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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문화의거리 촛불문화제에서 한 초등학생이 발표했던 소의 입장에서 쓴 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부평문화의거리 촛불문화제 자유발언 시간에 한세하(연수구·초교 5학년) 어린이는 마이크를 잡고 “지난주 토요일에 엄마를 따라 서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느낀점을 내가 소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소의 입장에서 일기를 썼으니 잘 들어주세요”라며 일기를 읽었다.


"저는 아무 죄도 없고 사람들이 해달라는 것만 해주었더니 병에 걸렸어요. 풀이 먹고 싶은데 풀은 못 먹고 병들어 돌아가신 엄마, 아빠로 마든 사료 먹고 주사만 맞고 뇌에는 구멍이 났어요. 이런 날 먹고 사람들은 나에게 욕을 하고...


나 때문에 날뛰는 사람들. 제 잘못이 아니에요. 미국에서 태어나서일까? 아님 태어난 내가 잘못일까? 내가 풀 먹으려고 살까? 아님 주사나 나쁜 사료 먹으려고 살까?


나 때문에 사람들은 죽고 떨고 욕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주면 안될까? 내 이야기도 들어주면 안 될까? 사람들이 이렇게 해놓고 욕하는 건 뭘까? 난 아무 죄도 없는데...


왜 난 소로 태어나 병 걸려 나를 먹은 사람은 죽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간다. 하늘에서도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을 만나 사과합니다. 소로 태어나서 죄송하다고 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이만큼 괴로운 나의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를 서로서로 이해합니다. 그럼 사람에 대한 실망을 버릴 수 있을 까봐.

 

일기를 읽은 후 한세하 어린이는 “이 자리에서 어른들에게 바라는 건 사람들이 소들에게 엄마·아빠로 만든 사료를 먹이지 말고 풀을 먹여 건강하게 자라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광우병 소고기 먹을 걱정하지 않고 힘들게 촛불집회 안 해도 되잖아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자유발언을 마쳐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발표된 한세하 어린이의 일기는 광우병의 문제점을 소의 입장에서 짚어낸 어린이의 기발함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한 부끄러움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계속 회자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태그:#촛불,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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