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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통의 낯선 전화번호가 벨을 울립니다. 총선에서 떨어지고 의기소침에 있을 때였습니다. 뜻밖에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27년 만에 처음 통화를 한 것입니다. 가물가물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이 친구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다짜고짜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친구와의 대화입니다.

 

친구 "야 청래야 이명박을 탄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야 그게 뭔 말이냐?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 "출범한 지 며칠이 됐건 우리는 못 참겠어야. 이명박을 탄핵시켜야지 도저히…. 너 다음 아고라 알지? 거기 40만이 넘었잖아, 탄핵 서명자가…."

나 "하면 국회에서 해야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불가능하잖아…. 87년 6월 항쟁같은 방법밖에는 없지…."

친구 "앞으로 두고 봐라. 이거 장난이 아니야, 6월 항쟁처럼 될 거야."

 

그 날 밤 저는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는 선거에 떨어졌지만 쇠고기 관련 대정부 질문을 준비하는 중이라 바빴는데 이 곳이 저의 선생님이었습니다. 다음 날 당 지도부를 만나 '다음' 아고라를 들어가 보시라 권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대정부 질문에 관련한 자료도 많이 참조했습니다.

 

이 친구의 공언대로 사흘이 지나자 탄핵 서명자가 기적같이 100만을 넘어섰고 제가 대정부 질문을 할 때 126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연일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국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지도방침은 '다음' 아고라에 있으니 그 곳을 가보라 권장했습니다.

 

27년만에 전화한 동창이 알려준 '대정부질문 선생님'

 

각설하고 이번 '쇠고기 싸움'은 이제 한 7부 능선 쯤 넘은 것 같습니다. 승리에 대한 조짐을 저는 읽고 있습니다.

 

저는 17대 국회에서 문광위 활동만 4년을 꼬박했습니다. 언론의 횡포와 폐해 그리고 그들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신문사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문사 특히 '조중동문'은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이미 독립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까지 믿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본권력과 독자권력이지요.

 

기업들의 집단적 광고감소와 독자들의 집단적 절독운동을 이들은 제일 두려워합니다. 저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조선일보>의 허둥대는 모습을 봅니다.

 

광우병 쇠고기 투쟁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매체에 광고하는 제품 불매운동이 일 조짐을 보이자 <조선일보>를 필두로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시위배후설'을 버리고 순정론을 예찬하는 르포 기사가 그 증거입니다.

 

이 싸움은 제 친구의 예언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투쟁으로 진보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민이고 국민은 신문의 독자입니다. 네티즌들에 의해 촉발된 이번 촛불시위에 <조선일보>가 당황하고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조선일보>는 논조를 바꿀 것입니다.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국민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조선일보> 절독운동과 광고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 눈가림 기사를 낯뜨겁게 내보낼 것입니다.

 

속지말자 <조선일보>. 절대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광고주들이 불매운동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그 광고주들의 광고게재거부 움직임을 두려워하게 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끊기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조선일보>를 이기면 이명박 대통령을 이기는 것입니다. 수구세력들의 준동과 버팀목은 <조선일보>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입장을 정하면 중앙-동아-문화가 쪼르르 따라오고 그 입장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의 결론이 됩니다. <조선일보> 사설이 곧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의 정책이 됩니다.

 

논조 바꾼 <조선일보>, 그러나 속으면 안 됩니다

 

하여 이번 쇠고기 싸움을 확실한 승리로 이끌려면 이명박정부의 오피니언 리더 <조선일보>를 꿇려야 합니다. 중앙-동아-문화는 <조선일보>가 두들겨 맞는 것만 보기만 해도 줄행랑을 칠 것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 아시죠? '센 놈 한 놈만 팬다'. "쇠고기 싸움을 확실히 이기는데 뚱딴지 같이 웬 <조선일보> 타령이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조선일보>의 폐해에 대해 과학적, 실증적 이유들을 쓰겠습니다. 각설하고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조선일보>의 광고싸움과 절독 운동으로 쇠고기 싸움이 병행된다면 분명 이번 촛불은 승리의 횃불로 진화할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청와대는 독감이 걸려 콜록콜록 몸져누울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광고와 구독 거부, 이것이 승리의 비법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정청래 기자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태그:#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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