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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사막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솔롱고스(한국)에 감사합니다."

 

황사 발원지를 찾아 떠난 투어에서 기자가 한결 같이 들었던 취재원들의 말이다. 이들의 '한국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길거리에서, 정부청사에서, 대초원에서, 흙먼지 이는 황량한 사막에서조차 '솔롱고스'를 연호하는 건 왜일까?

 

몽골에 가보면 안다. 누구에게나 직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거리에는 한국의 자동차가 넘쳐난다. 낯선 시골 음식점에서 마주한 '카스'와 조인성 브로마이드는 살갑기까지 하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도심엔 아예 '서울의 거리'를 조성했다. 서울의 한 궁궐을 본뜬 건축물도 보인다. <겨울연가> 등 한류 드라마 인기 또한 대단하단다.

 

 

투어 네 번째 날 이런 일도 있었다. 울란바토르 도심에서 아비르메드 자연환경부 국가그린벨트 국장을 인터뷰하기로 돼 있는 시각. 서울로 송고하느라 좀 늦었다. 택시를 잡아탔는데 안내하는 분이 몽골말을 못 한단다. 영어로 떠들어봤지만 먹통. 순간 "이를 어쩌나" 중얼거리는데 그 운전자가 글쎄 이런다.

 

"한국어는 알아요."

 

"무지개 뜨는 나라, 사랑해요"

 

몽골말 '솔롱고스'는 '무지개가 뜨는 곳(나라)', 한국을 일컫는 말이다. 어감이 좋은 데다 몇 번 들은 적이 있던 터다. 어원이 궁금해 안내하는 이에게 물으니 "자신들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려고 노력하는 고마운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말 아니겠느냐"라고 한다. 그럴 법한데 왠지 어설프다.

 

몽골인에게 물으니 누구나 솔롱고스를 알고 그리 부른단다. 더 캐물으니 이렇다. "몽골인(원나라)이 고려에 갔을 때(원정) 여성을 데려와 왕비로 삼았는데, 그 때 아름다움(자연과 여성 모두)을 그리 표현한 거지요." 또 다른 이는 "당시 고려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입었던 무지개빛 의상을 보고 한 말"이란다.

 

우리가 배운 동북아 역사는 중국 중심(시각)의 시각. 몽골을 흉노(형편없는 노예)라고 불렀던 한족의 불손한 의도를 배우고 따라했을 터. 뿌리가 같은 흉노·동이·선비·거란·여진을 우리가 오랑캐라고 욕하고 있을 정도니까. 하여튼, 몽골인의 한국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남다른 모양이다.

 

기자의 취재투어 통역을 맡았던 에르덴 스렝(32·여)은 몽골 국립대 한국어과 교수다. 푸른아시아 통역을 여러 해째 맡고 있는 한국통. 한국 사정에 꽤 밝아 보인다. 기자를 태우고 다녔던 4륜 구동 차량 운전자는 관광업을 하는 그의 남편. 역시 한국말에 유창하다. 아이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낳았단다.

 

그가 전하는 몽골인들의 한국 인식은 이렇다.

 

"몽골인들은 애초 나무 심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전통도 없었고요. 한데, 한국 민간단체의 열정에 감탄해 이제는 국민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숲에 큰 기대를 걸고 있죠. 몽골정부도 이제 그린벨트 정책기조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흉노라니? 한족의 불손한 호칭"

 

실제 기자는 몽골투어 넷째 날 그들의 나무심기 장면을 봤다. 대한항공 조림팀과 함께 울란바타르시 외곽 조림행사를 마치고 도심으로 들어오던 중이었다. 도심의 한 학교인데 전교생을 동원해 공원에 나무심기를 하고 있었다. 몽골인 통역자에게 물으니 "이제 흔한 풍경"이란다.

 

'푸른아시아'가 10여 년간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알리며 주력했던 게 환경교육. 그 효과가 이렇게 몽골인 전체의 인식 전환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몽골의 미래세대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일깨워준 '솔롱고스'를 연호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푸른아시아의 야심작이 하다 더 있는데 이른바 '나무은행'. 초중고생들에게 묘목을 나눠주고 작은 페트병 화분에 1년간 기르게 한 뒤 시중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사업이다. 빈곤에 시달리는 몽골가정에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이른바 '나무 장학금'을 지급하는 셈.

 

경제난(실업 고통)에 시달리는 몽골 정부에도 희소식이 될 것이란다. 성인 40%가 실업자인데 이들을 구제하는 국가차원의 '취로사업'이 절실했던 참이니까. 사막화 방지사업으로 시급한 빈민구제 정책을 겸할 수 있다니 왜 아니 그러겠나. 딱 일석이조다.

 

몽골은 여러 면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으로 독립했고, 1990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분리돼 민주개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랜 사회주의 전통 위에 개방경제를 이제 막 시작한 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사회 개혁과 개방을 한창 실험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나무은행', 꿩 먹고 알 먹고…

 

기자가 몽골을 취재하는 동안 총선 소식을 접했다. 네 번째 총선이 6월 29일 실시된다고 했다. 구 사회주의 세력인 '인민혁명당'이 아직은 인기가 괜찮은 모양이다. 전체 의석 76개 중 과반을 점하고 있단다. 야당인 민주당이 뒤를 쫓고 있으니, 민주주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

 

 

이 정도면 몽골은 우리에게 단지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대상만은 아니다. 그들은 솔롱고스의 역동적 민주주의와 경제·사회 개발을 교과서로 삼고 있으니까. 주변 강국을 마다하고 우리를 편애하고 있으니 멋진 교사가 돼 줄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불손한 이해는 금물.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인의 충고다.

 

"한국 내 이주노동자 차별을 서둘러 해결해야 합니다. 몽골인 수만 명이 해당되니까요. 한국 투자자들의 저질 장삿속도 말썽거립니다. 부자처럼 으스대고 마치 모든 걸 줄 것처럼 약속하고 모른 척 하는 짓을 말아야죠. 솔롱고스의 아름다움을 지켜 양국의 좋은 미래를 열어야 하니까요."


태그:#몽골, #사막화, #황사, #푸른아시아, #솔롱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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