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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金.

국민 한자 '미'와 '금'이다. 누구나 읽고 쓸 수 있기에 '국민 한자'라 이름 해보았다. 각각 뜻은 '아름다움'과 '쇠'다. 이처럼 많은 한글 단어는 음과 뜻이 다르게 표기되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우리는 어느 것으로 말해도 그 의미를 알아듣는다. '미'라고 해도 'beautiful'이요, '아름다움'이라 해도 역시 'beautiful'이다. 이것이 달라질 리 없다.

음과 뜻 어느 하나만을 말해도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기에 둘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음과 뜻을 표기하는 글자가 갖는 시각적·음성적 효과는 사뭇 다르다.

'美'를 보자. '미'라고 하면 엄격한 느낌이 들고 압축미가 느껴진다. '아름답다'고 하면 자유분방한 느낌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발음하는 맛을 느끼게 된다. 결국 '미'든 '아름다움'이든 그 글자가 쓰이는 문장 속에서의 어울림을 고려하여 쓰기만 한다면 둘 중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반성을 벗어나버린 글자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놈 자(者)' 자다. 이 글자는 단순히 음과 뜻을 표현하는 글자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이 글자는 음과 뜻이 전혀 다른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OO자'라고 하면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지만 'OO놈' 하면 비하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놈'이라는 글자에 대상을 비하하는 의미가 스며들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者'을 '자'라고 표기한 데서 이것을 '놈'으로 해석해서 성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문제 삼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지난 2월의 대통령직 인수위 사람들이다. '대통령 당선자'라는 호칭에 문제가 있으니 '대통령 당선인'으로 표기를 바꾸어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것이다. 이후 모든 언론에는 일제히 '당선인'이라는 이상한 호칭이 등장했다. 인수위 사람들 눈에 대통령의 존엄함과 '놈'을 뜻하는 글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것일까. 비록 아무도 '者'을 '놈'으로 해석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자'라는 글자에서 '놈'의 의미를 읽어내고, 거기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경함을 읽어내는 그들의 충성심이 놀라울 뿐이다.

인수위의 이런 권위주의적 발상이 오늘까지 이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정말로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국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인 촛불집회를 배후, 괴담, 좌경, 불법, 사회불안, 철부지 등의 용어로 무시해버리는 그들의 거만과 오만에 할 말을 잃는다.

급기야는 '멍청한 대중'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유권'인'이 아닌 유권'자'의 의견은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일까. 이명박 정부는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것은 물론 이명박 정부를 위해 하는 말이다.


#놈#이명박#당선인#멍청한 대중#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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