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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사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명백한 헌법 조항을 되뇌이기도 싫습니다.

 

고3 여고생을 오후 1시가 넘도록 가두어두어 수업도 못 듣게 한 것, 마구잡이로 시민들을잡아들이고 차가운 날씨에 무차별로 물대포를 쏘아대는 모습은 길을 가다가 까닭도 없이 최루탄 가스에 눈물을 쏟아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니까요.

 

이명박 당신에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당신에게 국민은 도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사실 이런 질문마저 허공을 때리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겠군요. 당신은 당신에게 일말의 희망이든 착각이든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에게 철저히 배반의 '짱돌'을 날렸습니다.

 

저소득층 일자리를 20만 개나 없애고, 비밀리에 운하 건설을 위한 뒷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강제로 광우병 소를 먹으라고 강요하다가 국민들이 "그것만은 도저히 못먹겠다.다시 생각해보고 생각을 돌이키라"고 하자 무차별 물대포를 쏘아대고 폭력으로 피를 보게 만드는군요.

 

국민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당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한 이 땅의 주인이며 언제든 당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 새로운 일꾼을 뽑아 그 일을 맡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부디 기억하십시오. 

 

아이들을 볼모로 삼았다고요?

 

31일은 유난히 가족 모두가 집회에 참석한 경우가 많더군요. 평화의 촛불행렬이 행군을 시작하자 유모차를 끌고 혹은 아이를 등에 업거나 걸리며 함께 행진에 동참하는 젊은 엄마, 아빠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요. 아이에게 위험한 광우병 쇠고기를 먹일 수 없어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삼삼오오 길을 나선 젊은 엄마, 아빠들이 자기 아이들을 스스로 볼모삼은 파렴치한 사람들이라구요?

 

아마도 국민 모두의 목숨을 미국에 선뜻 내어 준 이명박 당신이라면 당신의 안위를 위해 누구든 총알받이를 삼겠지만, 촛불집회에 나온 그 누구도 당신 같은 이가 없기에 그 말 자체가 참 어불성설이군요.

 

제발 선량한 시민들을 당신처럼 무자비하고 몰인정한 인간으로 매도하지 마십시오.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당신은 남의 나라에 가서 마치 4천만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라도 하듯 지난 29일 오후 4시를 기해 고시를 강행하더군요. 무려 스무 날의 촛불평화집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강행한 고시에, 31일 그래도 선량한 시민들은  시청 앞, 청계천, 서울역 광장에 모여 평화의 촛불을 밝혔지요. 

 

한참 촛불문화제가 진행 중일 때 경복궁 근처에 모여 촛불을 든 100여명의 학생 중 80명이 연행되었고 스무 명  남짓이 남아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무자비한 당신 덕분에 평화의 촛불을 밝혀 들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기로 결의하도록 등을 떠밀린 꼴이 되었지요.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길목과 골목마다 닭장차와 버스를 동원하여 물샐 틈 없이 막아놓았다더군요. 전직 건설 회사 사장다운 방법인가요? 힘들게 청와대 근처와 경복궁 근처에 다다라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은 경찰이 주기적으로 쏘아대는 물대포를 고스란히 몸으로 맞아야했습니다.

 

안타까운 시민들은 "쏘지마. 쏘지마!"를 연발하며 발을 구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지요. 우리의 아들과 딸이 물대포 아래서 동상이 되어가고 쓰러진 사람이 생겨나는 데도 말이에요.

 

다시 한 번 이명박 대통령 당신에게 묻습니다. "그 추운 날씨에 10만의 군중이 어린 아이까지 등에 업고, 유모차를 끌고, 혹은 걸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든 다음 물대포나 쏘아대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줄 아시는지요?" 

 

새벽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더니, 경찰은 사방을 고립시켜 둘러싸고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쏘아대고 폭력 진압으로 다수가 부상당했다는 소식입니다. 시위대는 안국까지 밀려나 있는 상황이고요.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 온 것이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당신들이 무력으로 억누르면 누를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켜들고 거리를 메울 것입니다. 당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 국민 손으로 심판하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태그:#폭력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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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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