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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오후 7시 강원도 원주 의료원 4거리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8차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초와 '협상 무효, 고시 철회'가 적힌 카드를 받아들고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교복 입은 중고생, 아이들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4거리 도로를 지나가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동조할 때마다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환호를 울리며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외쳤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시작되었다. 공무원 신분으로 촛불 문화제에 처음 참가한다는 시민의 발언이 있었다. 공무원이 그런 곳에 갔다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걱정하는 아내를 설득시키고나왔다고 했다. 

 

"가장인 제가 시장에서 상한 쇠고기를 사왔다고 합시다. 잘못 사온 걸 알았으면 바꿔야지  가장이 사온 거니 암말 말고 그냥 먹으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모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아니요"라고 외쳤다. 사람들의 응답에 힘을 얻은 시민은 마지막에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외치며 발언을 마쳤다. 사람들도 한 목소리로 "협상 무효, 고시 철회"로 대답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광우병 쇠고기 먹고 뇌에 구멍 송송 뚫려 죽고 싶지 않습니다. 2~3년 뒤 학교에서 제가 먹는 급식에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10년 뒤 군대에서 제가 먹을 짬밥에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오면 되겠습니까?"

 

"광우병 쇠고기 수입하려는 대통령님, 우리나라에 계시지 말고 10년 동안 외국 여행 하시며 편히 사세요. 그래야 우리들이 안심하고 학교 다닐 거 같아요."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거라 배웠어요.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잘한다."

"너, 이담에 커서 대통령 해라."

"우리보다 낫다."

"어른들이 부끄럽다."

 

어둠이 깔리며 초에 불을 붙이고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며 열기가 높아질 무렵 경찰이 주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지나가는 차량들은 경적을 울려주었고, 구호와 노래는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뒤늦게 동참하는 사람들 중에 눈에 익은 사람 있으면 반갑게 손 마주 잡고 흔들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사람들은 어두운 세상의 촛불이 되고자 했다. 값 싼 광우병 쇠고기보다는 비싸더라도 안전한 쇠고기를 먹고 살고 싶다고, 국민의 외침에 귀 막은 대통령보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다.

 

9시 20분 경 거리 행진이 시작되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경찰이 저지선을 형성하며 따라왔지만 특별하게 시민들과 충돌하지는 않았다. 거리를 행진하며 시민들은 계속 구호를 외쳤다.

 

 

"협상 무효, 고시 철회."

"이명박은 물러가라."

"원주 시민, 함께 해요."

 

시내를 지나던 시민들이 박수로 환호했고, 행진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늘어났다. 거리 행진은 중앙로 기독병원 입구까지 이어졌다. 동참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휴대폰을 통해 거리 행진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 함께 하는 마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10시 50분 기독 병원 입구에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통해 헌법 제 1조를 소리 높여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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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태그:#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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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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