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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화타'로 통하는 장병두 할아버지 사건이 대법원 최종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말기 암 등 불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가 기소된 뒤 재판 과정에서 '현대판 화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병두 할아버지(93) 사건의 대법원 선고일이 바짝 다가왔다.

"판 검사님! 이 눈동자를 기억해 주셔요." 장병두 할아버지의 민중의술을 지지하는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전주지방법원에서 법원의 선처를 바란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판 검사님! 이 눈동자를 기억해 주셔요."장병두 할아버지의 민중의술을 지지하는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전주지방법원에서 법원의 선처를 바란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당초 대법원은 지난 5월 29일 오전 10시 장씨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장씨 변호인측에서 선고연기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일단 선고가 연기됐다. 대법원이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선고 날짜는 조만간 다시 잡힐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전주지법 제1형사부(서경환 부장판사)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무면허 의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장씨는 3년간 3000여 차례에 걸쳐 무면허 진료 행위를 하며 모두 13억98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96년 11월 기소돼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1심 재판에서 같은 형량을 선고받고 항소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일부(시술 기간과 환자 수 등)를 파기했으나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해 주목을 받았다. 무면허 의료 행위에 관한 법원의 예외 없는 잣대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장씨 지지자들은 대법원 선고기일이 다가오면서 현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무죄 기원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인터넷으로도 무죄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2심 판결까지 재판부 고민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대로' 보면 장씨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범죄행위지만, 장씨 지지자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시술"이라며 '정당방위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무면허지만 제도권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질병을 전통의술로 치료해 죽을 사람을 살린 게 왜 죄가 되느냐는 게 장씨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의료시술 면허증보다 사람 목숨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병두 할아버지는 무죄!" 지난해 전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이 장병두 할아버지가 무죄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병두 할아버지는 무죄!"지난해 전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이 장병두 할아버지가 무죄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장병두씨 지지자들의 무죄 주장 1인 시위 외에 항소심이 진행되는 내내 장씨 측 변호인은 불치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그가 비록 무면허 의술을 행했지만 생명을 살려온 부분에 초점을 맞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2심까지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의료행위는 국민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확인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선고와는 별개로 "피고의 행위는 법적으로 자명한 위법이나 판을 진행하는 동안 피고를 지지하는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했고 (피고의 의술의 효과에 대한) 진실은 신만이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해 판결 과정에서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이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이유는 장씨의 특이한 치료방법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화타' 논란이 불붙었기 때문. 장씨는 기존 한의사들과 달리 진맥을 하지 않고 환자의 기색 등을 본 후 목부터 허리까지 혈을 따라 눌러 보는 방식으로 진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제조 방법도 평범하지 않았다. 한의학에서 쓰는 것과 다른 약재를 사용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곤충류나 과자, 밥, 술을 활용한 약재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증세에 따라 약도 다르게 처방한다고 한다.

장씨 측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장씨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심리가 사실상 법률심이고 그간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이 한 건도 없어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서울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1일 밤 11시15분 '히포크라테스, 화타를 원하는가- 102세 민중의학자의 상고이유서'란 제목으로 장병두 할아버지에 관한 사연을 방송한다.

서울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는 누리집(홈페이지)에 "무면허의료행위로 법정에 선 장병두 할아버지의 사례를 통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비제도권 의술을 찾아가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현실과 그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의료법 사이의 갈등, 그리고 훌륭한 전통의술, 민중의술이 현대의학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고 밝혔다.

무면허 불구, 서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난치병 치료 '화제'
'현대판 화타'로 통하는 장병두 할아버지는 누구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 등을 치료해 소생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일명 '현대판 화타' 장병두옹(93). 누리꾼 사이에 검색에 1위에 오르고 각종 매스컴에 보도되며 세간의 화제가 된 장씨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장씨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등창이 악화돼 죽기 직전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등창 구멍이 커져 장기가 보일 정도로 심각했으나 궁중 전의(典醫)였던 외조부 '진응양'의 도움으로 열 살 때 기적적으로 등창이 완치됐다는 것. 장씨의 실제 나이가 103세인데 호적상으로는 93세인 이유는 등창으로 언제 죽을지 몰라 부모가 호적신고를 10년 늦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 장씨는 외조부에게 전통의술을 배워 기본 지식을 터득했다. 시골 서당의 훈장이었던 백부에게 석 달 동안 한문 공부를 한 것 외에는 정규 학교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그의 집에 '임학 선생(당시 50세 정도)'이라는 사람이 자주 와서 머물렀는데 남루한 행색으로 따뜻한 방 안에 들어와서 자는 법이 없고, 언제나 눕는 일이 없이 앉아서 잠을 자는 등 기인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0대 시절 장씨는 이 기인을 따라 지리산 깊은 산골에서 수련생활을 했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행로를 바꿔 놓았다. 장씨는 18세 무렵부터 10여 년간 깊은 산속에서 도학 및 민중의학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동물실험과 자신의 몸을 이용한 인체실험을 하며 생명에 대한 나름대로 이치를 터득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의술을 연구하고 시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씨의 치료방법은 진맥 후에 약을 조제하는 방식이다. 약의 주원료는 진품 웅담, 사향, 녹용, 삼, 꿀 등 자연식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의학과 달리 원료 대부분을 10년 이상 발효,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한다. 장씨의 이 같은 의술은 주로 지인들을 통해 주변에 알려졌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장씨는 환자의 수명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어 환자의 생명이 사실상 다 된 경우에는 치료를 안하고 돌려보낸다고 한다. 자신이 치료할 수 있는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중국의 전설적 명의였던 '화타'와 곧잘 비교하곤 한다.

장씨는 우리 나라 전통의서인 '동의보감'이 현대병 치료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을 저술할 당시의 물과 공기, 환경이 현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대병 치료에는 이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장씨는 인체의 어떤 장기나 부위가 불균형을 보일 때 병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킨 것과 상극되는 성질을 가진 약재를 사용하는 게 낫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병의 근원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치료법은 '상대성 원리'에 의한 치료 논리로 현재까지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장씨의 의술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며 법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무면허)는 문제점이 있다. 침과 뜸 등을 함께 시술하는 기존의 한의학과 달리 약만으로 갖가지 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구심 또한 여전히 남아 있어 한의학계에서도 그의 의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태다.

어쨌든 언론 보도 후 수많은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장병두 할아버지'는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무죄를 탄원하는 서명 운동이 활발해지는 등 재야의 민중 의술이 새롭게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장병두 할아버지가 또다시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병두#의사#한의학#전통의학#민간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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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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