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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영원한 우방이자 국제사회의 경찰국가!'

 

한국전쟁과 독재정권의 세기를 뚫고 지나온 몇몇 보수적 기성세대에게 미국은 칭송과 경외의 대상이다. 어려운 나라에게 '고맙게도' 원조를 해줬고, 항상 '빨갱이'들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지켜주었다는 든든한 믿음 덕분이다.

 

대한민국의 현역 군인들은 정신교육 시간에, 예비역들은 훈련장에서 '레드 콤플렉스'와 '아름다운 미국' 찬양으로 버무려진 교육 영상을 수도 없이 본다. 선정적인 영상과 다분히 선동적인 내레이션. 미국을 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미선·효순 사건' 조차도 철저하게 미국 시각으로만 해석한다.

 

미국은 무조건 받들어야 할 대상이고, 북한은 주적으로 없애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 국민을 세뇌시키고 조종하려고 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부가 이를 끊임없이 실행에 옮겼고,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충실하게 '맡은 바 임무'를 이어 받아 수행하고 있다.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 역사>는 우리에게 철저한 숭배 대상이 된 미국의 역사를 해부하고 파헤친 책으로 신대륙 발견부터 최근 부시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자의 칼에 현혹되지 않은 민중의 뜨거운 외침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역사서다.

 

'승자의 기록'으로 치부되는 역사의 장막을 시원하게 걷어낸 이 책은 낮은 시각으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그리고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미국 역사의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이 통용될 수 있다면, 피와 눈물로 점철된 미국의 정복과 차별 그리고 그에 저항한 민중들의 저항에 우린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엇이 되든 간에 무조건 동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색채가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의 어린 시절 수업시간을 돌이켜 보면,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정권의 징후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 서문 중에서

 

약탈과 말살, 정복과 차별의 미국 역사

 

미국 역사에서 콜럼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역사서는 그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일을 '발견'이라 명명하며 흥미진진한 영웅담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로는 대륙의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원주민들에게 무차별 살해, 약탈을 일삼으면서까지 터전을 마련했는데도!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한 유럽 사람들과 미국인들이 피비린내 나는 진실 대신 그럴듯한 영웅담을 선택한 덕에 콜럼버스는 역사가 기억하는 위인으로 기록됐다.

 

이외에도 미국의 역사에서는 지배 정권과 부유한 자들이 권력을 쥔 채 돈 없고 힘없는 민중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소외시켰다. 미국 역사를 관통하며 예나 지금이나 제기되고 있는 흑인차별, 보수적인 관습이 낳은 여성차별에 이르기까지. 미국 초기 토머스 제퍼슨이 만든 독립선언서에 인디언, 흑인노예, 여성들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은 차별의 역사가 일이년이 아닌 미국 건국 이래 지속되어온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준다.

 

미국은 전쟁을 좋아했다. 그걸 통해 많은 자원 탈취와 권력 유지 그리고 세계 최고 국가의 명성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의 흑인 정권을 막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필리핀과 중국 진출을 위해 필리핀 전쟁이라는 악행을 저질렀다.

 

또한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시켜 약하기 그지없는 베트남을 공격했다. 하지만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잘못된 전쟁을 일으켰는데 성공하지조차 못한 것. 당시 베트남전을 반대했던 민중들의 항의가 더욱 커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또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두 부시 부자가 석유자원을 위해 이라크를 공격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끊임없는 폭력의 법칙으로 이라크의 반발을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9·11 사태까지 터졌다.

 

이는 미국이 기다리고 있던 일.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라크에 투입된 미군은 현지 일반인들에게 온갖 폭력 및 성폭행을 행사했다.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 살해한 것 또한 물론이었다. 이런 잔혹한 전쟁에 여러 나라가 파병을 지원했다. 그 중에는 대한민국도 포함됐다. 미국에게 잘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현 조지 W. 부시 정권은 철저히 친기업적인 정책과 독단적인 결정으로 많은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부시 덕분에 미국이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으니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국제 사회의 경찰국가임을 강조하며 미국의 세력을 확장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의 강대국 등 미국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도 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우리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렇다면 2008년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권은 어떤 대미정책을 갖고 있을까. 1960~1970년대 박정희를 숭배하는 '박정희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그림자를 뒤쫓으며 오직 '돈'과 '기업'만을 위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당연히 현 정권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일본에 가서 과거를 잊자고 말한 것도, 미국에 가서 거의 아무런 장애물 없이 쇠고기를 받아들인 것도 모든 것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우방일까. 노회한 기성세대들의 말처럼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의 국가인가. 대북문제나 이라크 파병, 그리고 쇠고기 수입 논란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할 뿐이다. 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었을 뿐, 미국은 단 한 번도 우리의 우방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잘 데리고 놀 수 있는 충성도 높은 애완동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 정권은 그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계속되는 촛불문화제, 그 속에서 발생한 무차별 진압과 폭력행위에도 이명박 정권은 묵묵부답 다른 곳만 보고 있다. 정작 해결해야 할 초점은 쏘옥, 빼놓고 주변 정리에만 힘쓴다. 이는 더욱 커져만 가는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행위일 뿐이다.

 

아직까지도 이명박 정부는 터무니없는 과학적 논리를 들먹이며 미국 제국주의의 취향에 맞추려 애쓰고 있다. 이제는 잠시만이라도 민중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 듣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느끼고 생각한 것을 곧바로 실천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대책은 결코 현 상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

 

정부가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권력유지에만 힘쓴다면, 결국 남은 것은 민중뿐이다.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말미에 지금 현 시점에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퍼시 B. 셸리(Percy B. Shelley)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시에서처럼 민중이 일어설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들처럼 일어서라,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숫자로!

너희를 묶고 있는 족쇄를 이슬처럼 털어내라,

잠들어 있는 동안 몰래 채워졌던 그것을.

너희는 다수이고, 그들은 소수니까!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추수밭(청림출판)(2008)


태그:#하워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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