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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몽골은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인류학적으로 통하는 게 있잖습니까? 몽골사막화 저지 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합니다. 상호 신뢰도 돈독한 거죠. 국토·인구 등 서로 장단점도 분명히 다르고요. 협력관계를 잘 키워간다면 소위 '국가연합'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북통일에도 도움이 될 테고 이 넓은 땅을 식량기지로 활용(개발)할 수도 있고요."

 

몽골 사막화 저지 조림투어에 참여한 유일한 선량인 배일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푸른아시아'가 주도한 현지투어 내내 사막화저지(황사 포함)와 숲 가꾸기 이야기만 들어왔다. 한데, 귀국을 앞두고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공항에서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이런 주장을 했다. 귀가 번쩍 트이는 순간이었다.

 

배 전 의원과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던 터였다. 푸른아시아 관계자로부터 그가 참여한다는 소릴 들었지만 사실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징기스칸공항에 내려 수화물을 집어 들고 막 나서려는데 저만치 웃고 서 있었으니 오죽 반가웠겠나. 사실 20년 만의 만남이다.

 

그는 부인과 함께 나타났다. 푸른아시아 관계자에게 들으니 정치권에서 그만큼 기후변화와 황사예방 관련 의정활동에 열정을 쏟은 이가 없단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문가 수준이었다. 몽골에도 여러 차례 오가며 기후변화 관련 양국 협력활동을 펴고 있었다.

 

"징기스칸공항서 귀 확 트이는..."

 

투어 당시 현역 의원인 그 때문에 우린 덕을 보기도 했다. 출국 수하물을 부칠 때 그의 보좌관 곁에 서 있다 VIP 예우를 받았다. 물론 수화물만 그랬다. 징기스칸공항에서는 누군가 휴대폰을 분실했는데, 그의 신분과 대한항공 지부의 도움으로 소동을 잠재우기도 했다.

 

그는 2004년 17대 국회에서 첫 의정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황사문제로 푸른아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노동운동 경력을 살려 환노위에 소속됐는데 황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오기출 사무총장이 찾아와 제안을 한 게 계기가 됐다고 술회했다. 소위 한몽평화협력네트워크는 이렇게 구축된 것.

 

그는 그 해 황사 충격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보통 미세먼지 농도가 60㎍이면 쾌적하다는데 2013㎍까지 올라갔으니까요. 황사가 온통 하늘을 노랗게 덮어버린 공포에 국민은 파랗게 질렸죠. 그런데 정부는 황사에 대한 어떤 정책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첫 의정활동에서 국내 정치권이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황사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효과적인 변수는 국민건강과 경제적 피해. 마침 황사공포로 경제적 피해가 10조원에 육박하고, 피해액수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조사결과가 줄을 이었다.

 

"피해보고들이 속속 나왔죠. 조선·자동차 회사들은 도장한 게 불량품이 됐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반도체업계 불량률이 껑충 뛰었죠. 비닐하우스는 무너져 내렸고요. 황사는 중국의 공업지역을 통과해 한반도를 덮쳤는데, 방사능 오염까지 검출됐습니다. 어느 학자는 피해가 20조원에 육박할 거라고까지 했죠."

 

"그 황사에 야구 보러 갔다고요?"

 

국회와 정부의 이런 실랑이와 노력은 2006년이 돼서야 열매를 맺었다. 국회에서 황사예산으로 100억 원을 요청했는데 40억 원이 확정됐다. 이 분야의 예산으로는 국내 첫 결실이었다. ▲ 황사발생 모니터링 ▲ 발원지 나무심기 ▲ 산림청 직원 몽골 파견 ▲ 기상예보(황사) 시스템 구축 ▲ 정부 합동 대책반 가동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황사의 심각성을 바로 알지 못했다.

 

"대정부 질의를 통해 총리에게 '황사가 불어왔을 때 어떻게 했느냐? 국민에게 운동과 외출을 중단하라고 알렸느냐?' 물었더니 '안했다'고 그러더군요. 자신은 야구장에 갔다고 그러고요. 확실한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경각심을 심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중장기적인 대책은 아니었다. 그냥 경보만 발령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어 그 대책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사막화를 저지(또는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었다.

 

배 전 의원의 공이 큰 분야 중 하나는 한국과 몽골 정부의 협력을 강화한 것. 예산 책정은 제대로 안 됐지만 네트워크와 논의기구를 만들고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의 활동을 강화했다. 또 푸른아시아 같은 민간단체의 국제협력활동이 열매를 맺도록 정부에게 지원케 했다. 그는 민간단체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물론 국가간 협약엔 행정부가 나서야죠. 하지만 사막화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중요성을 잘 몰라요. NGO가 훨씬 더 몽골 정부와 협력을 잘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NGO를 밀어주는 게 당연하죠. 다만 민관이 지속적으로 논의·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고요."

 

"생색내기 말고, 진정성 가지고"

 

그가 겪은 몽골정부의 태도를 물으니 머뭇거림이 없다.

 

"총리 등 많은 정치인·관료를 만났는데 한국 측의 도움과 관심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에겐 황사가 문제지만 자신들에겐 국토 전체가 문제니까요. '만리나무장성'을 조성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그는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조심해야 할 게 있다고 귀띔했다. 생색내기를 조심하라는 것. 몽골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주민들이 숲가꾸기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이렇게 당부했다. 몽골 사막화방지 사업을 민간단체가 앞서고 몽골 정부의 신뢰를 얻고 있으니 정부는 이를 잘 지원해야 한다는 것. NGO도 만족하지 말고 한국 국민을 더 참여 시키도록 노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성장 제일주의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몽골 사막화와 직결된 문제여서 그런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이제 한국도 국가 차원의 지구온난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탄소배출을 줄일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간 문화적 교류의 전망을 물으니 긍정적이란다.

 

"남한보다 17배나 넓은 몽골의 인구는 300만 명에도 못 미치죠. 우리는 그 반대로 땅은 좁고 사람은 많고요. 강수량도 한쪽은 적고 다른 쪽은 많죠. 경제적으로도 여긴 가난하고 우린 좀 잘 살고. 그러니 자연자원이 좋은 몽골과 인적자원이 좋은 한국이 협력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항간에 회자되는 '한몽연합'에 대해 적극적 입장이었다. 핏줄에서부터 신뢰도 등 어려가지로 볼 때 친밀하니 협력관계를 잘 키워 가면 국가연합도 가능할 것이란다. 몽골의 사막화 저지에 이어 사회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면 러시아·중국·일본을 제치고 가장 긴밀한 교류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란다.

 

북한과 사회주의 시절 우호관계 때문에 통일에도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넓은 땅을 식량기지로도 활용할 수도 있고. 그는 다만 우월주의(지배)를 조심하라는 덧붙였다.


태그:#몽골, #황사기획, #사막화, #푸른아시아, #배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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