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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회원인 한규한씨가 김기명 기자의 <촛불들을 지도하지 마세요>(5월28일자) 기사에 대한 반론을 보내와 가감없이 소개합니다. 이와 관련한 또다른 견해나 반론이 있는 분들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저는 '다함께' 회원입니다. 김기명 님의 말씀(촛불들을 '지도'하지 마세요)대로 촛불이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 도심으로 흘러 넘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민주적이고, 자생적인 활력이 넘치는 운동의 모습은 시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뿌듯함과 행복을 줄 것입니다.

이 찬란한 저항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친 소 수입을 저지하길 모두가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기명님이 '다함께'에게 한 충고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겠죠. 그런데 김기명 님의 주장에 대해 저는 몇가지 부정확한 사실을 지적하고 이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몇 가지 바로잡습니다

먼저, "'다함께'를 비롯한 소위 '운동권' 분들은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모르고 방관하다가 몇 주가 흘러서야 하나둘씩 개인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쓰신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운동에 처음부터 참가하신 분들을 모두 아시겠지만 '다함께'는 첫날부터 이 운동에 참여했고 호외 등으로 의견을 제시해 왔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이 운동의 놀라운 역동성에 감동을 받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김기명님은 26일 촛불집회에서 발언한 '다함께' 회원이 "촛불문화제에 모인 사람들이 범국민대책회의의 관리를 받아야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쓰셨는데 이는 왜곡입니다.

그 발언의 내용은 "거리의 반란을 대책회의가 분명히 지지해야 하고, 나아가 대책회의가 거리 시위와 행진을 조직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라는 것이었죠. 오히려 그 날 '다함께'는 호외를 배포해 '국민대책회의가 거리 시위를 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장관 고시를 발표한 2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제22차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학생과 시민들이 종로로 행진하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장관 고시를 발표한 2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제22차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학생과 시민들이 종로로 행진하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대책회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국민대책회의가 거리 행진과 시위를 주최하고 책임질 때, 더 크고 안정적인 행진이 가능할 것이고, 정부도 쉽게 탄압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김기명 님도 인정하실 것입니다.

지금 거리 시위를 어떤 공신력있는 단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프락치' 공방이 벌어지고, 언제 어디서 도로로 나가서 어떻게 마무리할 지도 모르는 혼란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래서 국민대책회의가 31일 공식적인 대규모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환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입니다.

또, 그 회원이 "민주노총이 앞장서자"고 한 것은 정확히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이 하겠다던 '반이명박 파업'을 지금 앞당겨 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도 틀린 주장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김기명 님은 "노조가 앞에 서는 순간 대중의 활력은 사라지고 운동권의 '관리 근성'이 되돌아올" 거라고 하셨죠.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가 더 큰 효과를 내려면 시위가 더 확대돼야 할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 강력한 힘이 있는 조직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등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봐도 정권을 뒤흔들고 타도하는 투쟁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중동도 민주노총 등이 이 운동에 결합하려는 것을 비난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운수노조의 미친 소 운송저지 선언이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지금, 조직 노동자가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님의 주장은 옳은 것 같지 않습니다.

이처럼 운동을 더 강력하게 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오는 대중의 활력의 정서를 다시금 '지도'와 '관리' 속으로 끌고 들어가 힘을 빼려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지도'가 아니라 '합의'입니다

김기명 님은 조직과 대중을 대립시키는 '자율주의' 관점에서 이 반란을 해석하려 하시는데,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좌파와 '운동권' 중 일부가 대중의 자발성을 통제하고 일방적으로 지도하려는 태도를 취한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태도에 비판적입니다. 올바른 활동가는 대중과 함께 투쟁하면서 그 경험에서 배우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함께'는 '아래로부터 투쟁'과 '노동자 계급의 자기해방'을 강조하고 있고, 대중의 자발성에서 배우기를 매우 강조합니다. '다함께'는 대중의 지도부를 자임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지도는 문제'라는 것이 곧 운동 속에 어떠한 '지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다양한 토론은 운동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생각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뜻을 모으는 '합의'는 결코 대중의 자발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동안 벌어진 논쟁들, 즉 '청계광장에서 계속 촛불을 들 것이냐 아니면 거리로 나갈 것이냐' 하는 논쟁도 마찬가지였죠.

지금 거리 시위에서도 조직이든 개인이든 누군가는 구호를 선창하고 있고, 흔히 시위의 방식과 진로를 두고 참가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토론이 벌어집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이 더 효과적인 저항의 방향을 제시하는가'입니다. 어떤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함께' 회원들도 이 운동의 일부인 이상 나름의 방향을 제시할 권리가 있고, 그것이 이 시위의 커다란 장점인 민주적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어떠한 종류의 '지도'가 대중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듭니다. 더는 청계광장에 갇혀있지 말고 거리로 나서자던 일부 사람들의 '지도'는 옳았고 운동에 활기를 주지 않았습니까?

'다함께'는 지도부를 자임한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김기명 님이 근거도 없이 "'다함께'가 지도하고 있었다" "'다함께'의 방송차"라는 표현까지 쓰시면서, '다함께'가 이 운동과 거리 시위 등을 앞장서 지도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좀 당황스럽군요. 정부가 그런 단체를 찾아내서 처벌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이미 '다함께'는 정부의 출두 요구와 우익 단체들의 고소고발 등을 당했습니다.  

더구나 김기명 님이 '다함께'만 특정해서 "지도하려 든다"고 비판하시는 것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예컨대 이 운동에 참여하며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단체는 '다함께'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장관고시를 강행했습니다. 저항이 더 커져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내부에서 차이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어떻게 더 강력하게 싸우고 승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투쟁할 때인 것 같습니다.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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