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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바람이 서북에서 동남쪽으로 붑니다. 그 때문에 황사가 한반도와 일본으로 날아가죠. 건강을 해치고 전자(정밀)산업 등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 시원히 해결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젭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니까요. '만리 나무장성'을 세워 최대한 저지하는 것뿐입니다. 그나마 몽골 혼자서는 역부족이죠. 각국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성인 한국에겐 고마운 마음이고요."

 

몽골이 세운 사막화 방지 최고 수단은 그린벨트. 국토의 90%에서 진행 중인 이 공포를 막을 유력한 수단으로 'V자'형 국토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만리 나무장성'을 쌓겠다는 것. 사막이 북진하고 있으니 3700km(만리 가까운)의 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단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아비르메드(50, 남) 몽골 자연환경부 국가그린벨트 국장의 말이다.

 

애초 기자는 시렉 담바 자연환경부 장관을 인터뷰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경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몰랐던 변수가 하나 있었으니, 몽골 총선. 6월 29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집권 인민혁명당의 승리를 위해 불가피하다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꿩 대신 닭은 아니다

 

그렇다고 꿩 대신 닭은 아니다. 정치적 대답이 뻔 한 장관 대신 사막화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관료를 만나는 것으로 위안 삼을만하지 않는가. 아비르메드 국장을 울란바토르 도심에 있는 한국인 식당 '신라' 별실에서 만난 시각은 16일 오후 6시. 며칠 전 행사 때 마주쳐서 그런지 낯설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다.

 

사막화 현황을 알려달라니 거침없다.

 

"이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국토의 70~90%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줄고 건조화가 진행되며 초지와 식물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풀이 땅을 덮고 있지 않으니 흙·모래가 바람에 날려 모래폭풍이 생겨나죠."

 

사막화의 심각성을 절감케 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동북아 황사의 24%만 몽골에서 나온다는 중국 주장이 있습니다. 조사방법이 다르긴 하겠지만, 자국에 유리한 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20년간 고비(사막지역)를 연구한 사람(박사학위)으로 확신하건대, 동북아 황사의 50%는 몽골에서 발생합니다. 알타이와 항가이를 가로지르는 바람길에서 생기죠. 일본·한국·러시아 공동조사에서도 최근 비슷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고 기온이 42℃까지 올라가는 북방한계선이 몽골·중국 국경에서 차츰 북으로 오르고 있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이란다. 몽골 사막화의 가장 큰 요인이 화석연료를 흥청망청 사용하고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든 지구촌의 막개발에 있다는 말씀.

 

"강수량은 줄고 호수·강물이 마르며 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바람도 거세져 사막이동(확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요."

 

그는 이어 인위적 요인으로 기형적 목축업을 들었다.

 

"캐시미어(최고급 모) 값이 오르자 염소사육이 전체 가축의 50%를 웃돌고 있습니다. 염소는 풀을 뿌리째 뜯어먹어 사막화를 촉진하거든요. 정부는 이를 통제하려고 목초지를 특정지역에 한정하고 적절한 가축 수 제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알타이·항가이 바람길 재앙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거냐고 물으니 한참을 미소 짓다 고개를 끄덕인다. 2005년부터 북진하는 사막화 저지 성을 쌓고 있는데 향후 30년간 추진할 예정이란다. 사막을 푸르게 바꿔놓을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사막화가 진척되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진행 중이 곳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건 가능하단다.

 

2005년부터 그린벨트 사업이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1천ha에 조림사업을 했다. 3700km(넓이 600m)를 조성하게 된다. 전체 국토의 90%인 140만㎢가 사막이거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땅의 1/700에 해당하는 가늘고 긴 '만리 나무장성'을 국토 중앙을 따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재원마련이 최대 난제. 지금까지 한국 외 조림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연구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숲 가꾸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더 고마워하고 더 적극적 지원을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로터리클럽이 지난 3년간 150ha에 조림사업을 했다. 우이르항가에, 고비숭베르, 움노고비 등 3곳에서다. 그리고 푸른아시아가 뛰어들었다. 바가노르구에서 도시형 사막화 저지 조림모델을, 바양노르솜에서 초원(시골)형 모델을 완성해가고 있다. 수도권 상수원지역 성긴에서 '녹색댐' 숲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룬솜, 우문고비 등에서 조림사업을 지원한다. 매년 100만달러씩 총 10년간 지원키로 했다. 총 3천ha의 숲을 조성하게 된다. 올해 처음으로 200ha 조림사업을 한다. 올 한해 한국에서 지원해 조성되는 조림지는 총 300ha가 되는 셈. 로터리클럽 42ha와 푸른아시아 40ha를 포함해서 그렇다.

 

"모래사막에 곰이 산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고맙다고 말문을 튼다.

 

"몽골정부가 외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오기출 사무총장에게 '자연환경보호 지도자상'(훈장)을 줬는데, 이 상은 정확히 말하면 한국 국민에게 주는 상입니다. 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고대합니다.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시길 바라고요."

 

이쯤에서 기자는 질문을 제지(?)당했다. 자기도 묻고 싶은 게 있단다. 말하라니, "사막에 곰이 산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대고비를 지키는 관리공단 대표를 8년간 역임했는데, 전문가답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이다.

 

모래사막 한 가운데 사는 곰은 '마자레'. 영토(사막공원)가 자그마치 530만ha나 된다고. 몽골은 국립공원(보호구역) 규모로 세계 3위의 나라. 그곳에 야생 낙타·말·야마(산양)·염소·표범 등 멸종 위기종이 숱하다. NHK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2년간 다큐촬영을 했는데, 세계를 놀라게 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기자에게도 "직접 또는 다른 누구든"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리곤 대담이 힘들었는지 그만 하잖다. 기자는 "좋죠"라 답한 뒤 갑갑한 별실을 나왔다.


태그:#몽골, #황사기획, #사막화, #푸른아시아, #아비르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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