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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대전 시민들이 6월의 첫날 또 다시 대전역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어제에 이어 또 다시 중앙로로 진출했으며, 일부는 한나라당 대전광역시당사로 진격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저녁 6시. 500여명의 시민들이 대전역광장에 모였다. 이날은 당초 촛불문화제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으나, 전날 서울 집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일정이 잡혔다.

 

2500여명이 모였던 전날에 비해 줄어든 인원이었지만, 인터넷과 뉴스 등을 통해 서울 집회에서 있었던 경찰과의 충돌모습을 보고 분개해 나온 터라 대부분의 시민들이 상기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자유발언에 나선 것을 전날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서울 집회에 참석했던 이영훈 씨. 그는 100여명의 회원들과 서울 집회에 참석했고,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그는 "경찰이 쏘는 물대포에 맞아 한 여고생이 고막이 찢어지고, 방패와 곤봉에 맞아 피 흘리는 시민들을 두 눈으로 목격했었다"며 "심지어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해 우리를 강제해산시키려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경찰이 무슨 양아치나 조폭, 깡패도 아니고, 왜 선량한 시민들을 잡아서 패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기에 시민들이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전두환과 이명박이 다른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동구 대동에서 나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자신이 만든 두 장의 홍보지를 가지고 나왔다. 거기에는 경찰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는 여러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오늘 여기에 나오면서 이 홍보지를 많이 복사해 돌리려고 했는데 복사집이 문을 닫아 그냥 왔다"며 "오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흐느꼈다.

 

이어 "인터넷 TV를 보면서 잠 못 이룬 밤이 벌써 2주 째"라며 "오늘 꼭 서울로 가서 힘을 보태고 싶었는데 사정이 있어 여기로 나왔다, 우리 작은 힘이지만 이명박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까지 끝까지 싸워보자"고 외쳤다.

 

전민동에서 사는 김정은 씨는 갓난아이를 한 팔로 안고서 발언대에 섰다. 그녀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내각사퇴나 고시철회 정도가 아니다"라며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친정부의 우두머리 이명박 대통령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진압 장면 동영상 보며 시민들 '눈물'

 

 
시민들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촛불문화제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시작 1시간 여가 지나자 시민들은 700여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어 특별한 동영상이 상영됐다. 전날 서울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는 장면이 모아진 영상. 이 영상에는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장면과 군화발로 한 여성의 머리를 짓밟는 장면, 피를 흘리면서 경찰에 연행되는 청년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시민들은 연신 신음을 토해냈고, 여기저기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울분에 찬 함성으로 "폭력경찰 물러가라", "독재정권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계속해서 외쳐댔다.

 

이들은 또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며 '모금함'에 정성어린 성금을 내기도 했고, 한 시민은 고생한다면서 초코파이 수백상자와 생수를 사오기도 했다.

 

저녁 8시, 촛불문화제가 끝이 났다. 그러자 군중 속에서 "거리로 나가자"는 함성이 들렸다. 이미 맨 뒷줄에 위치해 있던 풍물패가 거리로 나서고 있었다.  그 뒤를 촛불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과 광우병 소 복장을 한 청소년들이 따랐다.

 

"장관고시 철회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대전시민 함께해요" 등 다양한 구호를 외치면 시민들이 중앙로로 진출했다. 1개 차선으로 막으려는 경찰과 잠시 몸싸움이 일기도 했지만, 시위대는 금세 2개 차로를 점거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이들을 향해 함성과 손을 흔들며 격려했다. 그러는 사이 행진참가자는 1000여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들은 중앙로를 따라 홍명상가와 중앙로 사거리를 지나 충남도청 앞까지 약 2.5km를 행진했다. 그리고는 다시 방향을 돌려 대전역을 향해 행진을 계속했다. 중부경찰서 앞을 지날 때는 야유의 함성을 외치기도 하면서 질서 있게 거리를 행진했다.

 

또 다시 중앙로로 나선 시민들... 일부는 한나라당사로 진격

 

행진 선두가 중앙로 사거리 즈음에 다다랐을 때 시위행렬에서 일부가 대열을 이탈했다. 누군가 "한나라당으로 갑시다!"를 외쳤고, 150여명의 시민들이 이들을 따라 나섰다. 한나라당사 앞에는 이미 경찰병력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미 한나라당사에는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당사에는 '충청인의 뜻을 천심으로 알고 경제살리기에 앞장 서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돌아가라"라고 외쳤고, 시민들은 "한나라당 과잉보호하는 게 경찰의 임무냐"며 야유를 퍼부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2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과 협의해 한나라당사에 '국민의 요구는 완전한 재협상',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한나라당사 게시판과 철문에 붙이는 것으로 항의를 마무리 했다.

 

다시 대전역광장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아리랑'과 '헌법제1조' 등을 부르면서 집회를 마무리 했고, "될 때까지 모이자"를 반복해서 외친 뒤, 2일 밤 7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자진해산했다.

 

한편, 이날 거리행진 도중 한 시민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찰이 무단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고 항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경찰과 시민이 언쟁을 부리는 사이, 시민들이 그 주위로 몰려들면서 자칫 폭력사태가 일어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그 시민이 경찰의 카메라에 담겨있던 메모리 카드를 건네받아 사라지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태그:#촛불문화제, #대전, #한나라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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