부터 정확히 하고 필요한 미래예측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미래비전은 이명박 정부에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라고 한 나 실장은 "성과에 조급해서도 안 된다. 여유를 갖자. 국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이유가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독립된 국가 미래예측기구 설립부터 검토할 때"라고 했다.

 

[부산·경남] "영남 보수층으로부터 신뢰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

 

<국제신문> 26일자 '민심이반과 지지회복의 법칙'이란 칼럼 제목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가 쓴 외부칼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복원이 체감 가능한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과연 그럴까.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끝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묘한 약을 제목에 발라놓은 듯하다. 시선을 뗄 수 없다.

 

 

대선에서 531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한 후보다. 그런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 왜 전대미문의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민심이 이반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심이반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칼럼에서 김 교수는 세 가지 이유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선거 연합과 통치 연합 간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것. 둘째, 국민들의 '기대상승'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셋째, 국정 운영 철학의 방향성이 결여돼 국민 에너지를 결집시키지 못했다 것이다. 다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해법제시에선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는 이 글을 말미에서 "우선 대선 승리에 도움을 주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답을 던져버렸다. 한나라당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영남 보수층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미 FTA 체결, 기업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도 중요하지만 민생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해법으로 보기엔 2% 부족한 듯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를 거듭 촉구하는 <국제신문>의 보도가 최근 피처기사에서 자주 목격된다.

 

<경남도민일보>가 이날 '바튼소리'라는 고정칼럼에서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엔 '사과 드린다'가 빠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만 쓰여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화만 키우고만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화법을 꼬집었다. "역대 대통령 측근들 속엔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판 아첨꾼이 많았다"며 "대통령님, '사과'를 '송구'로 얼버무리시면 아니되옵니다"고 하는 직간(直諫)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주변인들에 일침을 가했다.

 

[대구·경북] "문제와 해법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지난 1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뒤 4·9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유시민 의원의 '쓴소리'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남일보> 이날 "무소속 유시민 의원(사진)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면서 이명박 정부와 통합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실사구시의 태도로 이전 정부가 잘한 일은 이어가야 한다, 헌법의 통치시스템을 존중해 공직자들 사명감을 북돋워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며 "최근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에 대해 '공무원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잃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압권은 "과거 개발시대 건설회사 사장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로 국민을 상대한다면 권위주의적 통치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체험한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에게 요청하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이 깊이 성찰해 보시기를 권한다"는 유 전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지역 인터넷 신문 <평화뉴스>는 구체성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문제와 해법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홍덕률의 시사칼럼은 "엉뚱한 해법으로 변죽만 올린다면 문제는 더 꼬인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겪고 있는 온갖 혼돈과 위기를 낳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그런가하면 "문제의 근본에 접근하지 못한 채 엉뚱한 해법만 갖고 변죽만 올린다면 문제는 더욱 꼬여만 갈 것이고 위기 또한 더 깊어만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이 글은 답을 내렸다. 이 대통령의 철학과 국가관, 대통령의 역할과 덕목에 대한 인식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며,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지금의 혼돈과 위기도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하거나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글은 크게 두 가지를 간절히 당부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 자신부터 국가 경영의 철학을 다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국민이 비록 경제를 살려내겠노라고 약속한 CEO 출신의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그것을 다른 모든 가치들을 훼손해도 좋다고 양해한 것으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절차를 너무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것. 즉,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서 경제를 살려 내라는 주문이었지, 민주주의를 희생시켜서라도 경제를 살려내라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너무 쉽게 희생시키고 있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매우 취약하다는 논리다. 문제의 해법은 따라서 대통령 자신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내는데 있다고 <평화뉴스>는 결론을 던졌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자리인 것임을 새삼 일깨워는 준 글이다.

 

[충청] "미국에 할 말은 하라... 소통부재 탓"

 

<대전일보> 22일자 칼럼 '이명박 대통령의 여유'는 눈여겨 볼만하다. 최문갑 논설위원은 논란이 커지고 있는 수입 쇠고기 파문에 대한 책임을 미국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태도와 시각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은 "쇠고기 파문을 전체적으로 보면 협상을 준비 없이 너무 서둘렀고, 미국의 표정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철저히 이익을 챙기는데 체질화된 장사꾼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알아서 들어주고, 우리 협상 팀이 미국 의도로 작성된 조항들을 대충 훑어보는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 이제 할 말은 하라"고 주문했다. 너무 일찍 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전화위복 할 수 있는 길임을 간접적으로 표했다.

 

<충청투데이>는 소통부재를 탓했다. 23일 사설 '국민과의 소통 부족한 대통령 담화'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당·정·청을 비롯해 국정 전반을 재점검, 인적쇄신책을 비롯해 시스템 개편 등 전반적인 국정쇄신책이 하루라도 내 놓을 것"을 촉구했다.

 

[강원·제주] "준비 안 된 정권의 예정된 '위기'"

 

<강원일보>는 23일 '준비 안 된 정권의 예정된 '위기''란 금요칼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위기상황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라고 못 박았다. "준비 안된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한 이 글은 모처럼 시원시원하게 정권을 비판했다.

 

김민영 참여자치 지역운동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쓴 이 글은 "이명박 대통령은 그간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철저한 국정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무능력하고 편향적인 사람을 모두 내보내고 국익과 국민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람,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을 발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재벌·부자·개발·수도권 편향적 경제정책을 중소기업·국민생활·지방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 글은 "무엇보다 국민의 요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민주적 국정방식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한라일보>는 더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21일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칼럼에서다. 강문규 논설실장은 "국정이 꼬이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밀어부치는 일방적 행태에 있다"며 '데이비드 거겐'의 충고를 예로 들어 충고했다.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덕목을 일곱 가지로 꼽았다. 내적인 풍요, 명확한 목표의식, 설득력, 국민·의회·언론과의 협력성, 취임 초기의 순발력, 참모진 구성력, 그리고 충실한 추종집단을 만드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은 이 중 몇 가지나 될까. 하나도 없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비싼 시행착오를 겪어야 될지. 끔찍하지 않은가?   


태그:#민심이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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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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