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사람이 치었대요"(30대 후반 남성)"사람을 경찰 버스가 치어 사람이 기절해 구급차가 와서 싣고 갔어요"(30대 남성)"저도 들은 얘긴데 경찰이 사람을 보고도 버스로 밀어버렸대요"(20대 초반 여성)"경찰 버스에 사람이 깔렸다네요"(20대 초반 여성, 위와 동일한 여성)..."경찰 버스 바퀴에 깔려있는 사람을 업고 병원으로 데려 갔대요"(20대 후반 여성)"경찰 버스에 사람이 크게 다쳤는데 의식이 없었어요"(30대 남성)경찰 버스 한 대를 두고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지나던 행인들이 "무슨 일이죠?"라는 똑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들이다.
지난달 30일 서울광장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촛불 집회가 있었다. 당시 서울광장 남쪽 도로(프라자호텔 앞 도상)에서 있었던 현장 모습이다(당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들은 내용만을 정리했다. 이에 대한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팩트와 달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해 '밤 11시 3분께 전경버스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 시민이 깔리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전경 버스가 천천히 전진을 시도했고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아무개씨가 밀려 넘어지면서 차 밑에 깔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과 주변에서 들었던 얘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번 촛불 집회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중 하나는 시위 현장에서는 물론 인터넷상에서 각종 유언비어와 루머가 난무하고 있어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고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예비군 복장 시위자의 위독설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그러나 경찰은 광화문 주변 병원과 의원의 진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 무근이었다. 집회 주최 측인 국민대책회의도 이와 관련한 어떠한 항의나 신고가 접수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6월 1일에는 "여학생 사망설"이라는 괴담이 떠돌았다. 인터넷 모사이트에는 "여학생이 죽었답니다"라는 제목으로 새벽 시간에 덕수궁 돌담길 옆에서 2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전의경들에 의해 목졸림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글이 게재되어 많은 네티즌들을 경악케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과 시위대는 세종로 4거리에서 대치중에 있었고 덕수궁 돌담길은 물론 그 근처 어디에도 경찰 경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최초 글을 게재한 네티즌에 대해서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중이다.
지난 2일에는 "여성, 장애인 때리는 모습 찍히지 않도록 하라"는 기동대의 교육 모습이라며 각종 동영상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었다. 당시 동영상 내용을 보면 지휘관은 "노약자 그 다음에 여성, 장애인 절대 때리는 모습이 찍히면은 우리가 당합니다"라는 음성이 들린다.
그러나 이 또한 허위로 게재한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모 중앙일간지 신문기자와 사진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동영상으로 본래 동영상은 "절대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만약 여러분이 폭행을 당할 경우에는 빨리 채증하세요"라는 내용으로 구성된 영상 자료를 교묘히 편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괴담들이 허위로 밝혀지고 있지만 오늘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3일에는 "여학생 사망설"이라는 제목으로 이미지 사진 10여장과 함께 경복궁 옆 통의파출소 앞에서 여성이 사망해 경찰이 차량을 이용해 시체를 옮겨 은폐하고 있다고 게재하고 있다.
지난 1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여학생을 폭행해 사망시켰다는 유언비어가 허위로 밝혀진 지 불과 3일만이다. 결국 덕수궁에서 경복궁으로만 위치가 바뀐 것이다.
경찰 측에서 확인한 결과,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306중대 방모 상경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상의를 탈의하고 주변에 있던 대원들이 심폐 소생술을 실시한 후 경찰 봉고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한 뒤 응급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집회참여자 사망설 등…….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너무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글에서 "제발 이상한 글을 보시거든 한순간에 패닉 상태가 되지 마시고 여러 번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상한 글을 만화책 보듯이 거꾸로 보는 것 절대 잊지 마시고요"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렇듯 익명성에 기댄 각종 루머 댓글은 또 다른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만 적용되고 있다. 물론 현재 인터넷 공간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실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확대 해석을 자제하고 각종 루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단으로 게재 배포할 경우 수사기관에 의한 처벌은 물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선량한 네티즌과 일반 국민에 대한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승일 기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