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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의 '수평과 수직전'은 V자형 스테인리스의 수평과 수직 패턴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배치하거나, 기울기가 서로 다른 불규칙한 직방체를 연결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관찰자에게 색채에 대한 시각경험을 유도하고 있다.
▲ 조현철 작가의 대표작 조 작가의 '수평과 수직전'은 V자형 스테인리스의 수평과 수직 패턴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배치하거나, 기울기가 서로 다른 불규칙한 직방체를 연결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관찰자에게 색채에 대한 시각경험을 유도하고 있다.
ⓒ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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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색(色)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까. 인간에게 이미지를 만드는 메시지인 색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감정적·의미적 작용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릴 조현철(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 교수) 작가의 <수평과 수직(HORIZONTAL & VERTICAL>전은 V자형 스테인리스의 수평과 수직 패턴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배치하거나, 기울기가 서로 다른 불규칙한 직방체를 연결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관찰자에게 색채에 대한 시각경험을 유도하고 있다.

조 작가는 또 스테인리스 미러를 사용해 번뜩임이나 현란함 속에서 형태와 색채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우연성에 주목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게슈탈트적인 시각 효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할까. 사람의 그림자가 지면에서 발과 만나 듯,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만나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3차원 공간의 깊이를 만든다는 것. 즉 동양적인 무한 시간과 공간이 조우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 제작과정에서 사용한 색채는 색 견본 데이터를 사용해 색채의 주관적 표현을 자제하고 색이 지니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고정성(색의 상징성)과 유연성(형태)의 혼합으로 생성되는 의미가 어떻게 예술작품의 의미와 연계되는지 고찰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SEOUL+COLOR+TOKYO(-Frame in Frame-)' 부부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 작가.
▲ 조현철 작가 지난 2007년 10월 'SEOUL+COLOR+TOKYO(-Frame in Frame-)' 부부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 작가.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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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공간연출가인 조현철 작가는 "나의 조형언어는 외관상 매우 서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적 심리는 동양적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점과 선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한 우리의 전통적인 수묵화 기법을 배경으로, 회화의 기본 요소인 색과 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을 통해 나의 정신적 영역과 실존하는 형태가 생동감 있게 연계됐다"면서 "나의 조형의 영역 또한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4일 오후 5시 오프닝행사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준비됐다.

조현철 작가는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해 성균관대 대학원 건축학 박사, 현재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과 교수이다. 지난 2006년 TRADNOLOGY 전시(학고재), 2003년 ARTIFICIAL II 전시(인사아트센터), 1997년 ARTIFICIAL I 전시 등 6회에 걸쳐 개인전을 했다. 2007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초대전, MIND MUSEUM 3인전, 2007년 10월 'SEOUL+COLOR+TOKYO(-Frame in Frame-)' 부부전 등 국내외 많은 그룹전과 초대전에 작품을 선보였다.

다음은 작가 작업 노트이다.

작가 작업 노트
인간은 색(色)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이론적으로 볼 때, 색은 빛 에너지에 의해 시신경이 흥분하고 이것이 뇌의 시각 중추에 전달되어 생긴다. 비물질화된 순수한 감각 작용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색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색이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이미지를 좌우하는 감정적 · 의미적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색채학 교수인 지지이와 히데아기는 세계 20여 개 대도시의 2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색채 감정(Color Cognition)”을 조사하였다. 그는 좋아하는 색, 기억하는 색, 친숙한 색, 색의 이미지, 색의 의미, 색의 배색 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70%는 보편적이며, 30%는 개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종적, 지리적, 문화적 요인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양과 서양, 피부색, 언어 등의 차이를 넘어 색을 통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는 지지이와 교수가 도출한 “세계의 색채 감정 사전”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동 · 서양의 객관적 색채 감정에 관한 관점들을 창작과정에 적용하였다. 작품 제작과정에서 사용한 색채는 색 견본 데이터를 사용하여 색채의 주관적 표현을 자제하고 색이 지니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고정성(색의 상징성)과 유연성(형태)의 혼합으로 생성되는 의미가 어떻게 예술작품의 의미와 연계되는지 고찰하였다. 예를 들어 붉은색과 붉은 포도주색이 자아내는 무드의 차이 같은 것이다.

또한 미니멀 아트 (Minimal Art)의 특성을 포착하여 3차원의 형상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구성해내는 데 적용했다. 프랑크 스텔라, 말레비치 등 미니멀 아트 작가들은 표현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한으로 억제함으로써, 작품의 색채, 형태, 구성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기본적 요소까지 환원시킨다.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하여 형태의 특성을 탐구하고, 조형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나의 이러한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색종이를 규칙적으로 접어 원, 삼각형, 사각형 등 기하학적 도형을 만들어 세우거나, 접은 종이를 갑자기 펼쳐 만든 종이 뱀으로 친구들을 놀라게 했던 기억. 그리고 아코디언의 주름 속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던 음색(timbre)을 기억한다. 그 한없이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기억. 이들을 단순한 색과 면으로 연결시켜 나갔다.


태그:#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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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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