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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칼라TV' 생중계를 하면서, 진중권 교수와 함께 촛불집회 참여 어린이를 인터뷰하고 있는 이명선 아나운서
 진보신당 '칼라TV' 생중계를 하면서, 진중권 교수와 함께 촛불집회 참여 어린이를 인터뷰하고 있는 이명선 아나운서
ⓒ 진보신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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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아나운서를 기억하는가? 갸우뚱할 것이다.

그렇다면 2004년 탄핵 정국에서 재치있는 패러디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미디어몹'의 <헤딩라인뉴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한 때 KBS2TV <시사투나잇> 별도 꼭지로 편성될 만큼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정숙한 정장 차림으로 <헤딩라인 뉴스>의 1인 진행 아나운서로 나섰지만 때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때로는 입을 찡그리는 등의 진행으로 패러디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바로 그녀가 이명선이다. 방송 내내 비틀고 꼬집고 빈정대다가 "헤딩라인 뉴스를 마칩니다"는 엔딩멘트를 할 때면 늘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활짝 웃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던 그녀. 이명선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진보신당이 중계하는 '칼라TV' 진행자다. 촛불문화제에 몇 번이라도 나와본 사람은 그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태인 교수, 진중권 교수와 함께 '85시간 연속생중계'를 이끌고 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 매끄러운 진행, 재치있는 순발력은 여전하다.

지난 7일에는 광화문 근처 전경과 시위대 대치현장에서 전경에게 김밥과 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현장 진행뿐 아니라 이번 생중계 기획을 몽땅 그녀가 도맡았다고 한다.

이명선을 8일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시청광장 진보신당 천막에서 만났다. 거리의 아나운서로 변신한 그녀는 "생중계를 진행하기 위해 거리를 누비며 정말 눈물날때가 많다"면서 인터뷰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는 곧바로 거리의 촛불을 만나기 위해 뛰어갔다.

거리의 아나운서, 촛불과 함께 울다가 웃다가

- 헤딩라인뉴스가 폐지된 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그냥 국내에서 숨쉬기 운동하고 '방콕'스럽게 살았다(웃음)."

- 진보신당 생중계 방송 '칼라TV'를 진중권 정태인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시민들의 촛불행렬에 관심있는 일반 시민의 한 사람이었다.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 그냥 조용히 뒤에서 촛불을 켜고 서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래서 개인자격으로 '칼라TV'팀에 자원봉사하겠다고 문의했다. 다행히 진보신당 쪽에서 흔쾌히 수락해 자원봉사하고 있는 중이다. 내부에서 '정태인·진중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 진행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웃음)."

- 생중계 동안에는 거리에서 시민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은데 또 촛불 정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 하고 있는 '칼라TV 85시간 연속 생방송(촛불릴레이 기간이었던 72시간을 넘어선다)'을 내가 기획했다. 그냥 상황을 건조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토론 프로그램도 넣고, 문화프로그램도 넣고 해서 다양하게 꾸며보자 하는 생각으로 했다."

- <헤딩라인 뉴스>로 큰 인기를 끌지 않았나. 당시에는 사전제작된 패러디물을 갖고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했는데, 거리 생중계는 많이 다를 것 같다.
"<헤딩라인 뉴스>는 1차로 취재된 사실을 패러디한 것을 비틀고 꼬집는 역할이었다. 지금은 현장을 직접 취재해 바로 내보내는 것 아닌가. 말 그대로 '야생 막장 날방송'이다(웃음). 원고도 없고 준비된 멘트도 없다. 중계하다 보면 참 재밌다. 당시에는 내가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진중권 교수를 비롯해 진보신당 스태프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이게 2008년 상황 맞나?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지"

 지난 2004년, <헤딩라인 뉴스> 시절에 만난 이명선씨.
 지난 2004년, <헤딩라인 뉴스> 시절에 만난 이명선씨.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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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여만의 방송인데 어렵지는 않은가?
"뭐랄까. 내 모든 기관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이런 것은 있다. 중계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정말 국민들을 대상으로 꼭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그런 것 보고 느낄 때 눈물이 흐른다(이 말을 하면서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 아무래도 거리에서 느끼는 게 많은 것 같은데?
"탄핵정국과는 180도 다른 것 같다. 공권력 투입된 상황만 따로 편집하면 이게 2008년 상황인지 5·18인지 6·10항쟁때인지 모를 정도다. 좀 아까도 뉴스 들으면서 왔는데 시민들이 경찰을 자극해서 어쩔 수 없이 경찰이 제지했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더라. 이미 시민들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사진 채증도 일종의 폭력이다. 대치 상황만 쏙 뽑아서 보도하는 곳이 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부상당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니다. 어제 북파공작원들이 나를 밀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퍼진 것 같다. 내가 부상당하는 것보다 내가 하도 조명을 깨먹어 조명이 많이 부상당하고 있다(웃음)."

- 개인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방송에 욕심이 있는가?
"대선 때도 여러 정당에서 방송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나랑 코드가 맞는다면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다. 물론 내공이 필요하다. 내가 좀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도식화되고 정형화된 방송은 하기 싷다. 교과서적 진행, 교과서적 방송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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