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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를 부르며 안마하기 게임을 하는 모습
▲ 서로 안마하기 동요를 부르며 안마하기 게임을 하는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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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세 번째 시간을 가졌다. 예상했던 대로 어르신들께서 잊지 않고 찾아주셨다. 이렇게 고맙고 반가울 수가.

오후 2시경 맨 윗동네 할머니 한분께서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신다. 현관으로 들어서시며 시장 갔다가 직접 이리로 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아직 아무도 안 왔는데 이렇게 일찍 와서 미안해서 어쩌지?"
"네, 잘 오셨어요. 집에 다녀오시려면 힘드시잖아요. 저랑 차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시면 되죠?"

"이 늙은이 때문에 소장님 피곤한 거 아녀?"
"할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피곤하다 생각했으면 운동교실 시작도 못하죠."
"그건 그러네."

"피곤한데 차는 무슨 차여, 그냥 볼일 봐요. 나 그냥 여기에 앉아 있을테니까."
"하나도 안 피곤하니까 차 한 잔 드릴께요."
"미안해서 그렇지...... 고마워유."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한 분 한 분 모여들기 시작하여 모두 아홉 분의 어르신들께서 건강증진실을 가득 메워주셨다. 워낙 협소한 공간이다 보니 아홉 분이 큰 동작을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말 그대로 신바람이 난다.

노년기 근력을 유지하는 8가지 생활수칙에 관한 자료
▲ 인터넷을 이용한 자료 활용 노년기 근력을 유지하는 8가지 생활수칙에 관한 자료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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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참여하시는 할머니 한분께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사서 하느라고 이렇게 고생한대유, 그래? 돈이 나와 떡이 나와, 나야 운동하면 좋지만......"

그러자 다른 할머니께서 한 말씀 거든다.

"맞어, 우리야 좋지만 소장님은 힘들어서 워쩐댜."

요즘 어르신들은 신바람건강운동교실을 이용하시면서 하지 않아도 될 걱정들을 하신다. 평소에 어르신들 스스로 자신들을 쓸모없는 사람, 남한테 피해나 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여간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없다는 식의 자신감 부족, 의욕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할머니, 저 하나도 힘 안 들어요? 오히려 어르신들 덕분에 즐겁고 신이 나는 걸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우리가 고맙지. 사실 괜히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제가 오히려 어르신들께 감사해요, 이렇게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께서 열심히 참여해 주시잖아요."
"그럼, 서로 고마운 거네?"
"하하하 호호호."

두 번째 시간과 마찬가지로 맨 처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어르신들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도 인사 나누는 것이 좀 서먹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반복할 생각이므로 좋아지리라 믿는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강원도 아리랑을 불렀다. 물론 박수는 군대박수로 힘차게 분위기를 유도했다. 군대박수는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려오면서 박수치는 것인데 평소에 안치던 박수라서 자꾸만 손이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면 얼른 내가 먼저 군대 박수를 치면서 시범을 보이면 어르신들도 다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군대박수를 치시며 노래를 부르신다.
군대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 노래부르기 군대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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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첫 시간부터 계속 이어지는 짠짜라 체조를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이고 음악에 맞춰 실시했다. 오늘,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세 번째 시간인데 처음보다 방향도 어느 정도 일치하고 많이 좋아지셨다. 이제 짠짜라 음악만 나와도 어깨를 들썩들썩 하시며 체조를 하신다.

어르신들이 참 멋져 보이신다. 어르신들이 체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양파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흐뭇해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다.

어르신들을 위해 보기 좋게 달력 뒷면을 이용하여 노래 가사를 적어서 활용함
▲ 달력을 이용한 자료 어르신들을 위해 보기 좋게 달력 뒷면을 이용하여 노래 가사를 적어서 활용함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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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순서는 <정 하나 준 것이>라는 음악에 맞춰 건강박수 동작을 하는 것이다. 명색이 지도자 과정 연수를 받았다고 노래에 맞춰 건강박수 율동을 직접 만들어서 어르신들과 함께 즐기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4박자로 된 음악이면 어떤 동작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안무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든다. 물론 어르신들이 따라하시기에 가능한 동작으로 말이다.

요즘은 신바람건강운동교실을 운영하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안무 구상하랴, 프로그램 준비하랴, 음악에 이렇게 사례자료(기사)까지 만들려니 살이 쏙쏙 빠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뜻하는 일에 길이 있다고, 뭔가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기에 보람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네 번째 건강운동교실을 준비한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보건진료소, #건강운동교실, #노인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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