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일 저녁 7시 화순군 화순읍 광덕택지 국민은행사거리에서 미국산쇠고기수입 전면 재협상과 고시철회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수입을 반대하는 화순군민비상시국회의 주최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화순에서는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렸으며 이후 18일과 24일, 29일, 30일, 6월 2일에도 화순읍 광덕택지 국민은행 앞과 광덕지구 문화광장 등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번 촛불문화제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주민들이 나와 촛불을 밝혔다.

 

그간의 촛불문화제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초중학생들과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의 참여가 많았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이들은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한손에는 ‘2MB OUT' 또는 ’닥치고 재협상‘ 등의 문구가 적힌 작은 피켓을 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국민에게 미친 소를 먹이려는 2MB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눈에 띄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아이들 중에 10살박이 강혁이가 있었다. 강혁이는 이번 대선에서 절대로 이명박을 찍어서는 안된다며 제 나름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명박 찍으면 안된다고 말했었잖아. 내 말 안듣고 이명박이 찍으니까 이렇지, 엄마, 내가 이명박 찍으면 안된다고 했었지?”

 

 

대통령선거가 한창이던 작년 12월 무렵, 거리 곳곳에 후보들의 사진이 담긴 공보물이 나붙고 각 언론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보도됐었다. 아이에게 곧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을 거라거나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한다거나 하는 등의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아이들은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초로 나름대로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강혁이는 12명의 대선후보들 중 이명박 후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여서 남의 돈을 떼어먹었기 때문에 그가 당선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절대로 이명박 후보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었다. 당시 강혁이는 자신뿐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까지도 학교에서 쉬는 시간 등을 통해 서로서로 이명박 만큼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말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었다.

 

나라가 망하면 안되니까, 나라가 없으면 안되니까…. 그게 이유였다.

 

 

선거당일까지 강혁이는 엄마와 아빠는 물론 인근에 사는 할머니와 큰엄마, 큰아빠에게까지도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것이냐며 묻고 이명박 후보만큼은 절대로 뽑지 말라고 선거운동(?)을 해댔다.

 

하지만 강혁이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취임한지 이제  불과 100일 남짓한데 국민들은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국민들을 죽이려 한다며, 국민이 없는 나라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10살박이 강혁이 또래의 초등학생들도 “대통령이 치료약도 없어 걸리면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고, 죽어서 부검을 하기 전에는 자신이 그 병에 걸렸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인간광우병을 유발시키는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쇠고기를 수입해 국민들을 다 죽이려 한다”며 “이래서는 안된다”며, “제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좀 기울여 달라”고 외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지난 12월 강혁이의 말을 듣고 이명박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더라도 저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에게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한없이 미안해 졌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미국산쇠고기 수입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중 화순초교 5학년이라는 한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제발 우리 좀 살려 주세요”라는 한마디만을 외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미국산쇠고기가 수입되면 누구 말마따나 ‘값이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국민들에게 맘껏 먹이고 싶은 욕심’에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윗분들의 갸륵한 뜻에 의해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을 터. 아이들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이날 “두자녀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소개한 이모씨는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아빠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으로 촛불문화제에 안가냐’는 말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든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국민들이 재협상하자고 요구하고 있고 국민이 원하면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정부에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촛불문화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구 중의 하나는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는 말이다. 아마도 촛불은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전면철회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을 이끌어 낼 때까지 언제까지 타오를 것이다.

 

흔히 민주주의를 논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쓴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기존의 중앙집권적이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 행위를 지양하고, 지역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권력의 획득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라고 풀이한다.

 

군력을 가진 소수 특권층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풀의 뿌리와 같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국민들의 의견과 정서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뜻일게다. 지금 국민들은 단순히 미국산쇠고기수입을 막기 위해 촛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펴길 바라면서 촛불을 밝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발 국민들의 이런 바람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태그:#화순 , #화순촛불문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