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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매거진2580>에서 상속세와 관련해 일반인에게 선호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결과는 의외였다. 설문 대상자의 대부분이 상속세의 인하 또는 폐지에 찬성한 것이다. 한 일반인은 인터뷰에서 내가 평생을 번 돈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시사매거진은 상속세가 상속 시 12억 이상부터 부과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다음 다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정반대가 나왔다. 자신들이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대중들에게는 상속세라는 제도의 역할이나 사회적 의미와 같은 심층적 신념이나 성찰은 전혀 없었다. 오직 그들의 관심은 내가 부과 대상이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현대인이 성찰과 되돌아봄이 없음을 우려한다. 그들은 대중들이 과거에 비해 상황 상황에 따라 즉각적이고 일시적인(매번 다른) 반응만을 보인다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대중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성찰이 없는 대중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공론의 장이 실현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여기서 찾고 싶다. 공론의 장은 자유로운 주장들의 경합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넷은 이런 공론의 장의 특성을 실현하기에 아주 좋은 매체로 보인다. 자율적이며 공개적이고 평등하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자율적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여러 주장들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그 주장을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다만 그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다면 말이다. 인터넷의 왜곡된 정보들은 김정일을 사망시키기도 시위대의 한 여학생을 실명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상의 정보들은 공론의 장에서 주장들이 경합할 때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잘못된 근거에 의한 주장은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론의 장,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공론의 장의 실현에 대중의 성찰과 되돌아봄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촛불시위는 이런 학자들의 우려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이익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좀 더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직접 본 그들은 도로 점거에 의한 교통 불편이나 소음에 대해 짜증을 내기보다 그들을 격려하며 오히려 함께하지 못함을 미안해했다.

 

당장의 쇠고기 문제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반미단체와 정치구호에도 흔들리지 않고 순수성과 비폭력이라는 자신들의 기준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정치가 우리와 괴리된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점을 그것에 대한 선택과 결과의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는 실현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인터넷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도구를 어떻게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하는 가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도 인터넷에 떠돌던 전경들의 한 동영상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인터넷에는 아직도 선동을 또는 단순히 그들만의 재미를 위한 거짓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주장을 지지해야 하는가 스스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또한 자신과 다른 주장과 잘못된 주장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도 공론의 장을 통한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집단에 자신의 생각을 맡기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주주의의 앞날은 밝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촛불시위#공론의 장#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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