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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한반도 운하, 문제점과 대안 찾기'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의 모습.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한반도 운하, 문제점과 대안 찾기'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의 모습. ⓒ 송주민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계획에 대해 '밀실 계획' '밀어붙이기식 추진'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운하 찬성 측 학자도 정부를 향해 강한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진행된 '한반도 운하, 문제점과 대안 찾기 토론 한마당'(생명의 숲 국민운동,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주최)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정부의 (대운하) 추진방법에 대해 대단히 불만이 많고, 이에 대해 계속 쓴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운하 반대론자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는 "국토해양부가 비밀리에 국토연구원 등 5개의 연구기관을 통해 국책연구용역을 발족한 것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엄청난 조직과 돈, 정보를 다 가진 상태에서 밀실 안에 들어가 찬성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맞서려 하니까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되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토해양부 운하 담당자 운하의 '운'자도 몰라"

이와 관련 대표적인 운하 찬성론자 중의 한 명인 조원철 교수는 "국토해양부 내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사실 운하의 운자도 모르던 사람들"이라며 "일평생 도로 만들고 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운하 사업을 담당하라고 맡기다 보니 계획이 계속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국토해양부 그분들(담당 공무원)은 사실 책 읽는 습관이 안 되어있는 사람들이고 위에다 보고하는 습관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운하를 모르는 공무원들이 운하를 전혀 모르는 김이태 박사같은 사람에게 '논리 개발'을 부탁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찬성 측에서 정부산하조직의 운하 추진계획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하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운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찬성론자들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엄청난 조직과 돈으로 비밀리에 추진... 며칠 전부터 잠 안 온다"

한편 박창근 교수는 "국토부가 30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5곳의 국책연구기관을 발족하여 대운하 사업 계획 지침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우리가 2년 가까이 (운하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사회를 뜨겁게 달궜는데 지금 보면 앞에다 허깨비를 가져다놓고 싸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토해양부에는 이미 운하를 만들겠다는 결론이 나와 있는 것"이라며 "현 상황을 볼 때 밀실연구, 찬성을 위한 찬성연구가 될 것이 명확하며 여론수렴을 한다 해도 짜고 치는 공청회나 자문회의 정도만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또 "이제까지는 실체 없는 운하를 가지고 싸웠는데 이제는 5개의 국책연구기관이 30억 예산을 가지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며 "운하반대교수모임도 이와 관련하여 비상집행위원회 소집하여 대책수립에 나섰다. 이제까지는 아마추어끼리 치고 받았으면 이제는 본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며칠 전부터 잠이 안 온다. 상대는 엄청난 조직과 돈을 바탕으로 밀실 연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부터가 더 힘들지 않겠나"며 "그 동안은 정치성 띄는 단체나 시민단체와는 손을 안 잡고 오직 전문성으로만 얘기하려 했는데 국토해양부가 이렇게 나온 이상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연대조직을 꾸려야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 운하 운항선 시속이 74km?... "미국 운하 가보니 9~11km"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전택수 교수는 "미국 운하의 운항선은 시속74km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는 "운하 찬성 측에서 최대시속이 32km, 평균시속은 24km라고 주장하는데 전 교수는 더 나아가 74km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내가 미국의 운하를 방문해서 본 바로는 모터보트 수준의 그런 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기자는 "미 공병단과 함께 미시시피 강의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운하를 직접 찾아가서 배를 모는 선장에게 '속도가 얼마나 나오나'고 물으니 9~11km라고 했다. 74km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수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답변에 나선 전택수 교수는 "독일 MD운하 같은 경우에도 최고시속을 13km로 정해놨으나 이는 전체 171km 구간 중에 40~50km 구간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74km라는 수치는 단지 운항선의 최고시속을 말한 것이지 바지선 등이 그렇게 다닌다는 것은 아니다. 강의 깊이와 운하의 상황에 따라 낼 수 있는 속도는 차이가 있으며 무조건 13km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반도 대운하#조원철#박창근#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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