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정부는 기어코 미친소 장관고시를 강행하고 말았다. 이제 저항은 '고시철회'가 아니고 '이명박 퇴진'운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저항의 목표와 방법을 재정립해야 할 때이다.
청계광장은 서울의 아고라
사이버민란은 '아고라'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공간이다. 안단테의 이명박 탄핵서명운동이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오프라인의 촛불시위 과정에서는 청계광장이 아고라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시민들은 청계광장에 모여 밤마다 촛불을 밝히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원래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공의 광장을 일컫는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아크로폴리스가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아고라는 시민의 경제생활과 예술 활동이 이루어졌던 장소라고 한다.
한편, 호메로스의 작품에 처음 나오는 '아고라'라는 명칭은, 물리적 장소를 일컬음과 동시에, 사람들의 모임 자체도 의미하고 있었다. BC 5세기경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일상생활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 즉 종교활동, 정치행사, 재판, 사교, 상업활동 등을 모두 아고라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미친소 협정으로 죽어가는 축산농가들
미친소에 대한 분노는 청계광장에서만 분출되는 것은 아니다. 소값 폭락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축산 농가에도 비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5월 1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한 축산농이 농약을 마시고 음독한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5일에는 전남 함평의 축산농이 비관 자살하였으며, 8일에는 영광의 축산농이 또다시 자살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타결 이후 벌써 3명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청계광장에 모인 도시인들은 이들 축산농가의 죽음에는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미친소 수입이 가져오는 위협은 두 가지다. 국민 건강과 축산농가에 대한 위협이다. 당장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관련 있는 광우병 문제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의 절망에도 같이 아파할 수 있어야 건전한 공동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죽음에 아픔을 표하지 않는다면 촛불문화제는 한낱 도시인들의 이기적인 투정으로 보일 것이다. 청계광장에서 밝히는 촛불은 축산농가가 겪는 생활의 아픔에도 똑같이 비춰져야 한다. 정부와 도시인에게 버림받은 축산농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일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곧 FTA의 문제점을 다시 논의하고 그 대책을 강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청계아고라에 미친소로 죽어간 분들의 묘역을
아테네의 아고라에는 특별한 경우에 최고의 명예를 부여하기 위해서 시민에게 무덤을 만들어주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의미에서, 나는 미친소로 인해 죽어간 분들의 시신을 청계광장에 정중히 이장할 것을 제안한다.
상상해 보라. 농촌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미친소 반대 장례의 장엄한 행렬을. 상여를 매고 청와대를 돌고 돌아 청계아고라에 이장하고 추모제를 올리자. 이는 축산농가의 무덤이요 동시에 독재자의 무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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