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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자세와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강부자 내각' 시비에 이어 주특기로 내세웠던 경제정책도 방향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졸속 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민심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출범 100일 밖에 안 되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3월 부산대학교는 영어 수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에 발맞춰 많은 교수들이 영어로 수업을 시도했고, 강의 교재로 비싼 영어 원서를 사라고 했던 것. 그러나 이것은 곧 실패했다.

 

"한국 말로 수업을 해도, 내용 이해가 힘든데 영어로 수업을 하니 이해하기가 더 힘들고 소통도 안 됐다. 그래서 수업 중간쯤 그만두었는데, 영어 원서만 애물단지처럼 남았다."

 

한 후배의 한숨 섞인 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본의든 아니든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안 분위기도 바꾸어 놓았다. 소위 '실용주의'의 가치가 학교가 휩쓸었다. 부산대학교는 학교 매점을 생협직영이 아니라 코리아세븐에게 넘겼고, 심지어 학교운동장을 효원굿플러스라는 대형쇼핑몰의 공원으로 만들고 있다.

 

발전기금을 많이 받아서 효율적으로 학교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총장의 논리였다. 누구와 닮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학교는 공사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민영화와 토건주의 논리는 학교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치는 정부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런 학교 안의 분위기와 정면으로 싸워야 했다. 지난해 12월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에 앞서 11월 부산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즉, 부산대학교 사회대라는 작은 공간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작은 싸움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선거 전에도 이명박 시대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당선 후 1년 계획을 세울 때도 5월 안에 모든 공약들을 이행하기로 잡았다. 그쯤 되면 대운하 정도의 이슈가 터질 테니 그것에 대해 학생회 차원에서 전력으로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명박을 이겨보겠다고 오전 8시 30분 아침조례도 한 달 동안 시도했다. 집행부들은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고 불평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영어 수업을 시도했던 교수처럼 한 달 만에 포기했다.

 

예상을 하긴 했는데 예상을 한참 빗나가 버렸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학교 안에 '이명박노믹스'가 판을 쳐서 선전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정부는 짐 싸서 나가려던 17대 국회의원들을 여의도에 앉혀 놓고 한미FTA를 통과시키려고 하더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마음대로 해버렸다.

 

그 와중에도 대운하를 추진하려고 하고, 국립대 법인화를 통과시키려고 했다. 그게 잘 되지 않자 국립대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통합시켰다. 이어서 의료민영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 논란 등등.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지난 25일 새벽 서울 촛불집회에서의 시위자 연행 '만행'에, 아침에 붙여야겠다는 일념으로 나와 집행부들은 밤 늦게까지 대자보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대자보를 만들고 있는 그 순간에도 계속 폭력진압을 해 헛웃음을 치며 몇 번이고 대자보를 수정해야 했다.

 

29일에는 장관고시까지 해서 대자보를 또 써야 했다. 정말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 다른 문제들은 신경도 못 쓰고 있다. 그나마 우리 집행부들은 자르고 붙이고 쓰는데 이골이 나, 점점 선전 실력이 수준급으로 늘어나는 것을 위안을 삼고 있다.

 

같은 날 29일에는 부산대학교 동맹휴업에 대한 계획 마련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대의원총회 소집 안건을 통과시켰고 30일엔 대의원총회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6월 2일부터 4일까지는 이명박 취임 100일을 맞아 동맹휴업을 결정하는 선언운동을 벌여야 한다. 아, 정말 너무 바빠 힘들어서 못 해먹겠다.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다.

 

그래도 싸울 맛 납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진실은 어렵지만, 변화는 위대하고 큽니다. 같은 사회대인으로서 자랑스럽니다^^’/ 항상 열심히 하십니다/ 힘내세요 파이팅'과 같은 익명의 응원 문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강의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할 때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학우들이 좀 더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박수도 크게 쳐준다. 촛불을 들겠다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것 때문에 차마 때려치울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100일 동안 "흠, 딱히 달라진 건 모르겠는데, 왠지 모르게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커진 것 같아요"는 후배 녀석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이명박 통령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었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 부산대학교 학생들을 하나로 뭉쳐지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시대가 '이명박 노믹스'에 빠져 허우적거려 정말 힘들어서 못해 먹을 뻔한 학생회장. 이젠 바로 그 '이명박 노믹스' 때문에 사회대 회장 할 맛이 나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 누가 더 끈질긴가 한 번 붙어봅시다! 내가 당신 막으려고 학생회장합니다!


태그:#박정훈, #이명박, #부산대학교,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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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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