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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협상무효'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
 지난 25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협상무효'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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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검·경찰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협상무효'를 외치며 나흘째 거리시위를 펼치는 시민들의 뒤에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기 위해 이들의 불법·폭력시위를 조장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며 "이들을 반드시 찾아내 사법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발맞춰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 역시 "불법을 조장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며 "이들을 반드시 찾아내라"며 경찰과 검찰을 향해 날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들은 27일자 지면을 통해 기자의 현장 취재 결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이끄는 리더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은 주로 '시위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라는 게 현장 참가자들의 설명이었다"며
특히 다음날 오전 2시를 넘도록 이어진 거리시위에서 이들이 '멈춰라', '가지마' 등을 외치며 조직적으로 대오를 이끌어가는 능수능란함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오후 6시경 촛불문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기자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거리를 내달리는 시민들과 마주쳐야 했다.

그러고 나선,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다시 청계광장 그리고 광교사거리에서 시청앞, 다시 명동입구를 지나 광교사거리까지 그리고 다시 명동입구로 되돌아가 서울역을 지나 또다시 경찰청앞을 통과하여 서대문역을 지나 독립문앞 그리고 또다시 되돌아가서 서대문역앞에 이르기까지…. 장장 6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들의 거리행진을 취재 및 촬영했다.

내 취재능력이 보수언론 기자들보다 떨어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6시간동안의 동행취재 과정에서 이들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나, "'멈춰라', '가지마' 등을 외치며 조직적으로 대오를 이끌어가는 능수능란함을 보인 리더"는 정말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행진도중 4거리를 만나 방향전환을 해야할 때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이쪽으로 가자", "저쪽으로 가야 한다"고 이견을 보이는 것은 보았다. 심지어는 주변에 있던 사진기자들에게 "우리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어보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종 집회와 시위에 대한 취재 경험이 많은 나를 비롯한 사진기자들조차도 어이가 없어하며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보냐, 여러분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가면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행진대열 맨앞에 서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럼 우리 광화문으로 다시 갈까", "광화문 말고 신촌으로 가요"라며 계속적인 의견충돌을 벌인 후 결국 신촌으로 향했다.

이런 현장 상황을 쭉 지켜본 기자는 일부 보수언론들의 보도내용인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을 볼때 분명히 배후세력이 있으니 그들을 반드시 찾아내라"는 기사내용에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25일 저녁 독립문 방면으로 거리행진하는 시민들을 촬영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대열을 앞질러가는 사진기자들의 모습
 25일 저녁 독립문 방면으로 거리행진하는 시민들을 촬영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대열을 앞질러가는 사진기자들의 모습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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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촬영한 1000여장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어쩌면 이 한장의 사진이 보수언론이 말하는 배후세력의 리더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물어보고 싶다.

행진대열을 찍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앞질러 가는 두명의 사진기자들의 모습이 당신들이 말했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이끄는 리더"이며 현장 참가자들이 설명했던 것처럼 "'시위를 많이 해 본' 사람들로 거리시위에서 '멈춰라', '가지마' 등을 외치며 조직적으로 대오를 이끌어가는 능수능란함을 보인 사람들"인가요? 아니면 "두명의 사진기자 말고 앞쪽에서 퀵서비스에 종사하시는 저분인가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깐 이들이 행진대열을 향해 이런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좀 천천히 가세요. 그쪽으로 가지말고 이쪽으로 뭉쳐서 가세요. 그래야 사진이 돼요."


태그:#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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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좋아 사진이 좋아...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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