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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이국인 스님들이 한국에 온 까닭이 궁금하다. 숭산스님 다비식장에서 만난 눈 푸른 이국인 스님.
 푸른 눈의 이국인 스님들이 한국에 온 까닭이 궁금하다. 숭산스님 다비식장에서 만난 눈 푸른 이국인 스님.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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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나그네에겐 표주박 동동 떠있는 옹달샘이 최고고, 등이 가려운 어르신들에겐 가려운 곳을 벅벅 긁을 수 있는 효자손이 최고라면 푸른 눈을 가진 이방인이 잿빛 승복을 입고 삭발을 한 스님이 된 사연이 궁금한 사람에겐 이 한권의 책, <샘터>에서 출간한 <벽안출가>가 해답을 줄 옹달샘이며 효자손이 될 거라 확신한다.

신정아의 박사학위 위조를 최초로 보도해 한국불교기자협회 대상인 선원빈기자상을 수상한 유응오와 <주간불교신문> 기자로 활동 중인 장세훈이 공동으로 집필을 한 <벽안출가>에는 국제선원 무상사의 조실인 대봉 스님을 위시한 7분의 눈 푸른 스님들의 출가 배경과 수행 과정을 실루엣처럼 그려내고 있다.

외국인 7분 스님의 출가 수행기를 우려 낸 찻물처럼 담고 있는 <벽안출가>
 외국인 7분 스님의 출가 수행기를 우려 낸 찻물처럼 담고 있는 <벽안출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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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도 다르고 성장배경도 다른 눈 푸른 이방인들이 낯선 땅 한국에서 구도자의 삶을 살아 가 게 된 과정은 어땠으며, 출가를 결심하기까지의 동기는 무엇일까?

승속이 불이(不二)라고는 하지만 세속과의 인연을 단절하고 수행자의 고행을 자처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낯설고 물선 이국, 고향으로부터 수억만 리 떨어진 한국의 산사에서 수행 생활을 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차향을 우려내는 다관처럼 담아내고 있다.     

내로라하는 출생 배경, 전도가 유망되는 출세가도에 들어섰던 이도 있지만 출가를 결행하기까지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갈구했던 공통분모는 진리에 대한 참구였다.

풀리지 않고 해갈되지 않는 진리를 찾는 갈등 속에서 숭산 스님과의 감로수 같은 만남이나 한국불교와의 인연으로 출가를 결행하게 된다.

낯설고 물선 이국, 한국에 들어와서 참수행자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이들의 하루하루는 인고의 시간이었으며 자체가 고행이었음을 볼 수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신병원 카운슬러로 일을 하다 출가를 한 미국의 로렌스 시컬은 무상사의 조실인 대봉(大峰) 스님이 되었으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다 홀연히 출가를 결행한 엑세니아 폴루린은 한국 최초의 눈 푸른 비구니인 무진(無盡) 스님이다.

숭산 스님의 Clear(분명하고), Strong(강하고), Passion(열정적인) 법문에 감화되어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한, '신비하도록 깊고 푸른 눈을 가진 납자'로 소개되고 있는 청안 스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양친 모두가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번역 전문 회사를 차려 성공하였지만 삶의 본질적인 회의 때문에 방황하던 중 숭산 스님을 만나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눈 푸른 외국인 스님들 중 많은 분이 숭산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숭산스님 영결식장에서
 눈 푸른 외국인 스님들 중 많은 분이 숭산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숭산스님 영결식장에서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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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선원 산하 국제문화원 및 출판사에서 불교경전의 번역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청고 스님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산업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역시 숭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출가를 하였다.

현재 국제선원 계룡산 무상사의 주지인 무심(無心) 스님은 보스턴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공학도였으며, 원명 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 불교를 공부하고, 송광사 강원과 율원을 마친 표트르 가브릴렌코는 외국인 최초의 졸업생이며 강화 연등국제선원에서 수행 중인 일조(日照) 스님이다. 

쇼펜하우어 철학에 심취하였으나 숭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불교에 귀의하게 된 세르비아 출신의 블라단 벨리미로비츠가 화톳불의 불꽃처럼 첫인상이 강력하다는 오광(悟光) 스님이다.

벽안의 스님일지언정 수행자로서 첨구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숭산스님 다비식장에서
 벽안의 스님일지언정 수행자로서 첨구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숭산스님 다비식장에서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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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이들 일곱 분의 눈 푸른 남자들이 세속인으로 생활하며 고뇌하던 삶의 본질에 대한 갈망,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감내해야만 했던 이런 고난 저런 어려움, 득도한 선승이 되어 각처에서 펼쳐나가는 참구자의 삶을 군더더기 없이 단백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눈 푸른 이들 납자들이 출가를 결심하고 한국행을 경행하는 데 출발점이 되고, 원동력이 되었을 숭산스님의 뒷모습도 산그늘처럼 밑그림으로 드리워져 있다.

눈 푸른 이국인 납자들이 무엇 때문에 출가를 하고, 어떤 참구자의 길을 걸어 왔으며 그들이 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가가 궁금하면 목이 마를 때 물 한 모금 마시고, 등이 가려울 때 시원하게 긁어 주는 효자손 같은 해답을 이 책, <벽안출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샘터) 유응오, 장세훈 지음 - 벽안출가 / 249쪽, 10,000원



벽안출가 - 눈푸른 선승 7인의 일대 구도기

유응오.장세훈 지음, 샘터사(2008)


태그:#벽안출가, #숭산스님, #무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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