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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의 격화로 인한 '공권력과 시민의 충돌'에 여당이 긴장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원내 2당의 설움을 톡톡히 봤던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18대 국회에서 '힘 있는 여당'으로 다시 태어날 심산이었지만 '거리의 정치'라는 돌발변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충돌이 장기화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어수선한 민심으로 인한 피해는 여당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은 거리의 충돌에 대해 일단 '모르쇠' 모드로 나가고 있다.

 

"정부가 불법 반정부 폭력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부대변인 논평이 26일 나왔지만, 그다지 힘이 실려 있지는 않다. 안상수 원내대표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리 시위에 대해 언급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 안 원내대표도 "평화시위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폭력이나 정치색 짙은 구호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할 뿐이다.

 

"경찰 격려하는 게 마땅하지만, 시위대 자극할 수도 있으니.."

 

한 당직자는 "여당으로서는 법질서를 확립하려는 경찰의 노력을 격려하는 게 마땅하지만, 거리의 시위대를 자칫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중진의원도 "국회의원들끼리 의사당에서 치고받으면 구급차라도 빨리 달려오겠지만, 혹시 경찰 몽둥이에 맞아 거리에서 사람들이 크게 다치면 어떻게 될까? 상황이 너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과 방사성 폐기장 유치 논쟁으로 지역 및 계층 간의 갈등이 고조됐던 노무현 정부의 초기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발 물러서는 '유연성'을 보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우 '사회기강 확립'이라는 보수진영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처럼 물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처에 시민들이 더욱 격렬한 저항으로 응답할 경우 '갈등의 악순환'을 다스릴 해법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날로 악화되는 경제에 대한 불만과 맞물려 한반도 대운하와 공공부문 민영화, 한미무역협정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도 여당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하나같이 여당이 18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인데, 자칫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경우 '거리의 정치'가 말 그대로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농림부장관 해임결의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것을 18대 국회의 전조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합리적 커뮤니케이션이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데 대한 좌절감과 분노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거리 시위를 분석했다.

 

"18대에서 '국정 파트너' 민주당이 강화돼야... 지금 모습으로는 걱정"

 

여당 내부에서도 "18대 국회가 열린 후에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오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을 몰아준 '총선 민의'와는 다른 민심의 흐름이 형성된 만큼  18대 국회에서는 더욱 반대파를 배려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남경필 의원은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FTA와 대운하, 개헌 등의 사안들에 대해 앞으로는 (국민들이) 온라인에서 떠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에서도 표출될 텐데, 국회가 이런 목소리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면 국민들은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남 의원은 "국정의 제1파트너가 되어야 할 민주당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침체된 모습을 보면 걱정이 든다"며 "야당들의 지리멸렬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이르면 야당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희룡 의원도 "정부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상황이라면 청계천에서 촛불집회가 있어도 사람들이 '할 일 없는 짓거리'라고 그냥 넘어가겠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짧은 시간동안 바뀐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거리의 정치'는 보수건 진보건 어느 정권에서나 있게 마련이지만, 민심의 동조 여부가 시위 규모와 양상을 결정 짓는다"며 "국회를 주도할 여당이 숫자나 권위·효율 등을 너무 믿으면 '국회가 소수자·억눌린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태그:#남경필, #원희룡,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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