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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범계역 로데오거리에서 네번째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3일 오후 비가 오는 우중 속에 안양시민뿐 아니라 군포·의왕에서도 참석한 100명의 시민들은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처음으로 거리 행진에도 나섰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생협 등이 참여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안양대책회의' 주관으로 마련됐다. 이날은 처음으로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임원 등 공무원들도 함께 동참해 뿔난 엄마와 어린이들에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안양 평촌에 자리한 범계역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기는 네번째. 그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마치 소풍 나오듯 참석한 주로 30~40대 엄마 아빠들의 모습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의 촛불문화제 동참은 앞으로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안양 범계역 거리에서의 촛불문화제는 마치 야간 소풍을 나오듯 배낭과 자그마한 짐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나오는 뿔난 엄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방속에는 아이들에게 먹일 김밥과 샌드위치, 물과 음료수가 들어 있어 진짜 소풍이다.

 

 

 

안양 촛불집회에는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다

 

범계역 거리의 집회에는 매 집회 때마다 손수 그려 만든 멋진 피켓을 마치 리모델링을 하듯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면서 주목받는 30대의 미혼 여성인 단골손님(?)이 있다. 이 여성은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에 사는 임은수(37) 씨로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란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철도노조에 근무하는 이종규씨는 "임 선생님은 어린이들의 논술, 글쓰기, 영어, 미술 등을 지도하고 학원 강의도 나가는 정말 재주도 많고 솜씨도 좋은 사람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피켓을 만들고 있다"며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제 오세요? 왜 안오시나 기다렸어요. 오늘은 무엇을 새롭게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뒤늦게 나타난 임씨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자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의지를 밝히는 촛불을 상징하는 가면 4개와 촛불 13개를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사진촬영을 하려하자 "안돼요, 제발 사진만은 찍지 말아달라"며 얼굴을 피켓 뒤로 숨겼다.

 

 

 

임은수씨가 만든 피켓 작품(?)은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색도화지와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얼굴에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든 촛불 모양의 얼굴 가면을 선보여 카메라 세례가 집중됐으며 집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는 작은 피켓들을 나눠줘 인기를 모았다.

 

"매주 화요일 집회에 나가기 위해 매일 집에서 이 짓만 하고 있어요. 힘들지만 매번 기다리는 분들이 있고 한번 시작하니까 계속하게 되네요."

 

임은수씨와 같은 마음들이 모인 때문일까. 우중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 한 손에는 우산이, 한 손에는 촛불이 들렸다. 우의를 입은 어린이들이 비 내리는 거리에서 엄마 아빠 품에 푹 파묻히고, 이웃 상점에서 파라솔과 생수를 지원하는 등 한마음이 된 자리였다.

 

 

 

시민 제안으로 우산쓰고 촛불들고 첫 거리 행진

 

특히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한 시민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거리행진도 진행했다. 부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촛불집회 내내 맨 앞줄에 앉아 자그마한 우산을 함께 쓰고 있다가 자유발언을 신청해 마이크를 잡은 '준상이 아빠'는 거리 행진을 하자고 제안했다.

 

"의왕시에서 온 '준상이 아빠'입니다. 정부가 재협상을 할 때까지 물러서지 말고 우리들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로데오 거리를 촛불을 들고 행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말한 것에 찬성하신다면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을 높이 들어 찬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사 막바지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며 진행자의 "거리행진을 시작할까요" 말에 참석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들은 로데오 거리를 행진하며 "고시철회 협상무효" "안양시민 동참하자"를 외치자 지나치던 시민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거리행진 중 안양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들이 행진은 불법임을 강조하며 "거리행진을 어디까지 하려고 하느냐, 촛불문화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이다, 행진을 중단해 달라"고 행사 관계자들과 다소 옥신각신 논쟁도 펼치기도 했으나 무리없이 진행됐다.

 

 

"광우병 소 먹으라는 것 생체실험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지역시민단체에서 어른으로 존경받는 이종만(70) 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 처음 촛불집회에 동참한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이호성 사무국장, 안양율목생협 권미옥 이사장을 비롯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운하백지화경기행동 상임대표도 맡고있는 이종만 대표는 "광화문뿐 아니라 우리 안양에도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자"고 말하고 "환경운동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노래를 안 부를 수 없다"며 '향수'와 앵콜송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군포에서 왔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순세씨는 "이 나라 주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광우병 소를 먹으라는 것은 생체실험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환경 파괴하고 경제성도 없는 대운하 사업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공무원노조 이호성 사무국장도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성이 없다고 홍보에 나서라고 지침이 내려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거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심한 압박이 오겠지만 우리 전공노는 국민 뜻에 따라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손영태)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행정 거부운동을 선언하면서 3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운송저지 투쟁 참여, 각 지역본부별 조합원 촛불집회 참여 등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안양에서는 지난 5월 10일 안양역 광장에서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열린이후 '광우병 쇠고기반대 안양대책회의'를 구성하면서 범계역으로 장소를 이동하여 14일, 20일, 27일 그리고 6월 3일 네번째 촛불문화를 개최하는 등 매주 화요일 집회를 갖고있다.

 

'광우병 쇠고기반대 안양대책회의' 일꾼으로 활동하는 이시내씨는 "다음주 촛불문화제 행사일인 6월 10일은 6.10 항쟁 21주년을 맞는 날로 서울에서 진행되는 '100만 촛불문화제'에 결합할 예정인 관계로 안양에서의 촛불문화제는 쉬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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