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민영화
.. 그들의 첫 번째 사업 내용은 이라크의 석유를 민영화하는 것이다 ..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79쪽
“그들의 첫 번째 사업(事業) 내용(內容)은”은 “그들이 처음으로 하려는 일은”이나 “그들이 맨 처음으로 하는 일은”으로 다듬어 봅니다. “이라크의 석유를”은 “이라크 석유를”이나 “이라크에서 뽑아내는 석유를”로 손질합니다.
┌ 민영화(民營化) : 관에서 운영하던 기업 따위를 민간인이 경영하게 함
│ - 국영 기업의 민영화
│
├ 민영화하는 것이다
│→ 민간에 맡기기이다
│→ 민간 회사에 맡기는 일이다
└ …
‘민영화’라는 말을 찬찬히 뜯어 봅니다. ‘民’은 ‘백성’입니다. 여느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營’은 ‘꾸리다’입니다. ‘化’는 ‘그렇게 되게 한다’입니다. 그러니까, “백성이 꾸리게 한다”나, “여느 사람이 꾸리게 한다”는 소리입니다. 정부가 꾸리지 않고, 한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꾸려 나가도록 한다는 일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민영화’를 한다고 할 때에, 여느 사람들이 나서서 할 만큼 문이 두루 열려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할 텐데, 흔히 말하는 ‘민영화’는 ‘재벌 회사한테 맡기기’를 가리킨다고 느껴집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민영화’는 ‘여느 사람들이 이라크 석유회사를 꾸리도록 하는’ 일이 아니라 ‘석유 재벌이 이라크 석유를 넘겨받도록 하는’ 일을 이야기합니다.
┌ 이라크 석유를 재벌 회사에 맡기는 일이다
└ 이라크 석유를 재벌 회사에 넘기는 일이다
낱말뜻을 올바르게 풀어내면서 적어야 합니다. 때로는 낱말뜻을 넘어서, 어떤 속내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ㄴ. 생활화
.. 사실 농농은 정말 절약이 생활화된 겁니다 .. 《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7)》(서울문화사,2005) 247쪽
‘사실(事實)’은 ‘그러고 보면’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다듬어 줍니다. “생활화된 겁니다”는 “생활화되었습니다”로 손보고, ‘정(正)말’은 ‘참으로’나 ‘참말’로 손봅니다. ‘절약(節約)’은 ‘아끼기’나 ‘아껴쓰기’로 손질합니다.
┌ 생활화(生活化) : 생활 습관이 되거나 실생활에 옮겨짐
│ - 질서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다 / 정직의 생활화가 우리 반의 급훈이다 /
│ 생활화된 습관 / 경로사상이 생활화되다 / 질서를 생활화하다 /
│ 자연보호를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
├ 절약이 생활화된 아이
│→ 아껴쓰기가 몸에 밴 아이
│→ 아껴쓰며 사는 아이
│→ 아껴쓰기가 버릇이 된 아이
│→ 늘 아껴쓰는 아이
└ …
어릴 적부터 ‘절약’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헤프게 살아가는 일이란 썩 아름다울 수 없을 터입니다만, 나라 정책으로 우리를 짓누르면서 나온 외침말 가운데 하나가 ‘절약’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엊그제 헌책방에 갔다가 1960∼7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가 보이기에 가만히 넘겨보는데, ‘한 푼 두 푼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간첩 잡는 방위성금으로 쓰자’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어 나옵니다.
┌ 질서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다 → 질서를 지키며 살고자 애쓰다
├ 질서를 생활화하다 → 늘 질서를 지키며 살다
├ 정직의 생활화가 → 올바르게 살기가 / 착하게 살기가
├ 생활화된 습관 → 몸에 밴 매무새
├ 자연보호를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 자연을 돌보고 가꾸도록 힘씁시다
└ …
국어사전에 나온 보기글을 하나하나 뜯어 봅니다. 하나같이 ‘지난날 독재정권 때 우리를 억누르면서 위에서 내려보낸 외침말’처럼 느껴집니다. 아니, 오늘날에도 고이 이어오고 있는 ‘위에서 내려보내는 외침말’은 아니랴 싶습니다. ‘질서를 생활화’하고 ‘정직을 생활화’하라는 말씀. 그런데, 우리들한테 지키라고 하는 질서를 지키는 윗분은 얼마나 될는지요. 우리들한테 지키라는 정직을 지키는 윗사람은 얼마나 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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