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보수적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시청 앞 기도회와 한기총 소속 원로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논평을 3일 발표함에 따라 국민들을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한기총은 3일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해 국민들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며, 바라기는 재협상을 통해서 국민의 염려와 불신 그리고 국론분열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어 "출범 100일을 맞은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더욱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통하고 국민의 아픈 마음을 먼저 살피는 정책 결정과 정치에 나서주기 바라며, 과열된 국민들은 냉정을 되찾아 재협상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기총은 또 지난 5월 18일 서울광장 기도회를 언급하며 "한국교회는 미얀마(버마)와 중국의 이재민 돕기와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국민화합을 위해 기도하며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논평은 지난 시청 앞 기도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다. 이날 기도회에서 설교에 나선 조용기 목사는 현 이명박 정부와 미국을 옹호하는 발언에 대부분의 설교시간을 할애했다.
조 목사는 "광우병 공포라는 것은 시장 바닥에 뜬소문이 소설 같은 변형을 가지고 과장된 매스컴에 의해서 비과학적인 선동을 통해서 인간 본능에 공포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사단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를 약화시키려는 것은 배후선동 세력이 있다"며 "초등학생과 중등학생이 광우병이란 말조차 모르는데 그들을 충동해서 촛불을 들고 밤에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이 민주주의입니까. 이것은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성을 저버리지 말고 감정을 가라앉히고 올바르게 서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시청 기도회에 앞서 한기총은 정치색은 일체 배제한 기도회로 개최하고 순수하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만 기도할 것이라며 국내외 정치적 이슈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기총의 약속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로 인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한기총의 촛불집회 배후론 주장은 또 있다.
지난 5월 20일 장충동 엠배서더호텔에서 한기총이 주최한 '국가와 민족을 위한 한국교회 원로지도자 특별간담회'에서는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인한 국론분열 등을 우려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참석 원로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국론분열과 새롭게 출발한 쟁부에 대한 발목 잡기식 정치공세를 개탄한다"며 "일부 언론사의 악의적인 현 정부의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우병 공포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돼 국민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진 특정 배후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도 목사 또한 지난달 25일 설교에서 "이번 쇠고기 수입 문제도 친북, 좌파들의 선동이 있다고 본다"면서 "좌파, 반미, 친북파들은 어찌 하든지 미군을 철수시키고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자들 아닌가"라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김 목사는 "미군 차에 여학생 둘이 희생되었을 때 1년 넘게 촛불 시위를 하고 이번에도 주로 철없는 중학생들이 촛불 시위하는 것이 순수한 동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촛불시위 배후론을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는 4일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보도 비율 높이기 경쟁을 보였다며 "한반도에 '광우 열병'에 불을 당기게 한 셈"이라고 논평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전체 방송 보도된 253건 중에서 35건은 부정적 내용을 담고 있어, 방송이 부정적 여론을 만드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한기총과 한국교회 지도자들로 추앙받는 목회자들이 내뱉는 일련의 친정부적인 발언에 국민들은 얼마나 지지를 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지없이 정권에 기대어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행태는 한국교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으로는 정권의 감시와 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권에 따라 그 주장도 카멜레온처럼 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언제쯤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할지 우려된다.
한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보수 애국안보단체와 기독교 단체가 연합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집회를 5일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도 10일 오후 3시 시청 광장에서 '법질서 수호 촉구 및 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같은 날 열리는 촛불집회와의 충돌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